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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Nov 01. 2024

단풍 빛부신 내장산

금세 시월 마감되고 11월이 열렸느니

이윽고

호르르 호르르

노래 부르며 춤을 추며

낙엽이 지리라

환호 보내듯 손 흔들며 낙엽은 지리라

수만 마리 호랑나비 노랑나비 군무인들 이리 현란할까

눈부시다, 시리도록 눈이 부셔 까무룩 혼절할 듯도 하다

정녕 손색없는 신의 걸작품

아직은 중세 황실처럼 호사스런 황금빛으로 치장한 단풍 숲

이리도 찬란한 단풍은

나무들의 마지막 자기 정리 의식이라지

우리의 마지막도 이처럼

쓸쓸하지 않고 고통스럽지 않고 처연하지 않기를...

다시 바람이 지나간다

그리고

꽃잎 지듯 호르르 지는 낙엽들

낙엽을 태우면 커피 냄새가 난다고 했던가

커피는 향만 좋아할 뿐 전혀 마시지 않으니

깊어가는 이 가을 나는 철관음을 우려야겠다

양광 아래 시집 읽는 대신

시래기를 널며 몇 줄 허접하나마 글 끄적대고....

마른 낙엽과 시든 국화

거기에 한 잔의 차가 있다면 만추는 한층 향기로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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