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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호 Aug 11. 2017

웨스테로스의 역사

들어가면서


드라마 <왕좌의 게임>은 정말로 보기 드문 대작이기도 하고, 그 내용 또한 엄청나게 재미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하지만 기본 배경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보면 저 사람들이 도대체 왜 저러는지, 왜들 저렇게 싸우고 있는지를 이해하기 힘든 경우도 많습니다.


기나긴 역사 속에서 앞뒤 이야기를 뚝 자르고 뜬금없이 어떤 시점에서 시작해버리는 드라마의 특징이기도 하고, 너무 길게 이어지는 스토리라서 심지어 드라마 앞 시즌에서 나온 얘기도 모르고 시청하게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그런 분들에게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기 위해 몇 가지 설명을 드리려고 합니다. 일단 드라마의 핵심 배경이 되는 대륙 웨스테로스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내용은 전에 "얼음과 불의 잉해" 방송을 만들 때 쓴 대본도 활용하고 함께 모아둔 자료도 활용하며 완전히 새롭게 쓴 부분도 포함될 것입니다. 또한 마물극장을 위해 수집한 내용도 포함될 예정입니다. 하는 데까지 해 보기로 하죠.


말투는 가장 "쓰기 편한" 건조한 말투를 쓰겠습니다.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웨스테로스의 역사


얼음과 불의 노래, 줄여서 얼불노. 조지 R. R. 마틴이 쓴 소설의 배경은 어떤 대륙이다.


중심이 되는 곳은 바로 웨스테로스이고 그 옆에는 에소스라는 또 다른 대륙이 있다. 에소스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심심치 않게 계속 나오지만 그래도 중심지는 웨스테로스이다. 


주) 웨스테로스는 중세 유럽 분위기라면, 에소스는 이집트 분위기라고 이해하면 편하다.


드라마 오프닝에서는 이 웨스테로스와 에소스 양쪽을 돌며 각 지역별로 유명한 성의 모습이 나온다. 그게 매 회 똑같아 보여도 조금씩 다르다. 그 에피소드에서 중심적으로 나오는 지역의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준다고 한다.


웃기는 것은 이 웨스테로스의 모양이 영국의 지형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시대 배경 역시 중세의 영국과 유사하게 그려진다. 평민 농노 계급이 있고, 그 위에 기사, 그 위에 영주, 그 위에 왕들이 있는 것도 유사하다. 다른 판타지에서도 이런 경향이 약간씩 있는데, 중세 시절을 일단 베이스로 깔고 시작한다. 작가 마틴은 판타지에 관한 한 자신이 읽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읽었다고 자랑을 하는데, 그러다 보니 상당히 전형적인 판타지의 기반에서 시작하는 걸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웨스테로스는 소설이 진행되는 현재의 시점에서는 세븐 킹덤, 칠왕국으로 더 자주 불린다. 즉, 현재는 웨스테로스 대륙(혹은 섬일지도)은 일곱 개의 자치 왕국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그중에서 킹스랜딩이라는 지역이 가장 중심이다. 이 킹스랜딩은 왜 이름이 킹스랜딩이냐면 왕이 착륙한 지점이라는 뜻이다.


착륙이라니? 비행기 타고 왔나? 아니다. 용을 타고 왔다. 최초로 칠왕국을 통일한 타르가리엔 왕조의 아에곤 왕이 발리리아에서 용을 타고 날아와 웨스테로스에 착륙해 전체 웨스테로스를 정복하고 왕국을 세우는 시점이 전체 역사 속에서 가장 기준이 되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웨스테로스의 역사는 아에곤 왕이 킹스랜딩에 내린 시점에서 약 만 이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이전, 즉 만 이천 년 전 이전의 웨스테로스는 선사시대이다. 그 시절에는 웨스테로스에 숲의 아이들, Children of forest 가 살고 있었다. 그리고 거인들이나 기타 괴물들이 살고 있었다. 숲의 아이들은 마법을 쓸 줄 아는 존재였으며, 큰 나무에 얼굴을 새겨 놓기를 즐겨했다. 이렇게 얼굴을 새긴 나무는 God’s wood 라고 불린다. 나무껍질은 하얗고 잎은 붉은색이며 수액도 붉은색이다. 그런 나무에 얼굴을 새겼으니 그 눈에서 피눈물이 흐른다. 숲의 아이들은 이 나무의 눈을 통해서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숲의 아이들이라는 이름 자체도 퍼스트멘들이 지어 붙인 이름이고 원래는 땅의 노래를 하는 자들이라고 한다. 이렇게 나무에 얼굴을 새겨놓고 숭배하는 종교적 전통은 바로 이어 나오는 퍼스트맨들을 거쳐 북부인들에게 계승된다.


주) 스타크 집안의 윈터펠에는 성스러운 장소로 지정된 공간이 있고 바로 그 장소에 이 신의 나무가 있다. 흰색 몸체에 붉은 색 잎, 그리고 나무의 밑둥에 새겨진 사람의 얼굴이 인상적이다.


아에곤 왕 시절에서 만 이천 년 전에 바로 그 퍼스트맨들이 웨스테로스에 들어오게 된다. 최초의 인류다. 청동기를 사용했으며, 당시에는 에소스와 웨스테로스가 붙어 있어서 걸어서 들어온 종족이다. 이들이 들어오는 것이 못마땅했던 숲의 아이들이 웨스테로스와 에소스 사이에 대규모 마법을 시전 땅을 가라앉혀 버리는 바람에 연결이 끊어지고 그 지역은 스텝스톤, 즉 징검다리 군도가 된다. 그렇게 땅이 끊어지니 퍼스트맨들은 배를 타고 들어온다.


숲의 아이들은 마법을 쓸 줄 알았지만 금속을 다루지 못했고, 퍼스트 맨들은 청동기지만 그래도 금속을 다룰 줄 알았으니 그 두 종족이 싸움이 붙으면 누가 이겼을까? 비긴다.


그래도 퍼스트멘 들이 점점 더 대륙으로 밀고 들어오게 되고 숲의 아이들은 점점 밀려나게 되고, 숲이 점점 줄어든다. 마치 인간의 문명이 발전하면서 숲이 개간되는 과정이나, 폼포코 너구리 얘기나 원령공주의 설정과도 유사한 부분이다. 이런 식으로 마틴은 어디선가 본 듯한 설정을 상당히 많이, 그러나 매우 자연스럽게 채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가 약 만년쯤 전에 숲의 아이들과 퍼스트멘들이 평화협정을 맺게 된다. Pact 맹약이라고 보통 번역을 한다.


주) 최근 드라마에서 존 스노우는 대너리스 여왕에게 이 과정이 새겨져 있는 벽화를 보여주게 된다.


이때쯤 퍼스트멘들이 숲의 아이들의 종교, 그 나무에 얼굴 새겨놓고 믿는 종교를 받아들인다. 이 종교는 나중에 북부를 지배하는 스타크 가문에게까지 이어진다.


이 종교 문제가 꽤 의미심장한 소재로 곳곳에서 사용된다. 이때에도 사실 퍼스트멘들은 이주하면서 자신들만의 종교를 많이 가져왔는데, 숲의 아이들의 영향으로 그들에게 동화되어 God’s wood를 숭배하게 되고, 그 와중에 Drowned God, 익사한 신을 믿는 무리들만 남게 된다. 이 익사한 신을 믿는 종족은 아에곤 이후까지 남아 스토리에 등장한다. 사람을 물에 빠트려 혼절할 때까지 두고 다시 깨어나게 해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만들고 뭐 그런 묘사들이 있다.


주) 익사한 신을 믿는 무리들이라면 바로 그레이조이 집안이다. 해적질로 생계를 잇는 전통이 있고, 최근 드라마에서는 두 패거리로 갈려 서세이 여왕과 대너리스 여왕에게 각각 연합하게 된다.


숲의 아이들과 퍼스트멘 사이에 맹약이 체결된 곳이 바로 얼굴의 섬, Isle of face 인데 그 기념으로 그곳에 있는 모든 나무에 얼굴을 새기고, 그곳을 녹색의 인간들에게 지키게 했다는 얘기가 남아 있다. 이들의 후손들이 또 스토리에 등장한다.


그러면서 역사는 슬슬 영웅의 시대로 넘어간다.


약 팔천 년 전쯤에 중요한 사건이 하나 생기는데 바로 긴 밤이다. Long night.


웨스테로스의 계절은 특이해서 여름과 겨울이 반복되는데, 그게 일 년 주기로 돌아가지 않는다. 여름이 오면 몇 년씩 지속되고 겨울이 오면 또 몇 년씩 지속되는데 그게 불규칙하다. 가끔은 수십 년씩 겨울이 지속되기도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고통에 빠지게 되고, 이로 인해 매우 중요한 가문인 스타크 가문의 구호는 Winter is coming 이기도 하다. 겨울이 오니 항상 대비하라는 뜻인가 보다. 


그런데 팔천 년 전쯤에 웨스테로스에는 기나긴 밤이 찾아오게 된다. 겨울이 문제가 아니라 아예 수십 년간 밤이 지속되는 악몽 같은 시절이 온 것이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북쪽에 사는 아더. Other.


주) "아더"라고도 하고 "화이트 워커"라고 하기도 한다. 책에서는 백귀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이들은 허연 뼈다구만 남은 것 같은 얼어붙은 괴물들인데 가끔 깨어나서 남쪽으로 쳐들어 온다. 그런데 추워야 활동을 하니까 겨울이건 밤이건 길게 와야 되는 것이다. 무시무시한 괴물이고, 이들을 죽이기는 쉽지 않지만, 드래곤 스톤으로 만든 무기로는 죽일 수 있는 것 같다. 드래곤 스톤은 흑요석이라고 설정이 되어 있다.


이 아더들이 쳐들어 오는 바람에 웨스테로스에서는 난리가 났지만, 거기에 맞서 퍼스트멘과 기타 등등들이 연합해서 싸워 물리치게 된다. 마지막 전투인 여명의 전투 Battle of th dawn 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하여 아더들을 북쪽으로 몰아내고 밤이 끝나게 된다. 이겨서 몰아낸 건지, 밤이 끝나가니까 아더들이 그냥 돌아간 건지 모르겠다.


주) 실제로 겨울 혹은 밤이 되어야 아더가 오는 것인지, 아더들이 오면서 겨울이나 밤을 만들어 내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어쩌면 그들 자체가 겨울이나 밤, 혹한기, 혹은 기근 등의 어려운 시간을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여간 이렇게 호되게 당한 사람들은 이때 바로 이 소설에서 가장 상징적인 존재, 더 월을 만들게 된다.
이 월은 어마무지하게 높은 장벽인데 거인들의 힘과 숲의 아이들의 마법 기타 등등의 도움을 받아 만든 얼음과 바위의 장벽이다. 아마 만리장성의 개념을 차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하여간 북쪽에 사는 아더들이 다시 쳐들어 오지 못하도록 만든 성벽 같은 개념이다. 이 월을 만든 자는 브랜던 스타크라는 스타크 가문의 시조로 알려져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는 나이트워치도 창설한다. 벽을 만들었으니 이 벽을 지킬 군대를 만들어야지. 그때 시작된 나이트 워치는 현대, 즉 아에곤 왕의 정복 이후까지 존재하게 되고, 칠 왕국의 모든 왕들은 나이트워치를 지원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며, 나이트 워치는 절대로 칠왕국들 사이의 분쟁에 개입하지 않고 북쪽만 지키는 방위군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주) 현재 드라마의 중요 캐릭터인 존 스노우는 최초 이 나이트 워치에 입대한 신병에 불과했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나이트 워치의 사령관이 되고, 드디어 북부의 왕이 되기에 이른다.


근데 재미있는 것은 이 월의 북쪽에도 사람들이 산다. 와일들링이라고 부르는데 야생인, 혹은 자유인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이들은 나중에까지 나오며 칠왕국에 속하지 않은 인간들이다. 왕권을 부정한다.


또 주목할 만한 사건이 하나 더 있다.


나이트 워치의 사령관을 로드 커맨더라고 하는데, 제13대 로드 커멘더가 똘아이가 된 것이다.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끔찍한 일들이 벌어져 모든 기록이 삭제된 바 나이트 킹, Night’s King 이라고 불렸다는 것만 알려져 있다. 시체 여인이라고 부르는, 아마도 아더 중의 일원인 걸로 추정되는 여자를 사랑해서 그녀와 동침한 뒤 인간과 아더의 혼혈쯤 되는 부하들이 막 생겨나고 뭐 그런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졌다는 뉘앙스로만 묘사가 되고 있다. 결국 이 나이트 킹이 나이트 워치를 개판으로 만들어 버리는 바람에 월 남쪽의 북부지역을 다스리던 스타크 가문과 월 북쪽의 와이들링의 왕 조라문이 연합하여 나이트킹을 제압했다고 한다. 이 때 조라문이 사용한 비밀 무기가 겨울나팔 Horn of winter 라는 것이었는데, 이걸 불면 땅속에 잠든 거인들이 깨어난다고 한다.


주) 즉 나이트 킹은 원래 부터 화이트 워커, 아더들의 왕이었던 존재가 아니다. 나이트 워치의 사령관인 인간 출신으로 자신의 권력을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고 광기에 사로잡혀 변질된 폭군인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이렇게 스스로 권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혹은 권력 자체가 가진 마성에 의해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고 포악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묘사가 아주 자세히, 그리고 수시로 등장하곤 한다. 권력이란..


이런 사건들이 벌어졌던 영웅의 시대를 거치며 웨스테로스에는 여러 가문들이 탄생하기 시작한다.


교활한 랜 이라는 자가 등장해서 캐스털리 락이라는 지역을 사기 쳐서 빼앗은 뒤 라니스터 가문의 시조가 된다. 이건 좀 사기성이 있는 이야기인데, 안달족의 시대에 다시 나온다.


익사한 신을 믿던 강철군도에서는 회색왕이 등장해서 인어와 결혼해 바다를 다스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후손들이 나중에 그레이조이 가문이 되는 걸로 보인다. 이런 전설은, 웨스테로스 내에서도 전설로 전해지는 것이며 해적질 좋아하는 그레이조이 가문이 자기네 시조를 신격화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설화인 것처럼 위장하고 있다.


실제로 웨스테로스 사람들은 자신의 선조들의 역사에 대해 연도를 과장하고 힘도 과장하고 그런다는 묘사가 꽤 등장한다. 즉, 이 영웅의 시기는 웨스테로스 내부에서도 신화적인 연대였다는 의미이다. 아더나 거인, 숲의 아이들 같은 경우는 실제로 존재했지만 그들의 스토리는 과장된 것이 아니냐는 뉘앙스를 풍긴다.


즉, 역설적으로 판타지의 배경이 되는 세계를 창조하면서, 그 세계의 현실 속에서도 그 사람들이 또 신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을 설명함으로 해서 리얼리티를 더 확보하는 기법이다. 실제로 소설 중에서도 마에스터, 일종의 학자이며 의사이며 참모인 직책을 가진 사람들은 심지어 마법도 전설일 뿐이며 용은 이미 멸종한 동물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극 중에서 현명한 사람으로 묘사되는 캐릭터들은 아더들의 존재도 믿지를 않는다. 그러면서 나이트 워치는 관습적으로 유지되는 죄인들의 유배지쯤으로 생각하는데.. 실제로 아더들이 다시 습격을 하는 그런 스토리의 흐름도 있다.


숲속의 아이들과 퍼스트멘이 맺은 맹약에서 시작된 영웅의 시대는 안달족의 침략으로 인해 끝나고 안달족의 시대가 오게 된다. 이게 약 육천 년 전.


안달족은 종교도 다르고 철기 문명으로 무장한 족속인데 웨스테로스의 베일 지방에 최초 상륙하게 된 뒤에 퍼스트멘들과 전쟁을 벌여 북왕국 (Kingdom of north)를 제외한 여섯 왕국을 멸망시킨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종교 일곱신을 섬기는 세븐이라는 종교를 퍼트리게 되는데, 여기에 밀리지 않은 곳은 스타크 가문이 지배하게 되는 북왕국, 그리고 월 너머의 와이들링, 그리고 약탈혼을 주장하는 강철군도의 해적들뿐이다. 그들은 익사한 신을 섬긴다니까. 그리고 일곱신을 섬기는 종교가 퍼지면서 그 영향으로 인해 웨스테로스에서는 노예제도가 사라진다. 물론 옆 대륙 에소스에는 노예제도가 남아 있다.


주) 안달족의 영향으로 웨스테로스에 세븐 갓, 즉 일곱신의 종교가 전파되는데 이에 굴하지 않고 원래의 종교를 유지한 집단은 강철군도의 익사한 신을 섬기는 무리와 숲의 아이들의 종교를 이어받은 퍼스트맨의 진정한 후예, 스타크 집안 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스타크 집안은 일곱신을 얘기하면서도 집안에서는 신성한 장소에 신의 나무를 가지고 있고 뭔가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에는 항상 그 신의 나무에 가서 명상을 하는 전통이 있다.


안달족이 들어오면서 아린 가문도 시작되는데 아린 가문의 사람도 스토리에 많이 등장한다. 웨스테로스 서부로 진출한 안달족들은 라니스터 가문을 세우게 된다. 영웅의 시대에 등장했던 교활한 랜은 사실 라니스터 가문의 모계 선조가 되는데, 웨스테로스에서는 묘하게도 퍼스트멘의 혈통을 안달족 혈통보다 높게 쳐주는 관습이 있어서 라니스터 가문이 자신들이 안달의 후예가 아니라 퍼스트멘의 후예라고 자랑하고 싶어서 억지로 교활한 랜을 자신들의 선조로 끌어다 붙였다는 식으로 묘사가 된다.


강철군도를 지배하던 레드핸드와 그레이아이언 가문은 안달족에게 꽤 오래 저항을 했지만, 결국 패배하게 된다. 하지만 강철군도 사람들과 오랫동안 싸우던 안달족은 그들의 종교인 익사한 신을 섬기는 문화에 동화되어 버리는 바람에 자신들이 섬기던 일곱신이 아니라 익사한 신을 섬기게 된다.


이런 묘사는 참 탁월한데, 인류의 종교사를 볼 때, 어떤 경우는 침략자들이 가지고 들어간 종교가 우세해지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는 침략자들이 피침략자들이 종교에 감화되어 그들의 종교가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 이걸 웨스테로스 내의 역사에 적절히 잘 배치해 둔 것으로 보인다.


안달족이 강철군도를 지배하게 된 시점은 대략 사천년전.


안달족의 시대가 마무리 되면서 등장한 것은 발리리아의 시대이다.


주) 많은 사람들이 발리리아를 발라리아라고 생각한다. 발음상 발러리아 비슷하게 나지만 발리리아가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발리리아는 사실 웨스테로스 대륙의 종족은 아니다. 고대로부터 기스 제국이 지배하던 동쪽 에소스 대륙을 장악한 신흥세력인데, 양이나 치면서 살던 종족이 어느 날 용들을 발견하게 되고, 마법을 이용해 그 용들을 길들이면서 부릴 수 있게 되는 바람에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이게 대략 오천 년 전쯤.


그들은 용을 부릴뿐더러 강철을 다루는 데 능숙해서 발리리아산 강철로 만든 멋진 칼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 발리리아산 강철이 웨스테로스에 많이 들어오게 된 이유는 훨씬 뒤에 한 4-500년 전쯤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재앙으로 발리리아가 멸망하게 되면서 생존자들이 발리리아를 탈출하여 에소스의 서쪽 끝 드래곤 스톤으로 몰려오게 되면서부터 발생한다. 도망 다니다 보니 돈이 필요해서 발리리아산 강철을 팔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웨스테로스의 귀족들은 최소한 가문을 상징하는 발리리아산 강철 검 한 자루 정도는 있어야 행세를 할 수 있게 되는 그런 스토리.


중요한 것은 이렇게 생존한 발리리아의 후손들 중에서 타르가리엔 가문이 권력을 잡게 되고, 바로 이 타르가리엔 가문의 아에곤 왕이 용 세 마리, 삼룡이를 끌고 와서 웨스테로스를 정복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아에곤 이전 시절이 모두 마무리되고 아에곤 이후의 시대로 넘어가게 된다.


그러나 이 발리리아의 시대에 웨스테로스에서는 또 자잘하지만 중요한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월로 막혀 있어서 쳐들어오지 못하던 월 북부의 와이들링 중에 겐델과 고른이라는 왕이 있어서 그들은 월 밑으로 땅굴을 파서 월 바로 아래에 있는 북왕국을 침범하게 된다.


하지만 스타크 가문이 이끌던 북왕국이 나이트 워치와 함께 이들을 막아 내면서 다시 땅굴로 도망을 쳤고 그 땅굴 속에서 길을 잃은 와이들링들이 수천 년간 땅 속에서 울부짖으며 헤매고 있다는 전설이 있다.


약 칠백 년 전쯤에, 북부에서 수천 년간 싸워오던 스타크 가문과 볼튼 가문의 전쟁이 스타크 집안의 승리로 막을 내린다. 볼튼 가문은 사람을 산채로 껍질을 벗겨 버리는 것으로 유명한 집안이다. 이후로는 볼튼은 스타크의 영주 수준으로 전락한다.


또 빼먹을 수 없는 이야기가 약 칠백 년 전쯤에 벌어진 로이나르의 이주다. 이게 웨스테로스로 이주한 종족 중 거의 최후의 이주인 셈인데, 에소스의 로인강 유역에 살던 종족이 웨스테로스로 옮겨 왔다. 특이한 점은 이들은 니메리아 였고 이들은 거의 만여척의 배를 이끌고 웨스테로스로 이주하게 되는데 대부분이 여성이었다고 한다. 아마조네스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이주한 니메리아는 도른의 모르스 마르텔과 결혼하여 그가 도른의 왕좌가 되도록 돕게 된다. 또한 니메리아가 이끌고 온 로이나르는 자신들만의 새로운 문화를 도른에 전파하여 여성에게도 성별에 상관없이 상속하는 도른 만의 문화가 만들어지게 된다. 물론 종교는 그대로 일곱신을 섬기는 걸로 동화가 된다.


주) 니메리아의 전통을 이어받은 도른은 "성평등" 분야에 있어 대륙에서 가장 진보적인 종족이 된다. 또한 그들은 왕이 혼자 권력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프린스"와 "프린세스"들이 집단으로 권력을 분점하는 과두정권 체제를 갖춘다. 따라서 이들을 왕자나 공주로 번역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끝으로 재미있는 부족의 이야기가 하나 남아 있다. 발리리아가 망하고 에소스가 혼란에 빠지게 되자, 어딘지 모를 동쪽의 평원에서 기마 유목민족이 하나 쳐들어 온다. 이름하여 도트라키.


의심의 여지없이 몽골을 연상케 하는 도트라키는 타르가리엔 왕가의 마지막 생존자이자 드라마 초반에 의상비 별로 안 들이고 출연을 해서 인기를 끈 대너리스 타르가르엔이 팔려가는 부족으로 등장해서 유명해진 부족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도트라키는 에소스의 자유도시들과의 전투에서 패하게 되고 군소 부족으로 전락하게 되는데, 이 때 도트라키의 강력한 기마부대를 물리친 것이 바로 거세 노예병 언설리드 들이다.


칼 테모라는 도트라키의 대장이 이끄는 12,000명의 기병이 언설리드 3000에게 무릎을 꿇었다고 하니 언설리드의 위력은 역사가 보증하는 모양이다. 나중에 대너리스가 세력을 확장하면서 언설리드 병사들을 대량으로 확보하는 장면이 드라마에 아주 멋지게 나온 적이 있다.


이렇게 해서 아에곤 이전 시절의 역사는 대략 정리가 된다.


그러면 소설은 아에곤 시절부터 시작되는 것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에곤 기점으로부터 298년 이후부터 스토리가 시작된다.


그 스토리들에 대해서는 앞으로 차차 이야기를 해보기로 하자.


이것이 일만 이천 년이 넘어가는 장대한 웨스테로스의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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