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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Nov 27. 2024

야드 손질하며 겨울 채비하기

올여름 무더위는 세계적 현상이었나 보다.

정원 잔디의 탈모현상이 심하다.

가드너에게 맡기면 사철 그린필드로 잘 관리해 주련만 별 의미를 두지 않고 수수방관한 까닭이다.

융단처럼 펼쳐진 초원이라고 맘 놓고 누울 수가 있나, 잘 가꿔진 잔디라고 부추처럼 먹거리나 되나, 만고 일거리만 많고 도시 쓰잘데기 없다면서 타박 자심하더니 일 냈다.

미국식 집은 야드 잔디밭이 생명이련만 군데군데 버짐 퍼지듯 맨살을 드러낸 초라한 몰골이 볼썽사나워지자 새로이 잔디씨를 뿌린다, 클로버 씨앗을 파종한다, 법석을 떨었다지만 원상회복이 어려웠던 터.

동네 인심 사나우면 잔디 관리 안 한다고 고발조치 당하기 십상인데  그나마 다행, 어쨌든 의논 끝에 잎새 자잘한 풀꽃을 대신 심기로 했다.

검색 결과 야생화처럼 햇볕에 강하고 무엇보다 엎드려 자라며 땅을 덮을 정도로 잘 번지는 성정이라서 잔디 대체 식물로 키울만하다기에 택한 식물이다.

이름은 꽃냉이로 학명은 Lobularia maritima — sweet-alyssum.



저 일기예보를 체크했다.

월, 화에 비소식이 있기에 요일, 로우스 홈 임프루브먼트에 들렀다가 원하는 꽃모종이 없어 홈디포로 가서 구해왔다.

가격은 여덟 개 들이가 5 가까워, 한판에 토털 50불 정도줬다.

월요일 아침, 비 내리기 전에 일찌감치 서둘렀다.

우선 복장부터 갖추고 작업용 장화를 신은 다음 목장갑 등 소용품들 고루 챙겼다.

갈퀴와 빗자루, 전지가위부터 꽃삽도 종류별로 내다 놓고 민들레를 뽑는 꼬챙이 같은 도구도 꺼내놨다.

대형 야드 트래쉬 통도 밖으로 끌어냈다.

긴 전지가위와 소형 전지가위 번갈아 쓰며 제멋대로 삐죽빼죽 솟구친 나뭇가지를 전지해 줬다.

시든 장미꽃 봉오리도 이발시키듯 깔끔하게 잘라냈다.

낙엽진 조경수 이파리를 긁어내생울타리 격인 회양목에 쌓인 먼지를 털어주었다.

상록교목이라도 묵은 잎 떨궈낸 태산목 이파리는 두텁기도 하거니와 잎새가 커 발치에 자리한 돈나무 성장에 지장을 주는 등 밉상 지겼다.

로즈메리도 너무 무성해 산발한 머리꼴이라 듬뿍 쳐냈다.

앞뜰 어수선하게 쌓인 온갖 잔해물들, 갈퀴로 긁어모으니 한 아름씩의 식물 쓰레기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쓰레기통 수북 채우고도 넘쳐 나머지는 별도로 박스에 담아뒀다.


이제 꽃 심을 차례.

소형 삽으로 푹푹 흙을 파뒤집었다.

덩이진 흙을 잘게 부서뜨리고 흙을 고르는 데는 국산 호미만 한 게 없었다.

손에 익은 도구라서만은 아니렷다.

아마존에서도 야드 가꾸기에 쓰임새 아주 적합해 인기리에 팔린다더니 역시나 효용성 최고 입증!

모종 옮길 구덩이만은 끝이 조붓한 꽃삽을 이용했다.

일일이 뿌리 쪽을 양손으로 다져주고 뒷마무리 마칠 무렵 빗방울이 날리기 시작했다.

두시 넘은 한밤중에 일어나 밖을 내다보니 마당이 흥건히 젖어 있었다.

낮에 심은 꽃모종들이 산들산들 춤을 추고 있겠구나.

캘리포니아의 비는 단순한 빗물이 아니라 무량 가치를 지닌 귀한 감로수다.

뒤뜰을 보려고 룸으로 갔더니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마치, 멀리서 들리는 무논 개구리 소리 같았다.

고즈넉한 그 소리가 좋아 한참을 머물렀다.

그러다 잠이 다 달아나버려 불을 켜고서 일기나 적어나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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