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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Oct 12. 2024

안덕계곡 예술제,  기획  참신했는데

천연기념물 제377호로 지정된 안덕계곡.

깎아지른 기암절벽 그 아래 암반 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맑은 물길 운치롭고 아름다운 계곡이다.

과히 긴 계곡은 아니지만 임팩트 있는 골짜기임에 틀림없다.

절경 이룬 자연 품에서 예술제가 펼쳐진다니 호기심이 샘솟았다.

석벽에 반사된 울림은 감성의 현을 터치하며 속 깊이 스며들 것이다.

축제의 달 시월 주말은 이래저래 유혹이 많았다.

오전 내내 만판 게으름 피우며 빈둥대다가 기어코 유혹에 지고 말았다.

계곡에서 즐기는 색다른 문화예술과의 만남,

제1회 안덕계곡 예술제는 프로그램조차 은근스레 꼬드겨댔다.

피로가 누적돼 가급적 편히 쉬려던 주말인데 늦은 대로 오후 세시 결국 밖으로 나왔다.


참신한 발상을 한 이가 누구였을까.

안덕계곡에서 예술제를 열, 기발하고 특별한 생각을 한 그이는 누구일까.

리플릿을 보니 사단법인 문화예술공간몬딱과 비영리문화예술단체인 제주공감이 기획하고 연출했단다.

이처럼 신선하고 독특한 문화예술 콘텐츠가 계속 더 많이 시도되고 탄생되기를!

제1회 안덕계곡 예술제는 토요일 오후 세시 반부터 다섯 시까지 서귀포 안덕계곡 자연 공간에서 펼쳐졌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제주문화예술섬 ‘고치 가치 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고 한다.

예술제는 안덕계곡의 아름다운 풍광과 물소리 이웃하여 천연 바위 위에서 어우러지는 특이한 공연이었다.

무대도 자연 암반이요, 객석도 의자 대신 사철 풍우에 씻긴 너럭바위다.

이보다 더 자연친화적인 공연을 열 수가 있겠으며 공연자와 관객이 이 이상 더 자연스레 하나 될 수 있을까.

자연조명 외에 조명이라고는 몇 개의 램프, 무대장치가 별도로 없어도 석양빛이 바위를 황금색으로 물들여 신비감을 더했다.

총괄기획 김민수, 공연 연출 이정려, 음향감독 장병일, 피아노반주 이금춘, 사회는 황안나가 담당했다.

테너 박기천, 소프라노 최세정 등 성악가의 힘차고도 청아한 목소리는 계곡이 동굴이듯 바위벽에 부딪치며 울림통 역할을 해서 한층 경이로웠다.  

제주연무용단 예술감독인 무용가 박연술의 춤판을 비롯해  팬플루트 서란영, 아카톤즈 아카펠라, 혼디갑주상록합창단도 출연하였다.


짜임새있게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라 긴장도와 몰입도는 최대치로 높였다.

인파에 끼여있어 시야도 가리고 주변 웅성거리는 소음에 동영상 촬영은 접고 귀만 나팔귀로 열어두었다.

첫해 행사라 참석자가 과히 많지 않을 줄 알았는데 웬걸, 요지부동 자리를 옮길 수도 없을 정도로 콩나물시루였다.

역시 사람 마음은 대동소이하다.

거의 파격에 가까운 특별 기획에 쏠리는 관심!

늦게 입장한지라 패스했던 사진과 그림들은 나올 때 챙겨봤다.

예술제에 걸맞게 음악과 춤만이 아니라 사진, 그림 전시도 한몫을 했구나.

지역의 사진작가들이 안덕계곡을 주제로 찍은 사진 ‘안덕계곡 비경 사진전’도 눈길을 끌었다.

동시에 민효기 작가의 지도로 지역민들이 이곳 자생식물을 탐방하고 그림으로 완성시킨 ‘안덕계곡 보태니컬 아트’ 전시회도 개최됐다.

동백꽃, 부용화, 제주상사화, 동백나무를 조촐하나 정갈한 솜씨로 그려 놓았다.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연계하여 문화적 역량을 키워나가면서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 취지에 부합된 예술제답다.

애초 주최 측에서는 참석자를 2백여 명 정도로 생각했다는데 곱절 이상의 대성황을 이뤄 행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오후 해 질 녘, 축제가 끝난 뒤 안덕계곡을 나서고도 한참까지 박하향 같은 풋풋하고 산뜻한 느낌이 따라왔다.  


한해 뒤.

지난가을,  뜻밖의 선물처럼 감동적이었던 안덕계곡 예술제가 열린다기에 달력에 동글뱅이를 쳐뒀다. 아날로그 세대답게.


오전에 성산 일출봉 올랐다가 개막시간 좀 지나 안덕에 다달았다.


입소문도 난 데다가 나처럼 작년 가을의 감흥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았던지 계곡은 인파로 휘덮여 있었다.


일단 초입에서 맞아준 안덕계곡 비경을 주제로 한 사진전과 어반스케치 그림전부터 감상했다.


한 학기 동안 어반스케치를 했기에 눈에 익은 풍광과 견주어가며 각자 스케치로 재해석된 그림을 음미해 봤다.


음악회는 오프닝 무대가 지나 셀레스테 밴드의 공연이 진행 중이었다.


음악에 맞춰 관중들은 한 덩어리 되어 손뼉을 치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동네 아줌 동아리의 건강체조며 퓨전 밴드, 바이올린과 색소폰 연주, 산방산 오케스트라,

성악가의 굵직한 바리톤이 차례로 이어졌다.


첫회의 큰 호평에 자만했던가, 기획이나 연출 등 프로그램 전반이 산만하고 치밀도가 낮아 느슨한 감이 들었다.


긴장도가 떨어졌으며 신선도 역시 작년만 못했다.


어쩌면 기대가 너무 컸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만 그런 느낌이 아닌 것이 중도에 퇴장하는 관객이 늘며 전체 분위기까지 허술해졌다.


요즘 사람들 수준이 좀 대단한가.


객석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거나 격에 미치지 못하면 여축없이 당장 외면해 버린다.


몰입도 낮으면 진득하게 기다려 주지 않는다.


동영상도 숏츠가 대세인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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