2026년 1월 16일, 맑음
본 글은 신체 부위에 대한 직설적인 묘사와 심리적 압박감을 줄 수 있는 자극적인 표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관련 묘사에 민감하신 분들은 감상에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지러운 날엔 각막이 몇 겹인지 세어보아요
똑 떨어진 눈알 안에 연기가 피어요
‘분홍색 검은색 주황색 초록색…’
각막에 걸터앉은 비명들이 소리를 질러요
(아아 시끄러워..)
다시, ‘살구색 보라색 빨간색…’
.
.
어
라
“파란색이 없잖아!!!!!!!”
(아니, 아니, 각막을, 세야지)
한겹두겹벗겨내봐요세겹네겹예쁜이슬같아요한겹두겹얇은막을거둬요세겹네겹비릿한눈물이흘러요떨어져나간각막이울고있어요시린눈알속에얼음이고여요아니야아니야나는죄가없어요아니야아니야나는아무것도몰라요
텅 빈 눈알 새로 파란 눈물이
한순간 울컥 뿜어져 나오자
온몸의 구멍에서 파랑이
세상 밖으로 흘러나가기 시작했어요.
혈관의 벽을 허물고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파랑은
제가 서있는 공간의 천장과 벽면, 바닥 할 것 없이
주변에 온통 가느다란 파랑길을 만들었죠.
파랑은 서로를 탐하듯이
이 파랑을, 그리고 저 파랑을 마구 잠식해 갔고
이내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진한 웅덩이를 새기더니
주변의 물건들을 먹어치우기 시작했어요.
어느새 시선이 닿는 모든 곳은
지독한 농담(濃淡)으로 메워졌고,
비로소 텅 빈 나의 눈 안에도
[파랑]이 채워지기 시작했어요.
찰랑............................
.............................찰랑..
............찰랑.....................
“각막에 닿아 부서지는
황홀한 [파랑]의 소리가 들리세요?“
세계를 향해 찢어발길 듯이 외쳐대던 비명도
파란 고요 속으로 질식하고 말았어요.
이 세상엔 어떤 소리도 존재하지 않게 되었죠.
난 알고 있었어요, 이렇게 될 것이란 걸.
사방엔 나와 [파랑], 오직 둘 뿐이에요.
나는 더 이상 어지럽지 않아요.
내가 그토록 바라던 [파랑]을
다시 내 눈에 쥐어냈으니까요.
.
.
.
.
“자, 드디어 난 이제 자유인가요?”
※ 커버 이미지 출처: [Steve Johnson]/ Pexels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는 저작권 제약이 없는 Eva Bronzini님의 사진으로, 아래 링크의 [Pexels] 갤러리에서 원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https://www.pexels.com/ko-kr/@eva-bronzi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