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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호 Jan 17. 2017

반기문 퇴주잔 사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현 대선 예비 후보자가 충북 음성군 원남면의 선친 묘소를 찾아 참배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찍힌 걸로 보이는 "반기문 퇴주잔 사건"이라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



산소에 배례를 한 뒤 반기문 후보에게 누군가가 술을 따라 주자, 잔에 술을 받은 반기문이 받아 마시는 영상이다.

보통 제사 예절이라 함은 기본적으로 망자에게 술을 따라 올린 후 배례를 드리고,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 뒤에는 상에 바쳤던 술을 모아 둔 퇴주 그릇의 술을 참례자들이 나눠 마시는 "음복"을 거치도록 되어 있다.

동영상에 보이는 반기문의 행동은 명확하지 않다. 일반 배례, 즉 절을 하는 장면이 있고 그 뒤에 예를 주관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 반기문의 술잔에 술을 따르자 그걸 마셔 버리는 장면으로 보인다.

얼핏 보기에는 선친에게 바치라고 따라주는 술잔을 마셔 버리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하고, 또 천천히 보면 배례를 마친 뒤에 음복용으로 따라주는 술잔을 마신 것 같기도 하다.

보통 술잔에 술을 받는 경우라면 상에 바치기 위한 경우가 제일 우선이다. 이 때는 퇴주잔이라 하지 않고, 헌주라고 한다. 그렇게 받은 술잔은 향을 거쳐 상에 올리고 절을 하는 순서가 맞다.

그리고 이미 상에 올려진 술잔은 내려서 크기가 큰 퇴주잔에 모으거나, 야외의 경우 퇴주잔이 없을 때에는 묘역에 뿌리기도 한다. 이게 퇴주의 절차다.

그리고 모든 절차가 다 끝나면 퇴주잔에 모아둔 술을 참례자들이 나눠 마시기도 하는데 이를 음복이라고 한다.

동영상에 나온 행동은 이중 어떤 과정이었는지 불분명하다.

1번의 경우였다면 반기문은 우리 전통 제례에 대해 완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백치 상태라고 할 수 있겠으나, 이 경우라면 퇴주잔 사건이 아니라 헌주를 마셔버린 무례라고 불러야 한다. 


아무리 유엔 사무총장을 오래 역임했고, 그 전에도 외교관으로 활동을 했다 하더라도, 우리 전통의 제례를 이 정도로 모른다면 뭔가 심각한 결격사유로 작용할 수도 있다. 안 그래도 귀국하자마자 온갖 구설수를 양산하고 있는 반후보의 자질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2번의 경우라면, 즉 퇴주를 모아야 하는데 마셔 버린 거라면, 약간의 실수 거나 가정마다 다른 전통적 행위일 수도 있다.

3번의 경우라면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이다.  

현장을 확인하지 못해 어떤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불확실한 상황을 놓고 정파적인 이유로 사람을 무례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못한 행동이다.

사진이나 동영상 한 컷으로는 상황을 정확히 알기 힘들다. 이런 상황을 두고 정확한 확인 과정을 거치지도 않고 마구잡이로 베껴 보도하는 언론도 문제려니와, 그런 선정적인 보도에 휩쓸려 정파성 짙은 편 가르기 싸움에 참여하는 것도 그리 옳은 태도는 아니다.

한 템포만 늦게 화를 내고, 한 템포만 늦게 싸워도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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