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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Oct 09. 2024
은갈치 축제장에서 남사당 줄타기 구경
축제의 달 시월이다.
서귀포 은갈치 축제가 6회째를 맞았다.
서귀포항
동
부두에서 개최된 은갈치 축제 첫날인 4일 오후 두 시, 로컬 뮤지션의 축하공연이 있었지만 일단
다른
볼 일이 앞섰다.
오후 여섯시에 개막식이 진행됐으나
예술의 전당으로
오페라를
보러 가느라 역시 가지 못했다.
이튿날은 일기도 불순한데다 피로가 누적돼 두문불출 모드를 견지하기로 해 사흘째인 행사 마지막 날 구경을 갔다.
일요일
아침 내내 흐린 날씨라 꾸물대다가 11시 넘어서 풍물소리 따라 행사장
에 닿았다.
제주 대표 수산물인 은갈치를 맛보고 즐기며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이 축제가 3일간
열리는
서귀포항 동
부두
방파제
.
연근해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까닭에 해풍 심하게 몰아치는 바닷가, 축하 현수막과 깃발 등이 부산스럽게 요동질을 쳤다.
자구리 앞 해안가에 너울파도가 허옇게 일었고 섬섶 근처에도 파도 거칠게 밀려다녔다.
줄지어 선 부스들 훑어보며 요리강습도 기웃거려보고 은갈치 타투 그림도 찍어보고 갈치 구이도 맛보면서 가설무대 근처까지 갔다.
풍악에 맞춰 접시돌리기가 한창이더니 곧이어 하필이면 이런 악천후에 줄타기가 펼쳐지고....
남사당 놀이패 풍악소리 드높아지자 이윽고 무대 앞에 설치된 외줄에 오르는 젊은이.
인물 멋진 데다 말솜씨 유재석 못잖다며 입담 좋게 풀어내는 구성진 사설까지는 흥겨웠는데 고공에서 부채 펴들자 바람이 장난 아니었다.
건공중의 외줄은 심하게 흔들흔들, 고개를 치켜든 관객은 다들 긴장으로 마른침 꼴깍 삼킨다.
중심 잡기 어려운 강풍에 까닥하다간 다칠까 염려되는지 줄에 올라선 것만으로도 됐다며 내려오라 성화인 객석.
그래도 서울에서까지 왔으니 그간 갈고닦은 솜씨 보여드려야 한다면 부채를 확 펴들고 조심스레 내딛는 발걸음, 아슬아슬 조마조마.
'푸른 바다 은빛 물결, 어업인의 숨결'을 주제로 내건 축제다.
서귀포 수산물 할인 판매, 갈치 요리 체험, 문화행사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은갈치 축제 행사장.
마지막 날은 구름 잔뜩 낀 우중충한 날씨라 행사장이 한산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많았다.
축제 기간 동안 은갈치 가요제와 어업인 노래자랑, 테왁수영대회, 수산물 요리교실, 새벽 경매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강레오 셰프가 함께하는
갈치회
무료
시식을 비롯
갈치튀김과
오뎅튀김 시식 코너 앞에는 기다리는 줄이 구불구불 길게 이어졌다.
행사 기간
동안
각종 수산물을 최대 40%까지 할인 판매하는
부스도
구매 줄이 길었
다.
김치 버무릴 때 필요해
한 병 사들은
멸치액젓이 제법 묵직했다.
축제
지원은
서귀포 연안에서 잡는 수산물의 안전성을 알려 국민들이 안심하고
청정 수산물을 찾을 수 있도록
서귀
포 수협에서
행사 전반을 도맡았다
.
행사장을 돌다가 문득 한라산을 올려다보니 잿빛 구름장이 걷히고 있었다.
날이 들며 점차 서쪽 하늘이 파랗게 열리기 시작했다.
축제장 분위기도 무르익으며 한결 활기차졌다.
매일 밤마다 서귀포 앞바다 수평선에는 집어등 불빛 환하게 밝히고 어로작업하는 어선들이 일정 간격으로 늘어서 있다.
이튿날 새벽이면 뱃일 끝낸 고깃배들이 돌아와 밤새 잡은 생선들을 서귀포항 어판장에다 부려놓는다.
어판장에서는 갈치 조기 옥돔 다금바리 외에 여러 잡어들이 새벽마다 경매에 들어간다.
가을철이 되면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남쪽 바다인 서귀포 쪽으로 돌아온다는 갈치떼.
이때야말로 서귀포 어민들의 손에 가장 많이 잡히는 생선이 은갈치다.
그물로 잡아올리는 게 아니라 주낙으로 낚아올려 은비늘을 전혀 상하게 하지 않아서 은갈치일까.
오래전부터 서귀포 지역에서는 갈치에 늙은 호박과 푸른 배추를 넣고 끓인 갈치 국을 즐겼으며 관광객 사이에도 명물로 자리 잡혔다.
처음엔 갈치국 먹어 볼 엄두도 못 냈다.
어쩐지 몹시 비릴 것이란 선입견 때문이었다.
중부지방에서 갈치는 거의 구이나 조림과 찜으로 반찬을 만들었기에 국은 영 낯설었다.
섬 토박이인 삼춘으로부터 전통 갈치 요리법을 배운 현주씨가 맑게 끓인 갈치 국을 전혀 비리지 않고 맛도 괜찮다며 들고 왔다.
맵고 빠알간 매운탕보다는 평소 지리를 더 선호하는 편이지만 고춧가루가 안 들어간 허연 갈치국이라니 도시 적응이 안 됐다.
그러나 내 식성을 익히 파악한 그녀가 권하는 갈치국이니 먹을만할 거 같았다.
첫 술은 조금만 떠서 조심스럽게 맛부터 봤다.
어머나~ 신기해라!
비리기는커녕 국물 맛 구수한 데다 무엇보다도 그럴 수 없이 시원했다.
한국인만이 아는, 입천장이 데일 정도로 뜨거운 국물을 떠먹으며 카아~ 시원하다는 소리 절로 터지게 하는 그 맛!
아직 직접 갈치 국을 끓여본 적은 없으나 이제 식당에 가서도 주문할 만한 그런 맛이다.
서귀포에 살다 보면 자연 갈치국 마니아가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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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 지나니 만사 여유작작, 편안해서 좋다. 걷고 또 걸어다니며 바람 스치고 풀꽃 만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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