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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r 28. 2024

놓치기 아까운 서귀포 유채꽃 명소 두 곳

미라지 계곡과 JW메리어트 언덕길

월평에서 대평까지 걷는 올레길 8코스를 걷다가 우리는 도중에 다른 길로 빠졌다.마음 내키는 대로 신라호텔 쉬리의 언덕을 거쳐 롯데호텔 지나 엉덩물계곡, 새 이름 미라지로 내려가 볼 작정이었다.


미라지(美羅池)는 엉덩물 계곡에 숨은 작은 못이다. 명칭 공모전에서 뽑혔다는 '아름다움이 비단처럼 펼쳐진 연못'이란 이름은 좀 과장된 느낌이다. 말간 물이 관을 타고 계속 주입되고 있으나 웅덩이처럼 물빛 탁하고 이끼 잔뜩 껴 매우 너저꺼분하다. 지금은 그래도 못 주변을 정화시켜 새로 지어준 이름 미라지라는, 뜻 그럴싸한 명칭이 정착되었으면 좋겠다.

이곳은 원래 지형이 매우 험준해 짐승들조차 물이 있는 계곡에 내려올 엄두를 못 냈다는 골짜기다. 여기에 생긴 그대로의 지형지물을 십분 활용해 자연스럽게 가꾼 멋들어진 유채꽃길. 성산포 인근이나 산방산 아래처럼 인위적으로 만든 직사각형 유채밭이 아니다. 그냥 저절로 조성된 듯 자유로이 펼쳐진 비정형의 곡선이 주는 자연미가 정겨워, 보는 이의 마음까지 푸근하게 해 준다.


예상대로 이날 유채꽃은 최고로 많은 상춘객을 불러 모았다. 저마다의 손안에 들린 sns 정보 덕에 좋다더라는 소문 삽시간에 퍼져 수많은 이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야자수와 어우러진 유채꽃 풍경에서는 문득  캘리포니아가 연상되기도 하였다. 이 계곡에서 유채꽃 정령들과 노닐면서, 이리저리 꽃길 소요하며 봄을 즐기는 뭇 표정들 스냅으로 담아둔 다음 주차장으로 해서 색달해변에 들었다.

여기서부터는 옥빛 바다가 탄주 하는 파도 소리에 흠뻑 취한 채 은모래 위에서 한나절 일광욕을 즐겼다. 푸른 바다도, 하얗게 밀려오는 파도도, 솔숲 새소리도, 이 모든 경개 좋은 풍광 오롯이 즐기는 순간만은 여긴 우리가 전부 소유하는 거. 살다가 이런 은총어린 축복을 다 누리다니, 하느님 보시기에 밉지는 않게 살았던가.


주소:제주자치도 서귀포시 색달동 3384-4


작년 3월 오픈한 JW 메리어트 제주는  근사한 신축 건물이다. 세계적인 건축 거장이라는 빌 벤슬리(Bill Bensley)의 작품이란다. 여의물을 지나다 보면 바다 굽어보는 언덕에 들어선 대규모 리조트로 요즘 만개한 유채꽃이 거장의 건축물을 한층 돋보이게 해 준다.


경내 기슭을 따라 흐드러진 유채꽃물결.  마치 추수기의 다랑논처럼 자연스러운 곡선미를 드러내며  지금 샛노랑 유채꽃이 한창 절정을 이뤘다. 외돌개가 서있는 절경지를 품은 제주 올레 7코스와 연결돼 있어, 올레객들까지 뜻밖의 호사를 누린다. 친절하게도 리조트 측 배려로 유채꽃 산책로를 개방해 준 덕이다. 물결지는 유채꽃 사이에서 저마다 푸른 바다 배경으로 멋진 인생샷 한 컷 건지느라 여념들이 없다.


유채꽃 사이에 뜬금없다 싶게 울긋불긋 웬 거석문화? 무식한 안목과 속내야 스리슬쩍 감추고 점잖스레 직원에게 물었더니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란 유명작가의 작품이란다. 산책길에서 내려다보이는 노란 유채꽃 너머 환상적인 바다야말로 뭐니뭐니해도 최상의 매력 포인트. 솔숲 곳곳에 벤취가 마련돼 있어 솔바람 속에서 청남빛 바다 즐기며 망중한의 한때를 보낼만.

그간은 바다멍 때리러 중문 신라호텔 쉬리의 언덕까지 일부러 갔는데 이제는 가까운 여기로 콕! 찜해뒀다.


때마침 개관 1주년을 맞이해 28일부터 30일까지 특별한 삼일장도 열리고 있다.  셰프들이 선보이는 솥뚜껑 유채전과 가마솥수육, 바비큐, 유채꽃 포토존, 유채꽃갈피 만들기, 플리마켓, 야시장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했다는데 오늘은 진종일 비. 내일은 화창한 날씨가 예고됐으니  한번 JW 메리어트 제주로 고고싱!!!


주소: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호근동 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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