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과 현실의 그 이상.
지옥이 따로 없었다.
새벽녘 해가 뜨기 전...
귀찮은 아침 알람이 울리기 시작하면 잠에 취해있던 나는 나도 모르게 뇌심부 자극기에 어느새
손이 가고 아무 버튼이나 눌러 시끄럽게 구는 알람 주둥아리를 급하게 막아 놓은 뒤 잠시 눈을 감아본다.
아침 약 먹을 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눈이 떠지고 얼른 약을 먹어보지만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약기운이
안 돌고 서서히 몸동작이 느려지면서 근육의 통증으로 인한 온갖 짜증이 전부 밀려오기 시작한다.
가만히 누워도 있어보고 몸을 비틀어도 보고 별 짓을 다해봐도 그건 소리 없는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고 있으므로 그저 누워서 약이 서서히 온몸에 스며들 때까지 기다리는 것만이 유일한 대책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숨이 수십 번은 더 나오고 복장이 터질 것만 같은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정말로 이토록 단순 무식하게 참는 길이야 말로 내가 이 지옥과도 같은 시간들을 어떻게든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란 말인가..;;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아참.. 아침... 뇌심부 자극기.. 서랍에서 다급하게 기계를 꺼내본다고 꺼내보지만 여전히 몸동작은 느려 터진 느림보 원숭이 같은 손놀림이다.
몸속에 삽입되어 있는 배터리 쪽에 뇌심부자극기 리모컨을 갖다 대 보니... 역시나 off라는 문구가 뜬다.
on으로 켜자마자 서서히 약기운이 돌며 죽어가던 내 몸은 서서히 지옥길을 벗어나 다시 현실의 문으로 돌아오고 있었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태엽인형과도 같은 내 몸을 추슬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