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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무량화
Oct 16. 2024
핼러윈의 호랑나비
아침 미사를 다녀오며 블로바드를
지나
는데
도로변에 부스가 놓이고 여기저기 핼러윈 장식을 하고 있더군요.
쇼윈도에 붙은 포스터를 보니 토요일 오후 3시부터 핼러윈 행사가
열린
다고 하네요.
해마다 저물녘에 열
던 페스티벌을 올해는 어쩐 일로 벌건 대낮
부터
한다는군요.
오전 일과를 서둘러 마치고 시간 되어 실실 가보니 글쎄 어느새 블로바드는 남녀노소 인파로 좌악 깔려있데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타운의 집집마다 죄다 들 쏟아져 나온 거 같았어요.
아이들은 각자 독특하고 재미진 핼러윈 코스튬을 떨쳐 입고 캔디 바구니를 들었더라고요.
한 해 동안 즐길 초콜릿과 캔디, 몇 시간 만에 바구니 그들먹하게 채워지겠지요.
물론 싱겁이 어른들도 이에 질세라 분장을 하고 핼러윈 코스프레에 들떠있었고요.
이번 핼러윈 코스튬 중 단연 베스트는 호랑나비 세 자매,
나래를 폈다 오므렸다 하며 등황색 호박 사이를 누비는데 어찌나 귀엽던지요.
동부에 살 적인데요,
시월 초순이면 국화 화분과 호박부터 현관 앞뜰에 앉혀놓고 가로등에다 옥수숫대를 리본으로 묶어두며 핼러윈 장식들을 했답니다.
등황색 큼직한 호박은 물론 농부, 목동, 요정 등 천으로 만든 커다란
밀짚
인형을 세워두고
빗자루 탄 마녀, 해골 뼈다귀, 마귀할멈, 박쥐, 거미줄에 짚단도 핼러윈 단골 소품이었지요.
아이들이 있는 집은 당연히 핼러윈 장식이 한층 더 요란해지는데요,
정원수에까지 온갖 장식이 주렁주렁 매달리지요.
그렇듯 집집마다 거의 핼러윈 장식을 하는데 랭커스터엔 별로 치장한 집이 안 보이더라고요.
더러 눈에 띄는 장식도 있긴 한데 확실히 웨스턴 스타일은 동부와는 달랐어요.
게다가 시월 들면서부터 상가는 핼러윈 분위기가 점화되며 핼러윈 겨냥 상품들이 즐비하거든요.
핼러윈 날 대문 앞에 놓아둘 캔디 바구니를 채워야 하니 마켓의 캔디와 초콜릿이
동 날 정도로
한 대목을 맞는데요
캘리 쪽 가정집은 별로 준비하지 않고 블로바드 상가에서만 캔디 바구니를 마련하더군요.
해가 질락 말락 하는 시각, 아직 노을빛의 잔영이 연분홍으로 어려있지요?
울 집 앞길 도로변까지 길게 주차시킨 차량들에서 나오는 사람들 차림이 다들 이상하다 싶었어요.
흥겨운 음악소리가 드높아지며 뭔가 들뜬 분위기, 핼러윈 축제임을 직감하겠더라고요.
미술관 앞 가설무대에선 사이키 조명이 명멸하고 거리엔 구름처럼 흘러 다니는 뭇 인파.
어둠이 짙어질수록 각양각색으로 치장한
사람들
더 불어나고 표정마다에서 배어 나오는 환한 미소들.
서부 쪽은 특히나 놀기 좋아하는 중남미 히스패닉들이 많이 살기에
펑퍼짐한 몸매만큼이나 저마다 자유분방, 아주 신들이 났더라고요.
거리 풍경을 담아두려고 카메라 들고는
나왔더랬는데, 가만~나 혼자만 이상한 나라의
앨
리스
더라고요.
그 순간 번개같이 손주 녀석이 입던 핼러윈 코스툼이 떠올랐어요.
후다닥 1분 거리인 집에 돌아와 손자 녀석이 재작년에 입었던 킹콩 옷을 찾아 입고는 바로 그 대열에 합류했지요. ㅎㅎ
시커먼 털이 뒤덮인 킹콩 상하복에 누런 이를 드러낸 흉측한 가면까지 덮어쓰고요.
한밤중이겠다, 날 아는 사람도 없겠다, 장난기가 발동하며 치기인지 만용인지가 생기더군요.
박스에서 찾아내고도 과연 맞겠나 싶었는데 이건 완전 안성맞춤복!!!
재작년 저 옷을 살 당시엔 내가 입게 될 줄이야 꿈에도 생각지 못했네요. ㅎㅎ
이삿짐 정리하며 버릴까 하다가 되챙긴 물품인데, 옳지~ 이번에 그 옷을 한번 활용해볼까 싶어 냉큼 집으로 쫓아왔던 거지요.
세상에나... 손자 녀석 핼러윈 코스튬은 맞춤복처럼 진짜 딱 맞더라고요.
옆에 끼여둔 핼러윈 가방도 의외로 쓸모가 있더라니까요.
치기 어린 장난이 지나쳐 좀 주책스럽다 한들 뭐 어때~
용감히 축제 속으로 용해되어 버렸지요. ㅋㅋ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하는 성격이 건강과 장수를 얻는다더군요.
유감인 것은 사진 솜씨가 워낙 보잘것없어 멋진 모습들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점입니다.
아무리 밤이고 분장을 한 얼굴들이라도 초상권이 있는데 정면에서 마구 사진을 찍기도 좀 그렀고요.
일부러 포즈를 잡아주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 외에는 인물을 찍는다는 게 아무래도 조심스럽더군요.
술렁대는 인파가
줄을 이어
찍을 게 워낙 많다 보니 흥분기 발동한 탓에 흔들리기도 했고요.
중세 귀족 차림, 성직자 복장, 고릴라나 곰에 거지와 여왕 분장, 청교도풍의 아낙, 아주아주 다양했어요.
머리 푼 귀신이나 사탄도 여러 종류에다 한껏 우아하게 꾸민 중세 귀부인에 멋진 드레스의 아가씨도 있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아이들의 핼러윈 차림이 제일로 귀엽고 예쁘더군요.
나 또한 핼러윈 파티의 쪼맨한 장난꾸러기로 동심이 되어 파안대소해 본 즐거운 축제의 밤.
손자 중학생 때 입었던 핼러윈 코스튬이 딱
맞을 줄이야~ㅎ
인증샷을 남기지 않으면 이슬처럼 스러질 '한 가을밤의 꿈'일 것만 같아서 코믹 사진 한 장 찰칵.
올해는 블로바드 상가 주인 대신 경찰이나 소방대원 등 봉사자들이 캔디를 막 나눠줘 한 바구니나
얻었거든요, 애들인 줄 알았는지 가방에 캔디를 막 넣어주더라고요.
^^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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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 지나니 만사 여유작작, 편안해서 좋다. 걷고 또 걸어다니며 바람 스치고 풀꽃 만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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