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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Oct 16. 2024
이웃집 핼러윈은 괴기스러워
뉴저지에 시월이 들면 황등색 호박이 제철을 맞는 핼러윈 시즌에 접어들게 된다.
마치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집집마다 성급하게 초순부터 핼러윈 장식들을 하기 시작한다.
핼러윈 축제는 불경기 여부와 관계없이 매년 미국을 들썩대게 한다.
아래 사진들은 핼러윈을 앞둔 이웃에서 찍은 것으로 특히 공동묘지 컨셉의 어느 집 정경이다.
집 앞 정원을 아예 요란뻑적스레 무덤가로 꾸몄는데 으스스 푸른 연기까지 피어오르고 있다.
게다가 반쯤 열린 관에서 백골 뼈다귀들이 일어나질 않나, 미라가 튀어 오르질 않나.
검은 옷자락 날리며 지붕에 매달린 흡혈귀에다 공포 분위기를 유도하는 음산한 음악까지...
핼러윈(halloween)의 어원은 가톨릭 교회에서 유래됐다.
즉 성인의 날(All Hallows Day)인 11월 1일은 모든 성인들을 기리며 종교적 행사를 갖는 가톨릭 교회의 전통적인 기념일이다.
이 날을 기념하는 전야제(All Hallows Eve)가 오랜 세월 변화하면서 전해져 내려온 것이 바로 핼러윈의 어원상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핼러윈의 유래는 미국이 아닌 먼 옛날 유럽의 영국과 아일랜드 지방을 지배했던 켈트족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켈트인들은 매년 10월 31일을 악령을 쫓는 축제일로 삼았다고 한다.
이 유래를 좀 더 살펴보면 기원전 5세기경 켈트족이 거주하던 지금의 아일랜드 지방과 북부 유럽의 지역은 겨울이 길어 10월 31일을 여름의 마지막으로 보고 11월 1일을 새로운 해의 첫날로 기념했었다.
이같이 켈트족의 새로운 한 해를 축하하는 의식과 중세 유럽의 영혼 구원을 위한 기도 의식에서 비롯된 핼러윈이다.
기원후 1세기 경 로마인이 켈트족의 풍습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로마인은 사람을 불에 태우는 행위는 하지 않았고 대신 인형을 만들어 불에 태우기도 했다.
이 풍습이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변해 귀신이 몸에 들어온다는 의식은 약해지고 도깨비, 귀신, 마녀와 같은 차림을 하고 모여 노는 축제 형식으로 발전되었다.
이 풍습이 이민자들에 의해 북미로 전해졌으며 오늘날 어린이들의 축제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아무튼 취미도 가지가지다.
그런 점에서 미국인들은 재미있기도 하고 취미가 요상 괴상 희한도 하다.
아무리 핼러윈이라 해도 어찌 집 앞에다 저리 괴기스레 호작질을 넘어 분탕질을 한담.
애도 아닌 어른이 앞장서서 온 가족 함께, 그것도 순전히 일삼아 한편으론 놀이 삼아 저지레를 하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우리 집 현관 앞 핼러윈은 순진스런 재롱잔치 수준.
시월 내내 들떠 지내는 핼러윈 데이는 미국인들의 3대 명절 중 하나이다.
핼러윈데이, 크리스마스와 추수감사절이 합쳐 그들의 명절은 셋이다.
그만큼 대단한 날이다.
요즘엔 한국에서도 백화점에서 핼러윈 특수를 본다지만 여기처럼 요란뻑쩍지근할까.
시월 들면서 상가는 온통 주황빛에 휩싸인다.
둥실둥실 커다란 호박에 아기자기 어여쁜 장식 호박에 단풍 잎새에 옥수숫대에 짚단에 건초더미에...
핼러윈 캔디 준비까지 하여튼 한 달 동안 핼러윈 준비물로 상가가 흥청인다
집집마다 등황색 큰 호박을 현관 양옆에 앉혀놓는 것은 기본이다.
건초더미 옆에 천으로 만든 농부 인형을 세우거나 박쥐 모양을 지붕가에 띄우기도 한다.
또는 흐느적대는 유령이며 나무에 해골 모형을 매달거나 왕거미에 거미줄 장식까지 별 괴이쩍은 아이템들이 다 등장한다.
이윽고 시월 마지막 밤이 되면 아이들은 미키마우스니 닌자 거북, 빗자루 탄 유령, 귀신 분장을 하고 집밖으로 나선다.
떼를 지어 아이들은 핼러윈 캔디를 얻으러 동네방네 돌고 어른들은 가장무도회 닮은 핼러윈 파티를 즐긴다.
그 차림을 낮에도 아무렇지 않게 하고는 길거리 활보를 한다.
피식 웃음이 날 만큼 하는 짓 싱거운데 손까지 흔들고 가는 그들이야말로 진짜 웃긴다.
참 싱겁이들이다.
생각해 보라. 근무시간에 해적 차림을 하고 수업 중이라면......
요리사 모자에 빨간 앞치마를 두르고 간호사 업무를 본다면.....
헌데 실제 상황이다.
그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아무렇지 않게 어른들이 거리를 나다닌다.
오히려 스스로를 즐기며 그 상황을 재밌어한다.
한쪽 눈에 외짝 안대를 하고 검은 군복에 긴 칼 찬 여자는 교사이고
행복한 요리사란 컨셉이 주어졌다며 실실 대는 아줌마는 인근 종합병원 간호사다.
원래 하나는 깐깐한 교사요 다른 하나는 꽤나 히스테릭한 여자인데...
아이들만 신나는 게 아니라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가 행복한 핼러윈데이.
구경꾼들도 따라서 당연히 즐겁다.
하긴 이른 아침 7시 출근, 4시쯤 퇴근, 해 있을 적엔 잔디 깎고 정원 꾸미며 집 안팎 가꾸기 바쁜 일반 가정 풍경.
해지면 스낵 먹으며 티브이 채널 돌려대다가 9시쯤 일찌감치 잠자리에 드는 미국인들이다.
요새 같으면 난분분 어지러운 낙엽 수시로 긁어모아야 하며 겨울엔 무릎까지 차는 눈 치워야 하는 그들.
봄철엔 민들레와의 숨바꼭질 같은 전쟁 치르고 여름엔 성가신 풀장 관리로 나날을 바쁘게 지내고.
고정화되다시피 단조로운 생활이 건조해, 그들은 매 절기마다 독특한 이벤트 하나씩 즐기는지도...
아무튼 평화로운 전원에서 그날이 그날인 싱거울 정도의 일상이니 이런 잔재미라도 있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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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 지나니 만사 여유작작, 편안해서 좋다. 걷고 또 걸어다니며 바람 스치고 풀꽃 만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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