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량화 Oct 12. 2024

 흥겹던 옥토버페스트 맥주축제

일곱 시간을 분초로 쪼개어 추적당한 사람도 있었다.

보통인에게 그런 일은 벌어질 리 없겠지만 불과 며칠 전인 하루 일과도 일일이 다 기억해 내기란 쉽지가 않다.

아무튼 지난 토요일, 아침부터 밤까지 빡빡하게 지냈다.

미사 다녀와 밭이랑에 가을채소 씨를 뿌리고,
점심때가 되자 총알같이 튀어나가 블러바드 핼러윈 카니발에 휩쓸려 다녔다.

거기서 만난 예닐곱 한인들 울 집에 몰려와 수다 떨며 티타임도 가졌다. (집 바로 앞에다 주차했던 관계로)

오후 다섯 시 반에는 이미 약속돼 있던 영어쌤이랑 지역 맥주 양조장 카페에 가서 밤늦게 돌아왔다.

이런 작은 동네에 맥주 만드는 집이 있을 줄 생각도 못 했는데 만능 고급정보통 친구로부터 귀띔받아 안 장소로, 이웃에 사는 영어쌤한테 같이 가자고 했다.

그랬더니 얼씨구나 좋다 해서 성사된 일이다.

문제는 음주운전, 아내를 평소 왕비같이 모시는 그녀 남편 배려로(서양 사람들 장점!) 기꺼이 오가는 길 대리운전사처럼 라이드 해 준 덕에 편히 다녀올 수 있었다.

헌데 아뿔싸, 전선에 나가는 병사가 총을 안 들고나가듯 충전시키던 폰을 깜빡 잊고 그냥 가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이런~~~ 맥줏집에 가기 전부터 이미 취해버렸던가?

딱 Bravery Brewing에 들어서 색다른 풍경과 마주친 순간 그제서야 아차차~싶은데 어쩌랴.

그 바람에 맥주 제조 공정이나 카페 분위기며 옥토버 페스트의 하이라이트인 핼러윈 코스튬 콘테스트 같은 사진을 놓치고 말았다.

영어쌤이 찍어 보내준 내 사진 외엔 고로 건진 사진은 전무한 상태.

독일 뮌헨 옥토버페스트(구글 사진)

90년대 초, 유럽으로 처음 배낭여행을 떠나 한 달간 각국을 돌아다녔다.


그중 뮌헨에서의 하루가 어제 일이듯 스쳐 지나갔다.


독일 바이에른 주의 주도 뮌헨에서 매년 가을 열리는 옥토버페스트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 큰 맥주 축제다.


여름에 갔으니 직접 참여한 건 아니지만

세계 최대 규모의 민속축제가 열리는 동안 그 열기는 대단하다고 들었다.


우선 옥토버페스트에는 매년 평균 6백만의 방문객이 찾아 대성황을 이룬다고.


실제 뮌헨시의 인구가 백오십만 가량이란 사실을 감안하면 엄청난 인파가 몰리는 세계적 축제겠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옥토버페스트는 1810년 10월 12일 뮌헨에서 있었던 바이에른 왕국의 한 결혼식에서 유래됐다는데.


바이에른 왕국의 황태자 루트비히(Kronprinz Ludwig)와 작센의 테레제 공주(Therese von Sachsen-Hildburghausen)의 결혼식은 굉장했다.


결혼을 기념하기 위해 무려 5일 동안이나 왕국 전체의 모든 생산활동이 중단되고 연회가 열렸다니 말이다.


옥토버페스트에서 마시는 맥주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1ℓ짜리 거대 맥주 잔인 마스크루크.


옥토버페스트에서는 오직 마스크루크 맥주잔만 사용된다고 한다.


이 축제를 위해 뮌헨의 양조사들은 특별히 알코올 도수가 높은 맥주를 만들어 내놓는다.


그러다 보니 축제장은 술주정꾼의 난장판이 되기 일쑤.


오죽하면 2005년에 '조용한 옥토버페스트(Ruhigen Wiesn)'라는 조직이 결성되기에 이르렀다고.

다시 우리 동네, 시원하나 뜨거웠던 옥토버페스트 맥주축제 얘기다.

약간 수선스럽고 어둑신한 인테리어는 상호와도 걸맞고 분위기에 잘 어울렸다.

손님들은 내 집인 양 편안하고 쾌활하게들 맥주를 즐기고 있었다.

홀 어디선가 끊임없이 담배연기 같은 푸른 스모그가 피어올라 몽환적 느낌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앞쪽 무대에선 5인조 가족밴드가 신나는 리듬을 연달아 난타처럼 두드려댔다.

리드 기타는 아버지가 담당했고 아들과 딸은 전자피아노와 기타를 치며 온 전신으로 노래를 불렀다.

드럼 치는 막내의 코믹한 피에로 분장은 아주 우스꽝스러웠다. (분위기 파악 못하는 벽창호에게 모든 부연 설명은 영어쌤 몫)

서른 가지나 된다는 동네 맥주 몇 종류를 시음한 후, 핼러윈이라서 이름도 으스스 한 Blood hand(우측 2번째)를 택했다.

영어쌤은 색이 짙은 old rat(맨 좌측)를 선택했다.

그녀 맥주는 도수도 세고 풍취도 강했다. (덩치가 있으니 그녀는 괜찮다)

내 경우, 탄 맛이 나는 짙은 색 맥주보다는 평소 입에 익은 부드러운 맥주가 훨씬 나았다.

손잡이 달린 두툼한 맥주잔이 아니라 양주 글라스 같은 커다란 컵에 담긴 맥주를 핼러윈 차림을 한 직원이 서빙했다.

이 집의 장점은 21세 이상이면 누구나, 그리고 개까지 가족으로 쳐줘서 동반해도 무방하다.

단 안주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걸 그녀가 미리 검색해 본 터라, 눈치껏 이른 저녁식사에 안줏감도 대강 준비해 왔다.

그러고 보니 주변 다른 사람들은 거의 깡맥주, 더러 스낵 봉지가 테이블에 놓였을 정도로 빈약했으니 독일식 푸짐한 소시지를 염두에 두었더라면 다소 실망스러울 뻔.

아홉 시 정각에 시작된 코스튬 콘테스트엔 다채로운 차림들이 등장했는데 험상궂은 바이킹 전사가 일등을 차지했다.

개인적으로는 그리스 계관시인 차림새가 젤로 멋지던데 바이킹은 아마도 용감하다는 상호와 맞아떨어지기 때문?

Bravery Brewing Company에 오심을 환영합니다. 매 순간을 즐기시고 용기 있는 삶 누리는 것 잊지 마세요!

이 집 광고에 나온 마무리 멘트다.

우리 모두도 신나고 흥겨운 리듬처럼 시월의 나날 즐거이 보낼 수 있길...


모두들 지금 있는 그 자리, 거기에서 행복하길...... 2017

** ​화상 입은 팔목에 붕대 둥둥, 제대로 어울리는 해적두목 ㅎ~









                                                          ​

작가의 이전글 추수날, 마치 직접 논농사 지은 듯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