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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로 Jun 14. 2024

사랑할 때 불행한 '혼란형 애착 유형'

혼자가 더 편해요. 

사랑할 때 제일 힘들어요 


어느 날 애인과 함께 '성인 애착유형 검사'를 했다. 

나의 결과는 '혼란형(공포회피형) 애착 유형'이었다. 


처음 결과를 받자마자 '그렇구나' 생각했는데 

당시 사귀고 있던 상대는 '안정형'이 나왔단다.


검사에 너무 대충 대답 했나 싶어 다시 검사를 했다.

심사숙고하며 내 기준에 '옳고, 편한' 답변을 골랐는데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혼란형(공포회피형) 애착 유형'


세상에 흔치 않은 유형이었다.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상대가 애착 유형을 알게된 점이 치스러웠고, 

내 지난 인생과 사랑이 그렇게 불안하고 어려웠는지에 대해 수 있었다.


나는 정말 겉으로는, 누구보다 안정적이고 밝다.

겉으로가 아니라 스스로 자부할만큼 긍정적인 편이기도 하다.

직장도, 대인관계도, 성격도 나란 세계에 대해 깊은 존중과 신뢰가 있다.

유쾌하고, 밝고, 따뜻한 사람이다. 


하지만 사랑할 때 솔직히 정말 괴롭다. 

누군갈 깊이 사랑하면 동시에 내 마음 속에 자리 잡은 깊은 구멍이 보인다.

그래서 혼자가 더 편하다. 하지만 늘 사랑을 갈구하게 된다.

이 패턴의 반복이고, 늘 실패와 괴로움의 연속이다.


안정형의 상대도 눈치를 챘던걸까,

사랑하기에 내 스스로가 너무 혼란스러운 사람이란 걸?


그 이후 상대와 헤어지고, 혼자가 되었을 때

내가 왜 그렇게 수치심을 느꼈는지에 대해

사랑할 때 왜 그렇게 괴로운지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했다.


'나'를 잃어버린 채 성장한 어른  

                    

본래 사람은 태어나 1년간 주 양육자(엄마)와 강한 애착을 맺고,

2살이 되면 보조양육자(아빠)와의 애착이 강화되면서 부모 양쪽에 대한 애착이 생성된다.

훗날 이는 타인에게, 자신에게, 주위 환경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결정하는 기반이 된다.


만약 양육자가 자녀와의 안정적인 정서적 친밀감을 형성하지 못하고,

강압, 방치, 학대, 조건부 사랑 등을 가한다면, 그 사람에게 '애착 손상'이 생긴다. 


혼란형(공포회피)에게 있어 '사랑 = 공포'다.

어린 시절에 '가족 혹은 부모'는 나를 보호하는 '안전기지'가 아닌

나를 불안하고 공포스럽게 만드는 '위험기지'였던 것이다.


대다수의 혼란형은 '가족 혹은 부모'란 공포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생존전략으로서 '역할 뒤바꾸기 (Role-reversal)'을 취한다.

내게 스트레스를 주는 불안정한 부모로부터 보호 받기 위해 부모와 같이 행동한다.

즉, 아이가 아이답지 않은 모습을 띠는 것이다.


'현자' 혹은 '마더테라사'처럼 부모에게 위로와 보살핌을 선사하는 아이도 있고,

'홍반장' 혹은 '헤라클라스'처럼 부모보다 더욱 강인하고 씩씩한 모습을 띄는 아이도 있다.


문제는 이렇게 사랑받기보다는 '생존'을 택한 아이가

결국 스스로를 잃어버린 채 '성인'으로 성장해버린다는 점이다. 

사랑에 대한 깊은 갈증을 느끼며 마음 속에 커다란 구멍을 가진 채 말이다.


그렇게 성장한 애 어른은 사랑하는 연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기 시작할 때,

무의식 중에 어렸을 때 애착 경험이 올라오고 재연되면서

'사랑, 관계'에 대해 스스로 큰 혼란을 겪게 된다.


사랑할 때, 경계와 기준이 없다  


애착 유형 검사는 사람이 자신, 또는 타인과 

1) 친밀 :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는지

2) 의존 : 얼마나 의존할 수 있는지

3) 독립 :  얼마나 독립적일 수 있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척도이다.


애어른으로 성장한 혼란형은 

스스로는 물론이고 '사랑 받고 - 사랑 주는' 경험과 감정을 잘 모른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를 돌보는 역할을 맡은 아이들은 

자신을 우선시할 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특히 자기 조절이나 경계에 대한 감각이 좋지 않다. 

'얼마나' 사랑하는 상대와 친밀하고, 의존하고, 독립해야 하는지 모른다.


건강한 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기준'이 없고,

기준이 없기 때문에 적당한 '경계'를 세우는 방법을 모른다.

궁극적으로 '사랑하고 사랑주는 나'를 위한 롤 모델과 이상이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랑을 시작하면 혼란스럽다.


도파민이 폭발하던 연애 시작 이후 3개월을 지나 

안정적인 관계 유지와 건강한 성장이 중요해지는 시기에 돌입하면

사랑하면서도 불타오르던 사랑 이후 본래의 상태로 돌아온 상대에 대해 불안한 것이다.


받아보지 못한 사랑에 대한 허기를 다룰 줄을 모르고,

생존보다 더 앞선 사랑이란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는 방법을 모르고,

불안한 환경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택했던 삶의 방식에 대해선 알아도

사랑이란 '일상과 함께하는 따듯한 감정과 안정감' 이란 걸 모르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랬다.


좋은 상대보단 나쁜 상대에게 끌렸고,

어쩌다 좋은 상대를 만나더라도 이후 관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고,

직장 일이 한가할 때면 사랑에 집착했고,

사랑을 하면서 끊임없이 불안해하고 고민이 많았다.

이별 이후에는 전 연인을 쉽게 잊지도 못했다.

나 - 사랑 사이 균형을 유지하는 법을 알지 못했다.


현재는 혼란을 다루고, 건강한 관계 맺기에 필요한

친밀-의존-독립의 경계와 기준을 형성하기 위해 부던히 노력해오고 있다.


혼란형에게 있어 '사랑'을 한다는 인생의 과제를 해결해나가는 것과 동일하다.

과거의 아픔을 해소하며 '나' 그리고 '사랑'에 대해 배우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안정형이 되려 애쓰지 말고 '건강한 나'가 되세요   


이 책 또한 그 경험담을 나누며 두고두고 스스로를 치유하고 극복하기 위해 시작했다.


이제 조금이나마 안정형 애착이 무엇인지 알게 된, '혼란형 애착' 개인의 기록이자 

건강하고 사랑하고 싶고, 건강하게 사랑 받고 싶은 나와 같은 '혼란형 애착'을 위한 글이다.


혼란형 애착은 사랑을 잘 할줄은 몰라도 사랑이 무엇인지 분명 안다.

모순적이지만, 모르면서도 안다. 


왜냐하면 꼭 부모가 아니더라도, 친한 친구, 회사 선후배, 스승, 연인 등 

지금까지의 소중한 인연들 통해서 분명히 받아봤고 나눠봤기 때문이다.

분명히 당신 마음에 깃들어 있다.


그러므로 사랑하지 못해 슬퍼하고 있다면, 의심하지 말길 바란다.

당신을 닮은 아주 예쁜 사랑을 당신의 존재 만큼 아름답게 충분히 해낼 있다는 걸.


< 참고 문헌 >

1. 에리히 프롬『사랑의 기술』

2. 조벽 과 최성애의 책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

3. 정신분석이론과 함께하는 마음산책 15화 https://brunch.co.kr/@warmsmallroo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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