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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Oct 13. 2024

별난 구경거리

Festival의 계절이 열리면서 울 동네에 흔치 않은 별난 구경거리가 생겼다.

지난 화요일부터 다운타운 블로바드를 임시로 막아놓았다.

여러 중장비들이 오가면서 높직하니 전광판에다 여러 종의 빌보드를 달고
우리 집 바로 곁에까지 견고하게 펜스를 치기에 와카노? 싶었다.

거리 코너마다  밀짚단이 잔뜩 부려지고 고무로 만든 방책과 플라스틱 재질의 방어벽도 길게 끌어다 놨다.

공사 끝마무리 중인 블러바드를 지나다가 가을하늘에 펄럭이는 Streets of Lancaster Grand Prix란 안내글을 보았다.

뭔 소리래? 싶어 시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검색을 해봤지만 한번도 본적 없는 이례적인  레이스다. 

아침 나절, 성당을 다녀오는데 거리풍경이 낯설 정도로  변해버렸.

도로상에 철제로 된 임시 관람석도 만들어놨고 간이 부스가 도로 중앙에 나란히 세워졌다.

이른 시각부터 사람들이 웅성거리는가 하면 착 달라붙는 운동복 차림에 헬멧을 쓴 젊은이들도 다수 보였다.

카레이스도 아니고 경마도 아닌 이 뭣고? 싶어 호기심이 있는 대로 발동 중인데 반짝반짝 윤나는 장난감같이 작고 납작한 자동차들이 줄줄이 나타났다.

Karting 즉 고카트 레이스는 경기용 소형 자동차로 0.7000 miles 구간을 질주하게 된다고.

철책 및 각종 시설물이 빙 둘러쳐진 블러바드와 울 동네 에비뉴를 몇 바퀴 뱅뱅 돌아야 그 거리를 맞추겠다.

으메~ 별게 다 촌사람 웃겨주며 놀래키기까지 하네.


그래도 살다 보니 별난 구경거리를 다 만나는군 ㅎㅎ

완죤 시골영감 기차 타고 서울 간 스토리 비스무레한 걸 엮은 이유는 LA 사진 하는 분들 초대장 대신으로.



Festival Dates/Times*

Saturday: 12:00 PM - 10:00 PM
Sunday: 12:00 PM - 4:00 PM
*Racing will occur Friday-Sunday
Ongoing Activities During Festival:
Children's Activities
Classic Car Show  (Saturday Only)
Food

Arts & Crafts Vendors  


  

이제 본격적인 레이싱으로! Racing kart를 처음 구경한 것은 뉴저지로부터 캘리포니아로 이사 온 2014년 가을.

여느 날과 같은 시간대 등굣길에 나섰다가 집 주변 여기저기가 막혀있어, 돌아가느라고 지각을 하고 말았다.

많은 양의 임시팬스가 길가 군데군데 부려져 있고 밀짚대로 만든 네모 반듯한 건초덩이와 플라스틱 안전막이 불러바드 주변에 쌓여있었다.

행사 주관처인 도요다 자동차 깃발과 현수막이 곳곳에서 나부꼈고 관중석과 각종 부스도 진을 치기 시작했다.    

이후 해마다 가을이면 연례행사처럼 블러바드 선상에서 카트 레이싱 스트리트 파티가 펼쳐졌다.

첫해 높은 성원도에 열기마저 뜨거운 그 이벤트를 보며, 하릴없이 모여서 별 싱거운 놀이도 다 한다 여겨졌다.

진행자의 열띤 목소리가 고조될수록 카트는 순식간에 휙휙 눈앞에서 사라져 갔고 지면과의 거친 마찰로 생긴 파란 연기 뭉터기 져 뒤를 따르며 안 그래도 조그만 차체를 한동안 숨겨버렸다.

레이스카 축소판 같은 납작한 차량은 장난감처럼 작기도 한 데다 땅에 거의 달라붙다시피 해 달려봤자 무슨 재미랴 싶었다.

처음 접했을 때는 이름도 몰랐던 레이싱 카트는 1인용 카트를 타고 레이싱카와 마찬가지로 다이내믹한 속도감을 즐기는 모터스포츠의 하나였다.


안전 보호구에 라이딩 슈트로 폼을 낸 날렵한 레이서들은 대부분 청소년과 청년들이다.

원래 독일주둔 미군이 기지 내에서 손쉽게 모을 수 있는 재료와 엔진을 부착해 탈것을 만들어 기지 않을 돌면서 스피드를 즐겼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의 자동차 엔지니어였던 아트 잉겔스가 버려진 쇠파이프와 잔디 깎기용 엔진을 사용하여 만든 것이 기원이라고도 한다.

둘 다 1955년도로 제작시기는 동일한 데다 양쪽 다 제작방법이나 의도 역시 그럴싸하니 암튼.

카트 자체도 작디작고 바닥이 어설프게 드러난 엉성한 몸체로 씽씽 내달리는 걸 이름도 모른 채 들여다보며 희한한 노리개 경기도 다 있네, 했는데 가격이 자그만치 대당 라는 바람에 놀랬다.

헬멧 필수인 카트 레이서들은 취미로 즐기는 동호인 수준 외에 본격 선수도 있으며 아이들 장난감만큼이나 우습게 보였지만 짜릿한 속도감은 상상초월이라나.

레이싱 카트의 최고속도는 120~160km이며 체감속도는 200km를 넘는다니까.

어설퍼 보이는 꼬마자동차이나 시동 걸리자마자 터지는 엔진소리는 폭주족의 굉음에 가깝다.

예리한 마찰음이 귓청을 후빈다 싶으면 곧바로 타이어 타는 냄새가 진동.

연기와 함께 감각을 역하게 자극해 잠시 보다가 돌아왔다.

그러나 집에 앉아있어도 날카로이 들리는 소음에 하루 온종일 신경이 쓰였다.

블로바드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정신 수란 커나 말거나

하여간 울 동네 시장님은 한주 멀다 하고 기발난 행사 유치하는 데는 귀재인 게 틀림없다.

하긴 그 덕에 카트경기를 안마당만 나서도 구경하긴 하지만.



카트 레이싱이 끝난 월요일 아침.

신기할 정도로 말끔하게 치워졌다.


거리는 밤사이에 전처럼 깜쪽같이 정리돼 있었다.

모두가 곤히 잠든 사이에 누군가는 깨어서 밤새워 그 일을 하였다는 얘기다.

한밤중뿐인가. 뒷전에서 묵묵히 맡은 일에 충실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어 세상은 한결같이 유지된다.

거의 모든 분야의 공정들이 자동화 시스템이나 로봇의 도움으로 위험도도 낮춰지고 편리해졌다지만 여전히 수작업이 요구되는 일들은 많다.

금번 다운타운 행사를 앞두고 지난 화요일부터 벌인, 도로와 인도 사이에 칸막이 스를 두르는 일만 해도 그랬다.

이어서 충격완화용 플라스틱 시설물과 짚단들을 스 따라 정연하게 자리 잡아 주느라 형광색 조끼를 입은 정비요원들은 저마다 바쁘게 움직였다.

그들은 광고 현수막에 깃발도 곳곳에 고정시켰으며 거창스런 조명시설과 대형 관람석도 서너 군데나 들여놨다.  

블러바드 선상에서 벌어질 가을 이벤트 설비 자재를 나르는 운송차량이 줄을 잇는 동안 그들은 분주했다.

마찬가지로 그 요원들은 행사가 마감된 후 밤샘작업을 통해 제반 시설물들을 철거하고 깨끗하게 청소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거리를 원상태 그대로 되돌려 놓았다.    

시에라 산행을 하다 보면 트레일 도중, 큰 돌 사이사이 작은 돌을 끼워 넣으며 축대를 손보거나 쓰러진 나무둥치 혹은 굴러내린 바위를 치우며 산길 보수하는 인력을 만나기도 한다. 


산행인들 불편하지 않도록 국립공원 산길 관리하는 레인저들 덕에 우리는 험한 길도 수월하게 걸을 수가 있었던 것.

표도 안 나는 궂은일을 저 뒤켠에서 묵묵히 해내는 분들.

맡은 바 자기 직분에 최선 다하는 모든 분들의 노고에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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