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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무량화
Nov 27. 2024
11월 뉴저지의 밤, 숲에서 부엉부엉
아주 깊디깊은 산골짜기에 든 기분이다.
그도 아니면 오래전 유년기의 외갓집, 겨울이면 한밤중에 듣곤 하던 음울한 그 소리.
소쩍새 소리만큼이나 아득해서 향수를 자극하기도 한다.
부우으~부우으~~
밤이 이슥해지면 뒤뜰 해묵은 단풍나무에서 부엉이가 운다.
귀뚜라미 소리 풀섶에서 잦아들고 점차 날씨가 썬득해지기 시작한 즈음.
그때부터 눈 깊이 쌓인 겨우내, 청승맞고 우울하게
이어지는 부우으~ 소리
다.
지난봄 이후로 사라진 그 소리가 어느 날부터인가 다시금 들린다.
하긴 녀석이 부엉이인지 올빼미인지 잘은 모르겠다.
밤에 소리만 들었을 뿐 슬쩍 자취는커녕 얼핏 한번이라도 본 적은 없으니까.
깃털이 하도 부드러워 날개소리가 안 들리는 데다 원래 야행성이라 눈에 잘 띄지 않는 새이긴 하다.
실제로 만나보기는 아마도 동물원에서 일 테지만 둘을 구별할 줄은 모
른다.
그래서 계제김에 구글에다 물어봤다.
부우으~ 우는 소리로 치면 부엉이도 같다.
미국인들이 올빼미 문양을 좋아하니 여기서 흔한 새가 올빼미인가도 싶다.
하긴 둘 다 영어로는 Owl.
극지 빼고 전 세계 어디에나 사는 부엉이는 올빼미목 올빼미과 부엉이류에 속한다.
온대지방에서 사는 올빼미는 올빼미목 올빼미과에 속한다고 구글이 일러준다.
특징이라면 올빼미는 귀깃이 없고 둥근 머리에 마스크를 쓴 듯 납작한 얼굴이다.
부엉이는 화난 듯 치솟은 귀 깃털이 있고 부리부리한 눈에 검은색 부리를 가졌다.
외형상 가장 쉬운 구별법은 이처럼 귀털의 유무이겠다.
예전에는 부엉이 집이 있는 곳을 찾으면 틀림없이 보물을 만난다고 했다.
무엇이든 눈에 띄는 족족 물어다 잔뜩 쌓아놓는 습성이 있어서이다.
이모부가 이모를 일러 부엉이 같다는 말을 하실 때 그땐 무슨 소린가 했는데 그럴싸 하다.
알뜰살뜰이 지나쳐 매사 한치 빈틈없는 이모라, 일단 한번 손에 들어간 재물은 여간해서 다시 나오는 법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부엉이는 재물을 상징하기도 하고 부귀와 장수를 뜻하기도 한다.
한동안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미네르바란 아이디.
리먼 브라더스의 몰락을 예언했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심벌은 부엉이였다.
하여 그 지혜의 여신은 늘 부엉이와 함께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 무렵에 비로소 날개를 편다”는 헤겔이 한 말이다.
현실적으로 사태가 많이 진행되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우리가 그 사실을 인식할 수 있다는 뜻이라지.
인간 인식의 한계를 지적하는 말이란다.
어려운 철학은 접어두고, 암튼 Owl 이란 녀석이 바로 우리 집 뒤란에 둥지 튼 까닭이 자못 궁금했는데 하긴.....
아마도 매번 몇 박자 늦게, 차 떠난 뒤 손 흔들며 굼뜨게 사는 나란 것을 아는 때문에 이웃하자고?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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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 지나니 만사 여유작작, 편안해서 좋다. 걷고 또 걸어다니며 바람 스치고 풀꽃 만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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