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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호 Jan 22. 2017

슬픈 사무라이

허무한 개그가 포함되어 있으니 노약자는 주의하시라!

아주 오래전 일본의 한 마을에는 전설 속에서나 나올듯한 거대한 느티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다.


그 느티나무 위에는 거대한 매가 한 마리 살고 있었는데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에 의하면 그 매와 싸워 날카롭기 그지없다는 그 매의 발톱을 하나라도 잘라오는 자는 전 일본을 일통 하여 새로운 막부를 건설하고 사상 최고의 나라를 세울 것이라고..


수백 년간 전설을 믿고 헛된 꿈에 부풀었던 수많은 사무라이들이 그 나무에 올라가기를 시도했으나 대부분은 첫 번째 가지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떨어졌고, 일부가 그 위로 올라갔으나 거대한 매의 사나운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반신불수가 되거나 생명을 잃고 말았다. 사람들은 이를 두려워하여 나무 근처에 금줄을 치고 범인의 접근을 막았으며 명절이 되면 제사를 올려 나무와 매를 숭배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해와는 달리 무척이나 더운 여름날, 찌는 듯한 더위를 뚫고 한 명의 왜소한 사무라이가 나타났다. 오척 단신에 허름한 죽립을 쓰고 볼품없는 칼을 찬 그 자는 한참을 아무 말 없이 나무 위를 올려 보더니, 동네 사람들이 미처 말릴 새도 없이 원숭이처럼 빠르게 나무에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땅에서는 가지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 나무 꼭대기에서 사나운 매의 울음소리와 사무라이가 휘두르는 병장기의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손에 땀을 쥐며 기다렸고 그 소리는 삼일 밤낮을 멈추지 않고 울려 퍼지다가 겨우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사일 째 되던 날 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그 사무라이가 나무에서 내려왔다.


사람들이 몰려들어 앞다투어 묻기를 과연 그 매를 사냥했는가 하자 그 사무라이는 말없이 뭔가를 꺼내 들었다. 그 사내의 손에는 거대한 매의 발톱이 일곱 개나 들려 있었고, 사내는 석양을 향해 광소를 터트렸다. 드디어 그 무서운 매의 발톱을, 그것도 하나도 아닌 일곱 개나 잘라온 시대의 영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앞다투어 그에게 절을 하기 시작했고, 마을의 최고 어르신이 용기를 내어 그에게 물었다.


"미천한 무리들이지만, 수백 년간 매를 섬겨온 저희들입니다. 이제 일본을 구원하실 무사님의 존함이라도 알 려 주셨으면 합니다. "


그리고 그 사내는 조용히 대답했다.


와다시와 쓰메끼리 데스!


이후로 우리는 손톱이나 발톱을 깎는 도구를 쓰메끼리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슬픈 사무라이의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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