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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r 29. 2024

세계 최고령 나무를 찾아서

무드셀라

딸내미가 이번 휴가 중에 최고령 나무도 보게 될 거라 귀띔하자 내 호기심 안테나는 있는 대로 높직하게 올라갔다.

살아있는 나무화석이라니 대체 수종은 무엇이고 얼마나 오래된 나무일까.

사전에 상세한 정보를 확보해 완전히 무장하고 가면, 막상 대상과의 첫 만남에서 감흥도 떨어질 우려가 있다.

또는 데자뷔 현상처럼 최초의 경험인데도 과거에 이미 보거나 겪은 것 같은 착각이 생길 수도 있다.

해서 대강의 윤곽만 파악해 두었다.

백운암과 석회암이 많아서 희게 보이는 White Mountain 산맥에서 서식한다는 Bristlecone Pine.

화이트 마운틴은 시에라 네바다의 휘트니 마운틴 맞은편인 오웬즈 밸리 건너에 있는 산으로 해발 1만 4,246피트에 달하는 민둥산이다.

그 산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Methuselah 나무가 생존해 있으며, 4천 년 이상된 Bristlecone Pine이 군락 이루고 있다니 상상만으로도 퍽 신기했다.


일단 세계 최고라면 속속들이 속물인 나부터도 이리 꺼뻑 가버린다.


세상에서 가장 덩치 큰 나무는 세쿼이아 국립공원에 있는 제네럴 셔먼이고 제일로 키가 큰 나무는 112미터의 위용을 자랑하는 레드우드 삼나무이다.

최고 오래된 나무는 4천 살 이상으로 추정되는 화이트 마운틴의 브리스틀콘 소나무 Methuselah다.

따지고 보니 세계 최장 최고 최대를 다 품고 있는 대단한 캘리포니아가 아닌가.

아이처럼 괜히 우쭐해진다.^^


소문난 최고령 나무를 만나러 가는 길.


Trail에서 내려다본 White Mountain Road와 눈을 인 연봉이 멀리 보이는 Sierra Nevada 산맥의 외경스러운 위엄이라니.


일대를 Ancient Bristlecone Pine Forest라 이름하고 이를 기념코자 Schulman Grove Visitor Center를 세웠다.

그냥 옛적도 아니고 아득히 멀고 먼 고대의 숲, 무량겁인 양 가늠조차 버겁다.

지구 안의 일도 이럴진대 우주적 안목으로 둘러보면 저 은하의 세계야말로 얼마나 무한무궁하련가.

매미가 가을을 어이 알며 하루살이가 내일을 알 수 없다는 말 그대로, 백 년도 못 사는 인생이 수천 년에 걸친 일을 어찌 감히 논하리오.

찰나를 살다 가는 미미한 초로인생임을 거듭 실감케 하는 Ancient Bristlecone Pine Forest였다.

비록 모양새는 비비 틀려 초췌하니 볼품없었으나 매섭도록 옹골찬 결기에다 강단진 기개만은 서릿발 같던, 오연한 기상의 Bristlecone Pine.  


그럼에도 고목 아래 갓 올라온 연둣빛 어린 순은 연하디 연해 이 험지에서의 지난한 삶을 어찌 견뎌낼꼬~안쓰러웠다.


나무의 뼈마저 풍화된 그 아래 여리여리 연한, 나어린 브리스틀콘 파인 묘목들.


마치 자연 분재 전시장 같은 이곳 Bristlecone Pine 중 므두셀라라 명명된 나무 나이는 올해로 물경 4,848살이라 한다.


한자리에 붙박여 반만년을 산 생명체라는 의미만으로도 경외감이 들지 않는가.


만일의  훼손을 우려해  므두셀라가 어떤 나무인지는 공개되지 않은 비밀이나 여기 모든 나무가 다 므두셀라 아니랴.


Methuselah는 성경에 기록된 가장 오래 산 사람으로 천수 가까이 누렸던 노아의 할아버지 이름이란다.  


올해가 단기 4349년이니 단군 설화보다 더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말 그대로 신화에 속하는 나무다.


그럼에도 2012년에 5,060살로 판명된 나무가 추가로 견됐다는 뉴욕타임스 기사도 있었다.  글쎄?

엘에이 기준으로 395를 타고 북상하다 보면 휘트니 포탈에 오르는 론파인이 나온다.


다시 인디펜던스 마을을 지나면 빅파인이라는 퇴락한 서부마을이 나타난다.


여기는 인요 카운티로, 휘트니산과 호수가 많은 비숍 그리고 데스 밸리를 품고 있다.


빅파인 도로변 위 이정표를 만난 자리에서 동쪽으로 갈라지는 168번 길을 따라 구불구불 산길을 20여 마일 한참 동안 올라간다.


단조로운 길에 지칠만할 즈음쯤, 완만하게 이어진 능선 위로 나타나는 Schulman Grove Visitor Center에 도착하면 두 개의 트레일이 기다린다.


하나는 산등성이 동쪽 편으로 이어지는 Methuselah 트레일, 다른 하나는 서쪽에 있는 Discovery 트레일이다.

우리는 1마일 정도를 걷는 Discovery 쪽을 택했다.

ice wedging 현상으로 마치 채석강 돌 편처럼 판판한 규암들이 조각나며 부서져내려 무더기로 쌓인 돌너덜길이 끄트머리 짬까지 이어졌다.


아득한 세월 저편에다 근육질은 다 벗어두고 백골로 선 파인 발치에 깔린 얇은 규암 조각은 마치 갈잎 낙엽 같다.

트레일 초입부터 옹이 져 비틀리고 뒤틀리고 똬리 틀듯 웅크린 채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지닌 Bristlecone Pine이 유령처럼 서성거린다.

예서제서 살아 움직이며 다가설 것만 같다.

해조차 잘 들지 않는 바람 거센 북향 산비탈이다.  

그나마 눈이 오래 남아 그 수분 덕에 유지되는 명이라니 묘한 운명이다.

가혹한 환경을 맨몸으로 그냥 견뎌내야 했던 살아 숨 쉬는 나무화석.

소나무 본연의 늠름하고 활달한 낙락장송 대신 나무마다 죄다 오종종하니 키는 작고 기묘하게 비꼬인 채 헐벗은 상태다.

장구한 세월 갖은 풍상 겪으며 혹독한 여건에서 살아내자니 거개가 나무껍질은 다 벗겨져 맨살 훤히 드러나게 됨조차 도리 없는 노릇일 터.

고도 1만 피트가 넘는 특이한 지형과 환경에다 생존 조건이 더할 수 없이 열악하므로 형세야 타박할 수가 없겠다.

뿌리조차도 땅 위로 꾸불텅 튕겨 나와 메마른 비탈길을 이리저리 정처 없이 기어 다닌다.


그러나 몸체 어딘가에 푸른 생명의 기운 깃들어 있어 나 아직 살아있음을 웅변하니 짠하면서도 외경스럽다.


건조 척박하면서 강파른 바위투성이인 고산지대에 몰아치는 강풍과 눈보라 고스란히 받으며 묵언 정진에 든 고승 같은 Bristlecone Pine.


박토에 뿌리내려 힘겹게 살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사는 끈질긴 생명체라니.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므두셀라가 반만 년 동안 생명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식물학자들이 밝혀낸 끈질긴 생명력의 비밀은 slow growth, deep and extensive roots, disease resistance, small size에 있다는 진단.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자라고 뿌리는 깊게, 그리고 널리 뻗고 질병을 막아낼 수 있는 저항력에 작고도 알차게 그러면서 굳건히....


비록 우리네 백 년 인생은 짧지만 삶에 접목시켜 볼만한, 이것이 므두셀라 나무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교훈이 아니랴.


조금만 힘들어도 참지 못하고 쉽게 좌절하며 애꿎게 세상 향해 분노 터트리는 사람들이 흔해진 세태라서 더욱 그렇다.  


등성이에 올라서 보니 비로소 맞은편짝으로 준수한 예봉들이 이어진 Eastern Sierra의 마운틴 뷰가 장엄하게 건너다 보인다.


수수만년 이어온 누리의 정기를 마실 양으로 깊이 심호흡을 해본다.  2016

최신 뉴스 참고하세요.

[화제ㅣ세계 최고最古 나무 10선]

 기사본문 - 월간산 - https://san.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1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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