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이 카톡으로 위 사진을 보내왔다.
어제부터 시뻘겋게 타오르는 LA 지역 산불로 연기와 잿가루가 하늘을 덮었으며 공기는 매캐하다고 했다.
사방에서 불길이 퍼져나가며 피해가 심각하다는 소식이다.
서쪽 해안가 부촌인 퍼시픽 팰리세이즈 산불, 동부 글렌데일 파사데나 이튼 산불, 북부 실마에서 발생한 허스트 산불, 10번과 405번 부근의 우들리 산불이 산타 애나 돌풍을 타고 맹렬히 타오르며 화염 치솟는다는 것.
그 통에 약 150만 가구가 정전되었으며 인근 거의 모든 학교와 영업장들이 폐쇄됐다고 한다.
수만 명이 대피한 캘리포니아는 비상사태를 선언했고 대통령은 캘리포니아를 중대 재난 지역으로 선포했다
원래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은 산불 등 화재 발생이 잦은 지역이다.
특히 산야가 메마를 대로 메마른 겨울철에는 강풍까지 합세해 걸핏하면 대형 산불이 번졌다.
어디서 산불이 났다고 해도 그래서인지 딴 나라 얘기처럼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피부에 와닿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번 산불이 대재앙으로 불리는 이유는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불이 번지는 데다 설상가상으로 소방용수도 부족한 상황이라니.
게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민주당)가 캘리포니아 지역에 더 많은 물을 공급하게 하는 '물 복원 선언'에 서명을 거부했다며 비판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공화당)은 이번 화재가 미국 역사상 비용면에서 최악의 화재로 기록될 거라고 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양당 체제 정치 판도라 서로 상대 당을 못 잡아먹어 안달들이다.
아무튼 캘리포니아의 겨울은 우기다.
지난겨울 한달 여 LA에 머물 때는 날씨가 매일 흐리다 비 간혹 맑음.
그러나 예년에 비해 강수량은 턱없이 낮은 편이라고 했다.
날씨 괜찮기에 그리피스 팍에 올라갔다.
뜰에 아몬드 나무가 있는 지인이 보내준 아몬드를 들고 가 잔디밭에 앉아 아몬드 겉껍질을 베꼈다.
흐린 날씨라 그리피스 천문대까지는 애시당초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로스앤젤레스 시는 1896년, 아주 큼다막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한 독지가로부터 받는다.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용해 달라며 그리피스 대령이 3천 에이커에 달하는 방대한 땅을 시에 기부한 것.
이후 그의 이름을 딴 공원이 형성돼 지금은 한 해 천만여 명이 다녀가는 명소가 됐다.
워낙 터가 넓어 여기 한 귀퉁이에서 아몬드 껍질을 벗기기로 한 거다.
아몬드 주산지인 캘리포니아다.
풋복숭아 말린 것과 흡사한 아몬드 열매라 잔털이 먼지처럼 날아다녀 집안에서 하면 없던 알러지도 생길 정도이므로.
이른 봄, 매화와 함께 소담하게 피던 하얀 꽃 지고 꽃자리마다 맺힌 아몬드 열매다.
한창 매실이 날 때면 아몬드 풋열매도 마켓에 나오는데 그걸로 현지인들은 초절임을 한다고.
꼭 개복숭아같이 생겨 끝이 뾰족한 아몬드 열매는 가을이 되면 누렇게 익어서 호두 열매처럼 저절로 외피가 벌어지며 소낙비 쏟아지듯 씨가 떨어져 내린다.
아몬드 농장에서야 기계화된 공정을 거쳐 상품이 되겠지만 집 뜰에서 거둬들인 아몬드는 손품을 들여야만 견과류 대접을 받게 된다.
밤톨 벗기듯 일단 겉껍질을 떼내고 다시 내피를 제거한 다음 보늬만 남겨야 비로소 아몬드 씨앗이 보인다.
속 씨를 깨끗하게 물에 씻어 말린 후 팬에 덖거나 오븐에 구워내야 견과류 간식이 된다.
아몬드를 손질한 다음 한인타운에 있는 마켓으로 설렁설렁 장을 보러 갔다.
샤부샤부 재료와 김치 담을 야채도 사고 떡국 거리도 살 참이다.
이 몰에는 알라딘 서점이 있고 CGV 극장이 있어 가끔 들리던 곳이라 낯이 익다.
전에 '국제시장' 영화를 보러 왔다가 줄이 너무 길어 그냥 물러난 적이 있다.
장소 역시 지난날을 새롭게 회억 시켜준다.
서점에는 신간 서적도 있고 헌책도 살 수 있으며 이미 읽고 난 책은 되팔 수도 있다.
서점 벽에 그려진 작가들 중에서도 박경리 선생 박완서 선생 얼굴이 무척 반가웠는데 어째 안 보인다.
대신 외국 작가들 프로필이 추가된듯함은 내 기억의 왜곡인가.
몰 건물 외벽에 그려진 조선시대 풍속도 빗줄기에 가려져 흐릿한데, 고개 외로 빼고 바라보는 도시의 방랑자 비둘기 시선은?
신정을 앞둬서인지 한인마켓 선물 코너는 매우 붐볐다.
한국 물가와 비교도 해보고 타 점포와 가격 대비도 할 겸 마켓 안을 대강 사진에 담아뒀다.
이민 초기였던 예전만 해도 한국과는 거의 삼분지 일 수준이던 개스값을 비롯해 쌀, 빵, 우유 같은 기초 생필품 가격이 대폭 상승했다.
다른 유제품 및 공산품들과 청바지 등 옷값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두부나 채소값은 한국보다 외려 싸지만 조류독감 여파로 계란 가격만은 수직상승하였다.
대충 훑어본 데 지나지 않긴 하나, 시장 물가를 통해 거듭 인플레를 실감했다.
환율이 쎄진 요즘이긴 하지만 가격표를 보고 한국 실정과 비교하고자 담은 한인마켓 사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