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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무량화
Oct 23. 2024
취미생활로 바쁜 시월
신록의 숲 연연하고
성하의 녹음 푸르고
빛부신 단풍 호사를 하는 가을
거기까지라네.
좋은 시절은......
한잎 두잎 낙엽 져 떨어지기 시작하다가
어느새 우수수 흩날리는 잎새들.
아침마다 마당쇠는 갈퀴질로 바쁘다네.
오늘도 희뿜한 새벽부터 두어 시간을 이마에 땀이 흐를 만큼 앞뒷뜰 낙엽 모으느라 갈퀴질을 했다네.
어릴 적 외가에서 행랑 아재 따라 땔감인 솔걸(솔갈비, 마른 솔잎)긁으러 산에 갔을 때 말고는 살면서 갈퀴질해볼 일이 어디 있었겠나만은.
가로 늦게 뉴저지 단풍 숲에 파묻혀 지내다 보니 가을이면 갈퀴지로 하루 일과를 연다네.
러닝머신 30분보다 훨씬 땀 많이 흘리니 운동효과 좋고 내도록 낙엽 긁어대노라 팔뚝 굵어지니 근육질의 멋까지(꿈도 야무쳐).. ㅎ
목요일인 내일 아침이 야드 쓰레기 수거일이라 미리 대비 중이라네.
한데 청소하고 돌아서자마자 또다시 낙엽 술술 떨어져 내리네.
오매매~~
으이그~~
누런
종이
초대형
봉투에 낙엽 쓸어모을 때는 그나마도 양반이고 약과라네.
만추가 되자 폭포수처럼 쏟아져 수북 쌓이는 낙엽.
길가에 무더기 무더기 산더미같이 쌓아놓으면 타운십 불도저와 청소차가 마을을 돌며 마무리 정리를 해준다네.
가으내 낙엽과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 마당쇠 푸념 속에 사색의 계절 가을은 떠나가리니....
시월엔
나도 한 잎 낙엽으로
좀 더 낮은 곳으로 내리고 싶었는데
소망이 그러하고
기도는 그러하나
오늘도 여전
낙엽에 치여 구시렁거리며
밖이나 기웃대며
높은 데나 바라보는
못 말릴 이 버릇이라니...
추분
한로 상강
지나면서부터 해는 완연
짧아지고
있다
네.
노루 꼬리 만큼씩 짧아지기는커녕
요샌 날마다 눈에 보일 정도로 햇살 성큼성큼 마당에서 뒷걸음질 친다네.
시월 들며 햇볕 하얗게 여려지는가 싶더니
창창한 하늘은 점점 멀어지고 있네.
귀뚜리 탄주곡이 밤새 여울지고
새벽이슬은 풀잎마다 맺히며
그렇게 슬슬 가을이 다가와
깊어가고 있
네.
전 같으면
11
월이나 되어야 느끼게 되던 소슬한 감정들이 무뜩 깨어나네.
취미생활이라며 내민
사진처럼
호숫가에서 카메라 앵글 맞추는
거라면 그나마
고상한
쪽
.
나의
요즘 취미는 그러나
영 차원 다른 품격으로 일상 밀착형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다네.
그새 가을이야? 되물을 새도 없이 나뭇잎 떨어져 내리니
아침마다 마당과 뒤뜰 잔디밭에 내린 낙엽을 갈퀴질하네.
아니 벌써 낙엽을?
빈손 가벼워 허망스러운 만추 아닌가.
소담했던 국화분 향기도 스러진 채
휘날려 쌓이는 건 낙엽뿐이라네.
이미 플라타너스며 뽕나무 호두나무 말끔히 잎 지고 메이플 나무와 떡갈나무 눗누렇게 물드는 가운데 창가 체리나무 단풍이 요즘 한창 호화롭다네.
갈대는 저물녘 노을이 후광으로 받쳐줄 때 한층 멋스럽다면 집 앞에 선 체리나무는 정면으로 햇살 내려쏘일 때 단풍이 꽃보다 아름다워진다네.
오늘 아침도 주황빛 찬연하게 빛나는 잎잎들이 날 창가로 불러 세우네.
우중충한 빛깔로 추레하니 깔리는 여타 낙엽들과 달리 체리나무 단풍잎은 책갈피에 눌러두고 싶을 만큼 곱고 선연하다네.
시간이 지나면 그 또한 색 바래 후줄근해지며 휘날리겠지만...
동네 가로수는 아름드리 거목인 참나무 떡갈나무 일색이라네.
울울하니 짙은 그늘 드리우던 잎새들을 하염없이 떨궈대며 지금도 여전 도로변마다 낙엽을 수북수북 쌓아 놓는다네.
여긴 어느새 가을 기운이 완연하다
못해 소슬한 기운이 감돈다
네.
더구나
나무란 나무는
죄다 잎이 큼직한 활엽 교목
투성이인 뉴저지.
체리나무 뽕나무 참나무 메이플우드 플라타너스가 주종을 이룬 우리
동네라네
.
가을이 이울어갈수록 낙엽 치우는 일이 정말 장난이 아니라네.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면서.. 이브 몽땅의 고엽... 이만희 감독의 만추... 아암, 좋고말구.
그러나 이젠 낙엽이 낭만은 고사하고 애물단지로 바뀌었다네.
낙엽이 깔리는 족족 거의 습관적으로 갈퀴질을 하며 시월을 보냈다네.
이력이 붙자 앞뒤뜰 낙엽 청소도 후딱 해치울 수 있었다네, 잘한다~마당쇠!
쓰레기 수거일에 맞추어 낙엽을 쓰느라 목요일은 더 바쁜 날
.
헌데 11월 들자마자 전봇대에 타운십 안내문이 나붙었다네.
홈디포에서 산 대형 종이봉투에 낙엽을 담아 즐비하게 길가에 세워두곤 했는데
이제 고맙게도 그 수고는 덜게 되었다네.
집집마다 낙엽을 모아 길가에 쌓아두면 낙엽 치우는 불도저가 한꺼번에 집중적으로 처리해 준다네.
바람 불어 잎새들이 소낙비처럼 휘몰려 쏟아져 내리면 그야말로 낙엽 더미가 산을 이룬다네.
오죽하면 송풍기 정도로 처리가 안돼 타운십에서 불도저 같은 중장비를 동원해 퍼나르겠나.
가으내 마당쇠 노릇 하느라 팔뚝만 굵어졌다네,
덕택에
근육도 약간 붙었다네.
핑계 김에 굵은 팔뚝 내놓고 이참에
자랑질이라도 해볼까
.ㅎㅎ
쓸고 또 쓸고... 긁고 또 긁고
강박적으로 낙엽과 전쟁을 치르는 자신이 병적이다 싶기도 하데.
해서 한이틀 자제한채 손맺고 쉬는 중인데 하필이면
리얼터가 손님이랑
집을 보러 온다 하네,
당연 앞뒤 돌아다니며 집단장 청소부터 해야지 우짤끼고!
그래서 또 득득득~ 낙엽 긁으며 취미생활 중.
결국 팔자 도망은 못하는 법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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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 지나니 만사 여유작작, 편안해서 좋다. 걷고 또 걸어다니며 바람 스치고 풀꽃 만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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