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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Nov 23. 2024

냥이가 보초서는 집

드라이브웨이 옆으로 수형  동그스럼 단아한 체리나무 단풍 물들어가고 있다.

동부와 달리 서부 체리나무는 잎새가 두터워 느지막하게 놋노라니 단풍이 든다.

안뜰엔 잎새 휘늘어진 페퍼트리 제법 귀골풍이다.  

마치 아스파라거스 잎처럼 섬세해서 마음 끌어당기는 페퍼트리, 후추나무다.

그렇다고 후추열매를 얻을 수 있는 나무는 아니고 상록수에다 버드나무 마냥 잎 휘늘어져 조경수로 심는다.

가로에서도 굵은 페퍼트리를 만나나 특히 캘리포니아 미션에 가면 멋들어진 노거수를 접할 수 있다.

사철 내내 꽃이 피는 진다홍빛깔 부겐벨리아가 담장을 휘감아 오르며 만개해 있다.

늘씬한 팜트리가 LA를 상징하는 나무라면 부겐벨리아는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꽃이다.

그밖에 집 둘레를 푸르게 둘러싼 태산목, 돈나무, 산호수, 왕쥐똥나무, 장미나무, 회양목은 취병 (생울타리)으로 손색이 없다.

쇠비름 잎을 닮은 다육식물인 폴투라카리아와 감자꽃 비슷한 리시아테스 란토네티, 상긋한 로즈메리며 하늘대는 아스파라구스 스프렌제리라는 식물은 왕성한 번식률로 조경에 몫을 다.

란타나와 줄고사리는 정원 바닥 휘덮다 못해 아예 덤불져 수북하다.

그 안에서 여덟 마리의 고양이가 살아간다.

실내에 거주하는 포시라운 살구, 왈짜, 부시, 칡.

밖에서 사는 길고양이지만 아침저녁 끼니때마다 들리는 갑진이, 점박이, 까망이, 누렁이.

거두어주는 줄 알고 때 되면 앞뜰에 두 녀석, 뒤뜰에 두 녀석이 어슬렁거린다.

앞마당에선 갑진이가 붙박이로 보초 서고 뒤란엔 까망이가 송판 담장 위에서 파수꾼 역할을 한다.

개처럼 사납게 짖어대며 순찰 돌지는 않지만 야행성 동물답게 밤새 두 눈 새파랗게 뜨고 집을 지켜준다.

안에서도 현관 입구 캣타워에 올라앉은 부시가 고개 빼고 창밖을 지키고 있다.

볕 따사로운 썬룸 캣타워엔 칡이 높다라니 앉아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망을 본다.

물론 ADT 보안시설이 어련히 알아서 제  역할하겠나마는.

어쩌면 순라꾼 이전, 냥이는 나름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는지도.

나머지 냥이들은 시도 때도 없이 퍼질러 잠만 잔다.

늙어 치매 기운까지 있는 살구야 그렇다 쳐도 번번 다른 냥이 괴롭히며 쌈박질 거는 왈짜는 한창때인데도 잠이 많다.

거두는 동물은 쥔장 성정을 닮는다더니 그 말이 맞나 보다.

식물들 집사 노릇에 여러 마리 냥이 집사노릇이 고단해서일까.

잠이라면 요셉도 남못지 않다.

하긴 나이 들수록 깊은 잠을 충분히 자야 건강에 좋다니 다행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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