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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정 Jan 18. 2021

악연(3부)

나에겐  너무 극단적인 그놈.

그렇게 저렇게 나의 어이없는 질문들로 인하여 분위기만 냉랭해지고 전만 허겁지겁 집어먹고 각자의 집으로 다급하게 흩어진 우리들은 이제 여기서 동창이고 친구관계고 뭐고 다 끝난 것이라 여기며 집에 들어와 괜히 나간 거라 큰 후회를 하고 있던 찰나에 그 덩치 큰 친구에게서 단톡으로 웃기지도 않는 사진 몇 장들이 날아왔다. 누군가에게 처맞은듯한 눈탱이 밤탱이 팬더 모습과... 별 다양한 모습의 사진들을 여러 장 띄우길래 그 친구 사촌인 그나마 훈남 (나랑 만나기 전 연락 계속 지속해왔었던 그 친구)와 또 따로 개인 톡으로 대화를 나누며 ("야.. 니 사촌 왜 저래?")라고 물어봤더니 그 훈남이가 하는 말이 ("쟤는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한테는 저런 식의 카톡 절대로 안 보내") 또.. 꼴에 차도남(차가운 도시락을 들고 다니는 남자)인가 보구만..;; 이런저런 카톡을 보내며 나름대로 훈남과도 개인적으로 친하게 연락 주고받으며 지내게 되었었다.
그런데 갑자기 집에서 멍을 때리고 가만히 있는데 그 덩치 큰 친구한테서 전화가 온 것이다. 시간 되면 점심밥이라도 같이 먹자.. 나야 할 일도 없고 남아도는 게 시간이다 보니까 당연히 오케이였었고 집이 마을버스로 4~5 정거장이면 도착하는 거리에 그 친구 집이 있다 보니까 만나서 밥을 먹으려는데 어떻게 찾아가는 식당들마다 중국집이었었다.
하여튼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나 짜장면가게의 사장님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노래를 부르고 하더.. 아직까지도 짜장면을 못 잊고 주구장창 짜장면 아니면 짬뽕.. 짬뽕 아니면 짜장면 아주 질리도록 먹어가며.. 3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만나서 동네 중국집이란 중국집은 다 휩쓸고 다녔었던 거 같다.
이 친구가 틈만 나면 연락을 하며 같이 밥이나 먹자라는 말을 하니 동네 친구가 없던 나로서는 그 제안이 싫지만은 않았었다.
하지만 짜장면은 이제 그만 먹고 싶다고 하니.. 이 친구가 그럼 탕수육이랑 볶음밥 먹으러가자라고 하니.. 한동안 또 탕수육 볶음밥을 쉴 새 없이 먹으러 다녔었것 같다.
차라리 그냥 중국집이 가기 싫다고 말할걸 그랬었나 싶기도 하고.. 이 친구가 극단적인 이유가 정말 어이없게도 내가 가끔 이 친구한테  롯데월드에 놀러 가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하루는 자기가 나를 위해 오늘 하루 일을 쉬고 롯데월드를 데리고 가주겠다고 준비하고 나오라고 하길래 엄청 들뜬 마음으로 있는 옷 중에 최대한 괜찮다 싶은 옷을 골라 입고서 우리 집 앞에서 만나 택시를 타고 함께 간 곳이 글쎄.. 롯데월드가 아닌 롯데리아 앞으로 떡하니 택시를 세우는 것이었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난 한동안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꼭 뒤통수를 누군가에게 크게 쥐어터진거 같은 기분이 들었었기 때문이었다.
"야이.. 새끼야.. 내가 언제 롯데월드 가고 싶다고 말했었지 롯데리아 오고 싶다고 말한 적 있었냐??"
그랬더니 이 자슥하는 말 좀 보소."롯데월드나 롯데리아나 한 끗 차이인데 같은 롯데 아니었어?"
나는 속으로 이 아이.. '언제 나무에서 떨어져 머리를 크게 다친 적 있었나'.. 이런 생각을 잠시 하게 되었다.
"그레이새키야.. 생각해줘서 정말로 고맙다.. 두 번 더 생각해줬다간 아주 그때는 롯데마트로 데리고 가주게 생겼네..;; 쪼잔한 놈이라 롯데백화점은 피해서 데리고 갈게 뻔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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