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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호 Apr 08. 2017

은수미 전 의원을 만나다


은수미 전 의원을 만나서 인터뷰를 했다.

사진작가 좌린 님이 인터뷰 사진을 찍어 줬는데 나보고 이 쪽 의자에 앉아 보라고 하더니 이런 사진을 찍어 줬다. 뭔가 일본 조폭 같은 분위기.





오래전에 딴지일보 주관으로 은수미 의원(당시에는 의원이었다.)을 만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사노맹의 핵심 인물로 활동하다가 7년에 가까운 옥살이를 하고 나와, 다시 학부부터 시작해 박사과정까지 마치고 총리실 산하 국책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민주당 비례대표로 의원 생활을 시작한 사람.

상당히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부족한 점을 모르고 자라왔으면서도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놓치지 않는 일생을 살아온 사람이라는 느낌이었다.

그 결과 기사는 딴지일보에 실렸고 상당한 관심을 끌었으나 그건 시작에 불과했고, 2016년 초, 세상을 뜨겁게 달궜던 민주당 필리버스터의 주역으로 활동하면서 엄청난 주목을 받게 된다.

 [이너뷰] 금수저 물고 태어난 노동자의 편, 은수미를 만나다

물론 이 기사의 조회수 역시 수십만 단위로 올라가면서 글쓴이의 마음을 뿌듯하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그러나 세상만사 쉬운 일은 없는 법.

비례 초선의 임기를 마치고 성남 중원 지역구에 출마한 은수미 의원은 낙선의 슬픔을 겪게 된다. 거기에 뒤이어 당내 전당대회 당시, 단 하나의 트윗으로 인해 엄청난 "정치적 이지메"를 당하는 충격을 받게 된다.

필리버스터로 인해 급작스럽게 인기를 얻은 대가였는지도 모르겠다. 원래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이니까.

그랬던 "정치인 은수미"는 낙선해서 백수 신분이 된 지금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간간히 팟캐스트나 지상파 라디오에서도 모습을 보이고, 여기저기 강연을 하러 다니는 것이 보이기도 한다. 무슨 책도 써서 발표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피상적인 모습이 아닌 실제 모습이 궁금했다. 보통 아주 건장한 남성 정치인들조차 쓰러져 앓아눕게 된다고 하는 무서운 낙선의 고배를 마시고 어떻게 견뎌 냈을 것이며,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던 세월호의 상처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했다.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 불어오고 있는 근본적인 변화의 물결이 몰아닥치는 와중에, 즉 촛불과 탄핵과 대선이라는 굵직한 사건들이 연속으로 발생하는 이 역동적인 시대적 격변기에 정치인 은수미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 중일까?

궁금해졌고, 그래서 만나봤다.

솔직히 말해서 무척 걱정을 했다. 의지와 노력으로 버티면서 활동은 하지만, 속은 다 타서 시커멓게 죽어있는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될까봐였다. 살아있다는 느낌, "생기"는 의지와 노력으로 어찌할 수가 없는 일이다. 즐거움과 행복은 벼랑 끝에 매달려 고통을 참으며 발버둥 친다고 해서 생겨나지 않는 법이다.

박근혜 당선과 함께 자살 정국이 밀어닥치고 그 와중에 정치인 생활을 시작한 은수미 전 의원의 임기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편의점 주인들, 노동자들이 여기저기서 세상을 떠나 버리는 자살 정국이 끝나자 세월호의 비극이 터지는 식이었다. 은수미 본인은 이 19대 국회의원의 임기를 "트라우마의 시대"로 규정한다.  

그런 트라우마의 임기를 마치면서 필리버스터로 반짝 뜨더니 바로 낙선하고, 낙선의 후유증에서 벗어날 틈도 없이 겪은 전당대회 때에는 다른 사람도 아닌 같은 당 당원들에게 온갖 험한 소릴 다 들어야 했고, 대선 정국에서는 문재인과 이재명 사이에 끼어서 양쪽 모두에게 욕을 먹는 그런 과정을 겪어 왔으니 지쳤겠다 싶은 생각이 앞섰다.

너무 이르지 않을까, 그냥 다른 사람보고 인터뷰하라 그러고 나는 빠질까, 온갖 생각을 다하다가 그래도 내가 하는 게 맞다는 생각에 일정을 잡고 응하기로 했다.

다행이었다. 그렇게 주저하면서 만나게 되었으나 만나고 나서 얼마 되지도 않아 내 걱정은 그야말로 쓸데없는 걱정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정치인 은수미는 살아 있었다. 근근이 살아 있는 수준이 아니라, 아주 생기 넘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심지어 그 기운을 세상에 퍼트리고 있었다.



그 만남의 기록은 역시나 딴지일보에 공개될 예정이다. 1차 인터뷰에 이은 업그레이드 버전 보강 서비스.

"은수미를 다시 만나다."

은수미가 이야기하는 희망,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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