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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무량화
Nov 07. 2024
왜 전직 대통령마다 불행에 빠지는 나라일까?
경남 거제 장목에서 대대로 크게 멸치어장을 부린 부잣집 귀한 아들로 태어난 김영삼.
그는 대한민국 역대 최연소인 만 25세 나이로 국회에 입성해 9선 의원을 지냈다.
마침내 문민정부를 출범시킨 제14대 대통령이 된 김영삼.
60년도에
간
모친이
세상을 뜬 후 부친은 정치에 뜻을 둔 아들 뒷바라지하느라 올려 보낸 멸치가 앞산만
하
다고
술회했다
.
사진 속 홍안의 곱다란 소년이 청년기 이후 내도록 민주화 투쟁으로 맘고생 심하게 시켜서일까.
막상 그 아버지는 아들이 가문을 빛낸 대통령이 됐어도 청와대를 한 번도 찾지 않았다고.
대신 대통령이 명절만 되면 거제로 내려가 세배를 드리는 등 부친에 대한 효심이 남달랐다고 한다.
아내인 손명순 여사는 약대 출신으로 한 걸음 뒤에서 보이지 않게 내조를 하므로, 조신한 한국 여성상을 보여주었다.
외국 순방 시에도 단아한 한복 차림으로 남편 그림자처럼 조용히 따랐지만 그녀는 정치 9단이라는 남편 못지않은 정치 8단이었다고.
그래서인지 무엇보다 자기 관리를 잘해, 그런 처신 덕에 손 여사는 사려 깊고 기품 있는 영부인으로
남게 됐다.
닭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던 김영삼 대통령의 공과는 각각 그 목록이 길다면 길다.
공적과 과실에 대하여 사실 하고 싶은 말 첩첩이나 그건 후대 역사의 기록에 맡기기로 한다.
⁹
대통령 재임 시 잘잘못 평가는 한 세기쯤 지나 역사가들이 보다 객관적으로 하도록 남겨두고 오늘은 생가에서 느낀 소회만 푼다
.
일요일에 아들 내외와 사부인, 이렇게 넷이서 편백나무 숲향기에 취하려 나폴리 에어카페로 출발했다.
가거대교를 건너 통영 가는 도중, 길목에 있는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와 전시관에 들렀다.
거제 최고의 부잣집은 조촐하니 아담스러웠는데 대통령을 배출한 가계의 자취가 곳곳에서 배어났다.
전시관에는 역사적 기록물과 소장품 등 김대통령 관련 자료를 정리해 놨는데, 수북 쌓인 투표용지를 보자 감회 새로웠다.
1992년에 열린 대통령 선거에서 김영삼 후보가 득표수 9,977,332표를 얻어 당선됐다.
그러나 삼김 야합 외에도 집권 중 몇몇 문제로 그에 대한 기대가 실망 쪽으로 많이 기울어지긴 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기록전시관 건물도 여타 기념관처럼 무턱대고 호화판이거나 고압적이지 않아 후한 점수를 줄만했다.
모모 전직 대통령의, 어마어마한 건축비가 들어갔다는 기념관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국민 혈세를 마구 퍼부어 필요 이상의 규모로 거대 궁전을 꾸민 것 자체가 꾸짖음 받을 일이다.
아무튼 전직 대통령과 관련해 그가 생전에 살던 흔적의 터를 일부러 찾아보기는 여기가 첨이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그 누구도 퇴임 후가 평안하지를 못했기에, 가봤자 심사 불편할 일 굳이 자청하지 않았다.
해외로 망명을 떠나야 했고 흉탄에 쓰러져야 했으며 자살로 생을 마감하거나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자마자 감옥으로 직행해야 하는 나라.
본인이 아니면 측근이나 아들 혹은 인척이라도 마치 공식처럼 교도소로 들여보내져야 했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퇴임 후 국민들로부터 칭송과 존경받으며 여느 백성들과 어우러져 살 수 없는 풍토가 된 나라.
남겨진 그 가족들마저 시민들과는 높다란 벽으로 격리된 채 살아야 하는 이상한 나라.
몇 년간 권좌에서 누린 최고의 영광은 임기 말, 일 년쯤 전부터 이미 레임덕이 오며 곧 나락으로 굴러 떨어질 일을 각오해야 한다.
참으로 불행스러운 일이 그럼에도 아직껏 여전히 반복되고 있으니 정치 후진국 맞지 않나.
자유민주주의 투사라 일컬어졌던 인간 김영삼은 임기 중 차남을 감옥에 보내놓고 사과 성명을 낼만큼 거느린 자식이 그에게는 아픈 손가락이 되었다.
더구나 임기 말에 IMF 사태를 만나 대통령으로서 얼마나 고뇌가 깊었을 것인가.
한편으론 짠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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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 지나니 만사 여유작작, 편안해서 좋다. 걷고 또 걸어다니며 바람 스치고 풀꽃 만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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