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수영 1
수영을 배우기로 한 것은 재채기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앉아서 일했던 직업 때문에 상태가 안 좋은 허리가 재채기 한 번에 다시 탈이 났다. 아침을 먹고 식탁에 앉아 신문을 읽다가 재채기를 했을 뿐인데 사달이 났다. 허리를 제대로 펼 수 없었다. 갑자기 ‘동작 그만’이 된 사람처럼.
아픈 허리를 펴지 못하고 구부정한 채 어기적어기적 걸어서 아이를 겨우겨우 어린이집에 등원시켰다. 아이 앞에서는 참았지만, 움직이는 것 자체가 많이 아파서 동네 한의원에는 울면서 갔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2층에 있는 한의원이 원망스러웠다. 한의원에 가기 위해서는 계단을 올라야 했는데, 그것도 힘들었다. 신발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어야 했지만, 양말만 신은 채로 데스크에 가서 허리가 아파서 왔다고 말했다. 진료 순서를 기다려야만 했다. 대기 의자에 앉아 있을 수도 없는 상태였다.
2년 전에도 회사에서 일하다가 허리디스크로 갑자기 병원에 입원했다. 의자에 15분 이상 앉아서 일할 수 없어서였다. 15분 지나면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펴주어야만 했다. 점심에 밥을 먹으러 가거나 거래처에 가서 미팅할 때조차 15분이 지나면 양해를 구하고 일어나서 허리를 펴야 했다. 오랫동안 가만히 앉아서 무엇인가를 하기 어려웠다.
허리디스크 전문 병원에서는 실비보험이 되는 비싼 시술(800만 원 정도)을 권했다. 간단하게 시술을 받고 1박 2일이면 퇴원할 수 있다고 했다. 오늘 입원해서 내일 오전에 시술하고 오후에 퇴원하면 바로 생활이 가능하다고 했다. 병원과 관련된 몇몇 이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디스크 시술을 한 후에도 꾸준히 운동하지 않으면 몇 달 뒤에 시술로 넣은 디스크가 다시 터져 나온다고 했다.
시술이든 수술이든 아직은 40대가 넘지 않은 젊은(?) 나이니, 추나 전문 한의원에 다니기로 했다. 추나요법과 치료 마사지, 공 운동으로 1년 이상 치료하면서 디스크가 더 이상 터지지 않게 조심하고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고는 운동한답시고 6개월 동안 평일에는 15킬로미터 이상을 계속 걸었다. 하루 종일 걸으면서 땀으로 눈물로 그동안 몸과 마음에 쌓였던 스트레스를 하나하나씩 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침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면 오후에 돌아오는 시간까지 동네 구석구석부터 아주 먼 지역까지 몇 시간이고 걸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매일 몇 시간 동안 걸어 다닌 운동이 내 허리 코어의 근육 강화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거다.
치료를 받던 추나 전문 한의원은 집에서 1시간 넘는 거리에 있었다. 다시 그 병원을 다니기에는 상황이 안 되었다. 동네 한의원을 검색해서 추나요법 치료를 하는 한의원에 갔다. 한의사 선생님께서 꼼꼼히 진단해주시고 추나와 침과 뜸으로 치료를 해주셨다. 2주간 일요일 빼고 매일 오전에 한의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
한의사 선생님이 몇 가지 운동을 추천해주셨다. 요가를 하기에는 지금은 허리에 무리가 많이 간 상태라 어려우니, 기구 필라테스나 수영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 기구 필라테스가 허리 코어 강화 운동에 좋다고는 했으나, 검색을 해보니 생각보다 비싸서 선뜻 시작하기가 어려웠다. 1회에 7만 원 하는 기구 필라테스 수강료는 내 기준에는 상당히 비싼 운동이었다.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기초 운동으로 플랭크를 먼저 해보라고 권하셨다.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보고 플랭크에 도전했으나 10초도 버틸 수 없었다.
집에서 가까운 수영장에 등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