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실행
신고
라이킷
4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무량화
Nov 07. 2024
세종로 일번지 청기와집 안팎 규모
74년 만에 개방된 청와대를
우연히 다녀왔다.
북촌 나들이 갔다가 시간이 어정쩡하게 남아, 바로 옆인 청기와집이나 보러 가기로 했다.
청와대 자리인 북악산 남쪽의 역사는 고려 숙종 때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1104년 북악산 아래 별궁을 짓고 남경으로 삼았다는 것.
조선조에는 경복궁 후원이 조성됐던 곳이며 일제강점기 때는 조선 총독의 관사 자리였다.
바로 그 조선 총독 관사를 역대 대통령들의 집무실로 이용하다가 1991년 지금의 본관 건물을 새로 지어 옮겼다고.
일제라면 치를 떨면서도 조선 총독이 살던 집터에서 아무렇지 않게 산 대통령들.
과연 그들은 꿈자리가 편안했을까.
집권 중 걸핏하면 일본팔이를 일삼으며 최고의 자리 맘껏 누린 대통령께옵서선 특히나
.
뉴스에서 자주 본 춘추문 들어서며 인근에 본관이 있는 줄 알았다.
웅장한 춘추관 규모만으로도 충분히 위압적이었으니까.
대통령의 기자 회견 장소이자 출입 기자들이 상주하던 프레스센터 격인 춘추관이다.
거기 포토존에서는 신난 듯 팔 치켜들고 저마다 사진 한판씩 찍었다.
춘추관을 나서 오른쪽 대로를 따라 꽤 한참 걸어갔다.
가로 분리대는 철철이 화사하게 꽃단장시키는듯했고 담장 따라 조경수 늠름했다.
건너편에 보이는 경복궁 후문인 신무문에서 연신 인파가 밀려 나왔다.
큰길 맞은편이 바로 청와대 입구였다.
세 노친네도 무작정 출입구 쪽으로 다가갔다.
청와대 간다는 생각 같은 건 해본 적 없으니 당연히 예약 방문객도 아니다.
비원에 가려고 다행히 주민등록증은 챙겨 왔던 터라 경로 우대 혜택으로 곧장 입장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백악관을 본 사람이라면 청와대 규모가 얼마나 엄청난가를 느낄 터.
그만큼 백악관은 예상보다 작고 조촐하다.
검소하다는 표현이 적당할 만큼.
고압적으로 군림하려 드는 저 위용은 차라리 허세 부리는 듯, 나만 그런가.
아무튼 드넓은 정원에 그윽한 숲, 높다란 청기와집의 최고 권좌에 앉아 여기서 수년을 지내다 나오려면 정녕 아쉬울 거 같았다.
정신 옳고 똑바른 대통령이라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고뇌도 따랐겠지만.
청와대는 누구라도 막상 떠나야 할 마지막 순간엔 애착심이 들 만큼 위치도, 자연환경도 끝내주게 좋긴 좋았다.
그러나 이 집에서 살았던 그 누구도 뒤탈 없이 무사한 경우 본 적 있는가.
개방된 지 일 년이나 지난 청와대인데 아직도 이렇듯 수많은 관람객이 찾는다니 놀라웠다.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 부모님을 모시고 온 젊은이, 친구끼리 혹은 단체팀 등 구성원도 다양했다.
처음 예상과 달리 인기 금방 시들해졌다는 풍설도 낭설이었다.
층계 미어지게 올라와 안내선 따라 밀리다시피 하면서 낭하를 걸어가는 저 숱한 방문자들.
그들의 열띤 호기심에 편승해 어느새 내 호기심도 발동이 걸렸다.
눈으로 바쁘게 내부를 스캔하는 동시에 곳곳마다 사진에 담았다.
베르사유 궁의 호사에야 미치지 않으나 본관 전체가 잘 짜인 한편의 걸작품이었다.
한국적 전통미를 세심하게 살려냈는가 하면 현대적 세련미도 잘 갖춰진 인테리어.
공간 배치 역시 물 흐르듯 한 동선에 따라 아주 짜임새 있다.
개방 일주년을 맞은 청와대가 요즘 구설수에 휘말렸다.
전체적으로 개방을 한 본관은 별 탈이 없는데 그저 바깥으로만 돌게 만든 관저로 인해서다.
개방을 했다면 내부 살림살이인 가재도구와 집기 및 조명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데 데 본관처럼 전체 개방이 아니었다.
거기엔 속 사정이 좀 있는 듯.
나이 든 이의 욕심은 곧바로 노추가 돼버린다.
식탐도 추접지만 물건 욕심, 옷 욕심도 과하면 망신살 뻗치게 마련이다.
일행이 본관만 돌아보고도 다리 아프다는 바람에 못 가본 곳도 여럿이다.
청와대 각료들하고 종이컵 들고 멋 부리던 상춘재 앞 아름다운 정원인 녹지원도 가보고 싶었으나 얼결에 패스.
사실은 리플릿을 햇볕 가리개로만 쓰느라 뒤편에 자세히 안내된 관람 지도를 안 본 탓이다.
오색구름 드리운 풍광 지녔다는 오윤정도, 석조여래좌상이 모셔진 전망 좋다는 언덕도 다 돌아보기엔 무리였다.
혼자라면 당연히 구석구석 눈도장 찍었겠지만 팔순의 언니를 고려치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우린 점심을 북촌에서 먹으려다 길게 줄 나라비 선 사람들에 질려 청와대로 발길 옮겼던 터다.
금강산도 식후경이요, 청와대 역시 마찬가지다.
허기도 지고 다리며 허리 아프다는 통에 대충 보고 나와서 허겁지겁 끼니부터 때웠다. 2023
keyword
대통령
개방
북악산
무량화
소속
직업
에세이스트
고희 지나니 만사 여유작작, 편안해서 좋다. 걷고 또 걸어다니며 바람 스치고 풀꽃 만나서 좋다.
구독자
34
제안하기
구독
작가의 이전글
엷은 미소마저 좋으셔라, 석조여래좌상
청와대 본관보다 관저가 더 궁금
작가의 다음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