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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 감도는 Crystal Cove
by
무량화
Jan 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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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적 특성으로 새벽이면 안개가 자주 낀다는 이곳.
해무 채 스러지지 않은 이른 시각의
크리스털 코브 해변에 물새소리 자우룩하다.
겨울임에도
오늘따라 바람결
아주
부드럽다.
스케일 차이일까
.
바닷가 안개는 보다 환상적인 반면
호젓한 호숫가 안개는 몽환적이다.
화선지에 번져가는 동양화 그중에서도 한폭의 담채화 풍광을 펼쳐놓은 해변.
모랫길 따
라 조깅 즐기는 사람도 있고 파도에 발 담근 채 낚시 삼매에 빠진 사람도 있다.
비를 머금은
새털구름 가득한 하늘은
여전 꾸물꾸물, 혼몽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저만치 바다로 뻗은 곶과 육지로 향한 만이 겹겹 포개진 실루엣 아슴하다.
해조음 잔잔히 곁에서 따르는 바닷가, 마침 밀물 때라 야금야금 모랫벌 좁혀든다.
번잡스럽지 않아 좋은
겨울 바닷가의 호젓함을 누리며 걷는 아침나절 잠시.
봄날 푸르렀을 풀들 누렇게 시들어 자로 모로 누운 목초지 사잇길 벗어나
다음 행선지인 라구나 비치로 떠나기 전, 잠깐 훑어본 안내판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오렌지 카운티, 뉴포트 남단에 위치한 Crystal Cove State Park은
자연 그대로의 바다와 산을 동시에
품을 수 있는 공원.
미국 국립공원에서 배워야 할 점은 불편하더라도 편의시설을 최소화한 일이며 자연을 거의 훼손시키지 않고 본디 그대로를 잫 지켜내려는 정신이다.
그럼에도 바닷가 절벽과 모래 해변을 갖춘 청정해역에서 스쿠버 다이빙, 서핑, 수영을 즐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해안으로부터 모로 캐년 산등성이가 곧장 이어져
하이킹은 물론 산악자전거를 타거나 말을 타고 산속의 흙길을 달릴
수도
있다.
태평양 해안가를 자연 그대로 보존해 놓은 야생 생물 보호 구역인 이곳은 3.2 마일의 해변과 2,400 에이커의 삼림에 사는 동식물 및 근해의 수중 생물을 정성껏 보듬어 아우른다.
좋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의 눈썰미는 특별해 촬영 장소를 찾아내는 안목 남다르다.
이곳에서 '보물섬'이란 영화를 1918년과 1934년 두 차례나 찍었으며
1988년에는 Beaches를 찍는 등 열댓 편의 영화 촬영지였던 크리스털 코브라고 한다.
여름에 한번 이곳을 찾아 그때는 여유롭게 피크닉을 하면서 협곡과 능선이 있는 모로 캐년도 걸어보고 싶다.
더 나이 들기 전
그날이 어서 오기를...
크리스털 코브만이 아니라 태평양 연안은 어디라도
날씨 좋으면
좋은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폭풍의 바다조차 멋스럽게 다가온다.
Crystal Cove State Park
8471 N. Coast Highway
Laguna Beach, California 92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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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털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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