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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Dec 04. 2024

돌멩이 하나 무심코 얹었을까

무심코 한 동작은 아니리라.

장난 삼아 물수제비 뜨려 던지는 돌이라면 모를까 부러 돌멩이 골라 든 손이다.


모로 베이에서다.


아름다운 캘리포니아 퍼시픽코스트에 자리한 모로 베이.


모로 베이는 LA와 샌프란시스코 사이 딱 중간쯤에 위치한 작은 어항이다.


만 입구에 우뚝 솟은 큼다막한 화강암산 모로 락이 랜드마크로, 1950년대에 건설됐다가 폐쇄된 화력발전소가 철거를 기다리고 있다.


모로 락 한 귀퉁이가 무너져 내리며 그  돌무더기가 바다에 쌓였는지 아무튼 항구 앞머리를 메운, 돌로 이루어진 만(灣)이 된 지역이지 싶다.


만은 곶의 반대 개념으로 규모가 작으면 베이, 큰 규모라면 걸프라 칭한다니까.


그래서인지 아무튼 굴 양식업이 성해 싱싱한 굴 요리를 먹으려 찾는 곳이다.


초기엔 인근 목장에서 키운 소들을 싣는 항구였다는데 이후엔 잡는 어업과 키우는 어업을 병행하며 어항으로 성장했다.


그만큼 바다에 해조류 풍부해 해달과 바다사자 서식처이기도 하니 동시에 어장으로도 손색이 없으렷다.


댕스기빙데이 연휴를 기해 우리도 바닷가에서 해물 크램차우더도 먹고 굴도 사려고 여길 와서 우선 모로락부터 들렀다.


전에 왔을 때는 늘 멀리서 바위산을 조망만 했는데 시간 여유로운 이번에는 산책 삼아 모로락 바로 아래 가까이로 걸어갔다.


노을 스며드는 거기에서 만난 진풍경.


동서양이 다르지 않아 돌무더기 앞에 서면 이렇듯 돌탑을 쌓는다.


우리네 성황당에서 만이랴.


수많은 돌탑들.

바윗전에 돌을 올려놓으며 무슨 기원 바쳤을까?

누군가는 심중에 분명 누군가를, 무언가를 떠올렸으리라.

마음에 귀한 꽃송이 한 둘 간직하지 않은 이 없을 테니까.


그 꽃은 국가일 수도, 자녀일 수도, 개인마다 다른 바람일 수도 있다.


숙연하고도 진지하게 마음속으로 그 순간 나는 무엇을 기원했을까.

돌 크기나 모양이야 개의치 않아도 되며 하나를 쌓아 올려도 돌탑이 되는, 이는 어쩌면 무의식의 상징적 언어가 아닐지.

은연중 표출된 소망에 대한, 꿈에 대한.

그도 아니라면 하늘 향한 영원성과 초월성의 상징으로.



 


 


 


 


 


 


 


 


 


 


 



 


 

아무리 돌밭 곶자왈일지라도 발치에 걸리는 게 돌팍은 아니다.

시뻘건 강물 되어 흘러내리던 용암 식으며 서로 엉켜 붙어 쇠처럼 강고하게 굳어진 곶자왈 바닥이다.

바윗덩어리 돌되어 잘게 부서질 만큼의 일월은 지나지 않은, 비교적 젊은 현무암 지대인 이곳.

하여 주변 이리저리 두리번거려야 돌 하나 겨우 취할 수가 있다.

발길에 차이는 돌도 아닌, 일부러 구한 돌이라면 의미 부여에도 무게가 실린다.

어렵사리 찾은 돌, 그 하나를 얹으면서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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