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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Oct 05. 2024

시월에는 신창 풍력단지에서 등대를

새로운 명소 추가


해양수산부에서 10월 '이달의 등대'로 제주시 한경면 신창등대를 선정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신창 사는 친구가 있어 풍차해안로는 몇 번 걸어봤어도 신창 어디에 등대가 있었나?

금시초문, 하얗게 치솟은 해상풍력단지 위용은 익히 알지만 등대라니?

제주도 서쪽 해안을 지나는 선박의 안전을 돕기 위해 한국동란 얼마 후 비양도 정상부에 세운 등대는 여객선을 타고 건너가 찾아본 적이 있다.

그로부터 십 년 뒤인 1965년에 이미 설치된 신창등대는 그간 4초 간격으로 흰 불빛 깜빡거린다고.

선셋을 보려고 용수성지에서 노을녘까지 머문 적은 있으나 한번도 그 인근에서 밤을 맞은 일이 없었으니 등댓불과 조우할 계제 또한 있을 리 만무였다.

거처로 돌아가려면 두 시간 이상을 차에 실려가야 하므로.




서귀포 원도심에서 살면서 날씨만 괜찮으면 매일 뻔질나게 쏘다녔다.

동쪽 방향으로는 보목 포구, 표선  성읍마을, 성산 출봉, 세화 월정 김녕 함덕으로..

서쪽 방향에 오르면 중문색달해변, 안덕계곡, 산방산, 사계해안, 송악산 지나 노을해안로에서는 돌고래와 만나고 내처 달리면 물색 경이로운 판포리 금릉리 한림 애월이 이어진다.

한라산 넘는 길도 좌우로 나있으며, 천백 도로  타거나 중산간 거쳐서 넘어갈 수도 있다.

그간 처처 얼마나 꼼꼼스레 들쑤시고 다녔는지 손금 꿰듯 훤한 제주 지리다.

승지는 물론 계절 따라 핫한 명소가 주르름 입력돼 있는데 신창에 유명 등대라니?

위치 검색을 하자 구한경의앞에서 하차해 해안도로로 들어서면 된다고 했다.

침 전형적인 가을날씨다.

구름 한점없이 청쾌한 하늘이 어서 나서라고 부추겨댔다.

특별히 준비하고 자시고 할 거도 없이 간편복 차림으로 즉각 차에 올랐다.

근 두 시간 만에 한경면에 이르렀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잰걸음으로 풍차가 보이는 해안로 향해 직진했다.

모자를 없을만치 해풍이 거칠게 휘몰아쳐 모자를 접어 가방에다 넣었다.

티 없는 창천에 적당히 깔린 낮은 구름, 바다 빛깔은 눈부시게 푸르렀다.

절로 탄성이 터질 만큼 바다도 하늘도 한마디로 판타스틱 그 자체였다.

물색없이 쿵쾅대며 가슴이 뛰었다.

그 기운대로 달리다시피 해안가에 섰다.

너부죽한 해녀할망과 손주녀석 석조각방파제에 정겨이 걸터앉은 뒤편으로 푸른 바다 그리고 날개 하얀 해상풍력기가 빙빙 돌았다.

동으로 해안로 따라 백여 미터 걸어가자 카페처럼 아주 근사한 건물인 '남부발전 풍력센터'가 기다렸다.

건물 옆으로 난 해안길로 빨려 들어가자 흉금 탁 트이게 시원스러운 전망과 더불어 새하얀 해상교가 길게 드러났다.

오른쪽 작은 섬에 불턱 같은 구조물이 보였으나 무작정 바닷길로 치달렸다.

그랬다. 날아갈듯한 강풍에 겨우 중심 잡고 지탱해 가며 한사코 등대가 있는 바다 멀리까지 가보았다.

도중에 은빛 다금바리 조형물을 사진에 담는데도 몸은 비칠, 조심조심 어렵사리 한 장 건졌다.

일대는 제주 자생 고급 어종을 키워 방류하는 바다목장이 있어 그 기념으로 조성한 다금바리 상이라 한다.

다금바리는 제주 방언이고 정식 명칭은 자바리, 연한 흑갈색 바탕에 일곱 개의 진갈색 무늬를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크기 1미터에 체중 50 킬로 이상까지 자라는 대형어종으로 제주특산의 최고급 횟감인 동시에 출산 후 산후조리 용 맑은탕을 끓이는 바다 어종의 지존이다.

아무튼 희소성이나 귀한 몸값으로도 제주에서 최고로 치는 어류는 뭐니 뭐니 해도 다금바리이니까.

우뚝, 강풍 몰아치는 바다 위에 서서 듣는 풍차 날개 돌아가는 윙윙 소리는 기괴하기 그지없었다.

강한 해풍 때문인지 약간 흔들리는 감이 있는 부교 같은 다리 끝에 보이는 등대, 당연히 끝까지 가면 닿으리라 했으나 출입이 통제돼 있었다.

막다른 길이었다.


한번의 경험치가 있어서인지 돌아서 나오는 길은 종전만큼 겁나지는 않았다.

바다가 아닌 육지가 보여서 안심이 됐는지 모르나 하여튼 구름모자를 쓴 한라산 조망하며 여유있게 처음 자리로 돌아왔다.

여유가 생겨 이번엔 불턱 같은 낡은 구조물이 있는 작은 섬으로 들어갔다.

지붕도 없이 사방 벽만 가려진 가건물은 아마도 해녀들이 작업하기 전 옷을 갈아입는 장소 같았다.

근처를 한 바퀴 도는 승마 체험객들도 좁은 시멘트 길로 해서 또가닥거리며 섬에 들어왔다.

거기서 보면 비양도까지 일렬로 줄지어 선 풍차 전경이 아주 멋졌다.

다시 풍력센터로 나와 그 앞에 난 도로를 따라 등대를 보러 갔다.

내내 짙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걷노라니 기분 청쾌했고 폐부는 탁 트여 상쾌 후련하기 그지없었다.

길가 하얀 입체 조형물인 바다목장을 지나자마자 싱게물 공원에 닿았다.

싱게물은 새로 생긴 갯물(용천수) 이란 뜻의 담수욕장으로 여턍과 남탕으로 구분져 있었다.

빗물이 고일새 없이 지하로 스며드는 특한 현무암지대인 제주라 담수가 귀한데 이처럼 곳곳에서 터지는 용천수로 하여 식수와 생활용수를 해결할 수가 있는 셈이다.

공원에서 바다 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자 해녀상과 제주바다목장이란 글자 뒤로 등대가 보였다.

이쪽에서 보니 다금바리 조형물도 훨씬 선명한 게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등대 가까이 쯤에 이르니 풍차와 비양도와 한라산을 여유롭고 안전하게 감상할 여유가 생겼다.

오가는 방문객들 표정도 한결 느긋한 것이 편안해 보였다.

이쪽 바다에서는 원담 원형이 얕은 바다 곳곳에서 드러났다.

해안가에서 밀물과 썰물의 차를 이용하여 고기를 잡을 수 있게 쌓아 만든 돌담이 원담 또는 갯담이다.

우묵한 지형을 이용해 축조하기도 하고 여기처럼 천연으로 현무암이 울타리처럼 둘러쳐진 곳에 돌을 덧쌓아 만든 이를테면 돌그물 격이다.

원담 둘러보면서 천천히 큰길로 나와서 차를 기다리는데 이 하루가 정녕 꿈만 같았다.

그만큼 무엇 하나 부족함 없는 충만한 하루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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