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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Nov 08. 2024

쓰레기 매립장의 화려한 변신, 대구 수목원

도시농부의 주말농장인 텃밭에 들렀던 건 무서리가 내린 다음날이었다.

대구에 긴한 볼일이 있어서였다.

감나무 사이로 배추 무 상추 쪽파 싱그러우나 호박덩굴은 이미 서리 맞아 후줄근했다.

둥실둥실한 호박은 밭 가장자리에 제멋대로 누워있고 키다리 결명자 줄기도 엉성해졌다.

소일 삼아 밭농사를 짓던 안노인이 수목원에서 열리는 국화 전시회를 구경하고 가라며 앞장섰다.

대구 수목원은 주로 화암로에서 들어가지만 대곡동 산 쪽 산책로를 따라 등성이 넘어서도 갈 수가 있었다.

주말이라서인지 수목원  안뜰은 늦가을 단풍빛과 국화향 즐기려는 시민들로 붐볐다.

미국에 나가 산 이십 년 사이 한국 사회는 몰라볼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보여 어딜 가도 경탄이 터지곤 한.


지금은 대구시로 편입됐지만 달성군 대곡동이었던 소박한 농촌 마을인 이곳.

70년 초 결혼해서 대곡동에 있는 시댁 종가로 명절 인사하러 갈 때마다 십 리쯤 좁은 농로를 걸어가야 했다.

한복 차림에 식용유나 조미료 같은 선물세트를 들고서 징검다리 건너 맑은 개울물 소리 더불어 걷던 당시.

이맘때면 이웃 동네 갈밭엔 하얗게 억새가 나부꼈고 월배 고샅길 늙은 감나무마다 감이 휘어지게 달렸었다.

그새 논밭마다 메꿔져 아파트가 우후죽순처럼 솟아있는 대단지 아파트촌으로 변한 지 어언 이십여 년 성상.   

상전벽해 무색하게 변해버린 마을도 마을이지만 말썽 많던 대곡동 뒷산의 변모야말로 놀라웠다.   

원래 그 자리는 야산 자락인데 수년간 대구시가 뱉어내는 생활 쓰레기를 매립해 왔다.

매립장은 여러 공해문제가 노출되며 환경평가 끝에 복토를 해 생태복원을 하기로 결정돼 그 위에 수목원을 조성했다.

6만여 그루의 각종 침엽수 활엽수와 초화류를 심었으며 선인장 화원과 분재 수석원, 약재 식물원 등을 만들어 나갔다.

꾸준히 연구하는 수목원으로 계절별 전시회도 열면서 대구 시민들에게 다가간 수목원.

전국 최초로 쓰레기 매립장을 수목원으로 재생시켜 도심에서 가까운 도시형 교육장으로 관찰, 견학은 물론 힐링을 위한 휴식 공간이 된 이곳. ​


덕택에 시댁 선산이 자리한 대곡동 월배마을도 숨길을 틔웠다고.


국향에 취하고 만추의 시정에 취했던 한나절.

시민들의 폭넓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명소로 화려하게 부활한 수목원에 뜨거운 박수를 거듭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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