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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Apr 13. 2024

서귀포 소재 지오 트레일 - 용머리해안

청명한 기상도가 예상되는 아침이다.

오늘은 지오 트레일이 기다리는 용머리해안을 찾기로 하였다.

자연이 빚은 신비로운 지층을 감상하며 짙푸른 바다 마주할 수 있는 곳.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용 머리를 닮은,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체다.


용머리해안 마주 보며 좀 걸어볼 참으로 한 정거장 앞에서 미리 내렸다.


화순 서부락에서 한갓지게 노닥거리다 금모래해변으로 내려와 보니 아주 멀리 보이는 목적지.

그도 그럴 것이, 화순 용천수 풀장을 지나 화순 곶자왈도 통과해야 하고 소금막과 황우치해변 지난 다음이 용머리해안이다.

곶자왈부터 하드 트레이닝에 나선 국가대표 선수처럼 오르막 층계 타다닥 뛰어올라갔다.

평지에 이르러서도 뜀박질하다시피 용머리해안으로 내달았다.

네시 반이면 입장 시간이 끝나기 때문이다.

날씨가 화창하기도 했지만 숨 헉헉거리며 잰걸음 놓다 보니 등에 땀이 다 찼다.

산방 연대 아랫길을 가로질러 바람처럼 날쌔게 언덕을 내려가던 중 잠시 멈춰 섰다.

아무리 급해도 오도카니 나목 가지에 앉아 날 기다린 앉아 있는  까치를 그냥 패스할 수는 없었다. 덕분에 숨도 고르고.

전조가 좋으니 설마 게이트 앞까지 닿기만 하면 들어갈 수 있겠지,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들었다.

허겁지겁 매표소에 주민등록증 제시한 후 떠밀리듯 잽싸게 해안길로 들어섰다.

지난번 물때를 체크하지 않고 막무가내 왔다가 만조로 출렁대는 파도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아쉬움 접었던 터.

하긴, 용머리해안은 하루에도 몇 번씩 기상이 변해 바람 드세거나 파도 높은 날엔 출입 금지다.

오늘 아니라도 널리고 널린 시간.

다시 오면 되련만 원서접수 마감일도 아닌데 오늘 아니면 안 되듯이 왜 그리 서둘렀을까.

수호천사가 곁에서 항상 지켜주기 망정이지 와장창 넘어지기라도 하면 우짤끼고!

성마른 이 조급증은 언제나 고쳐질지.

매사 여유롭고 느긋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이 강퍅한 승질머리 땜에 살조차 넉넉하게 붙지를 못하는 거다.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산방산 앞자락에 위치한 용머리해안은 사암층 단층애(斷層崖)가 보여주는 기암절벽으로 유명하다.


제주도는 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곳이다.


지질 자원의 보고, 그런만치 독특하고 희귀한 화산지형이 숱하다.  

수백만 년 전 제주도 일대는 점토와 모래층이 바닷물에 드러났다 잠겼다 하는 얕은 바다였단다.

무수한 화산활동과 풍화작용이 거듭되면서 지금의 제주도가 형성됐다는데.

이는 물경 180만 년 전의 일이라고 한다.

바닷속 화구에서 화산 분출 도중에 연약한 지반이 무너지며 화구가 막히자 다른 곳으로 이동한 마그마.

이글거리는 불덩이는 틈새만 있으면 기어코 터져 나오기 마련.


그처럼 연속 분출한 화산의 특징을 정확히  보여주는 용암 언덕이 바로 여기라고 한다.

화산이 세 차례나 폭발하며 그때마다 분출된 화산쇄설물이 쌓여 형성된 암석해안인 셈.

180만 년 전 수중 폭발로 형성된 길이 600미터, 높이 20미터에 걸친 응회암층 해벽을 따라 용머리를 한 바퀴 돌아본다.


용머리 해안은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수성화산에 속한다.


용머리 위쪽에 늠름하게 서있는 산방산보다도, 심지어 한라산보다도 더 오래전에 만들어진 화산체라는 것.

'지질 트레일'이 열린 용머리해안은 원시 제주도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질 명소로, 마치 용이 머리를 쳐들고 바다로 향하는 모양새다.

마그마와 화산재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며 완만한 언덕 모양 화산체인 응회환을 만들어 낸 까닭이다.

그 위에 형성된 암벽 형체 또한 기기묘묘하다.

해안 절벽은 오랜 기간 퇴적과 침식에 의해 파이고 깎여 기암괴석층을  이뤘다.

이 현무암 절벽은 청청한 남빛 바다와 어우러져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암벽에 담긴 무늬 또한 굽이굽이 물결치기도 하고, 겹겹이 층 이룬 시루떡 같기도 하고, 이색지게 짜놓은 벌집 형태를 새겨두기도 하였다.

더러는 풍화혈이나 돌개구멍을  열어놓기도 했으며, 깊숙하게 패인 해식동굴 쩌렁쩌렁 외치며 포효하다가, 뭉크의 절규처럼 일그러져 있기도 하다.

신곡의 한 장면처럼 오싹 공포감 느끼게도 해, 절로 몸 낮추고 공손히 머리 숙이게끔 하는, 짧지만 묘경의 연속이다.

지구의 생성 역사가 새겨진 이 장관이야말로 경이감을 넘어 실로 외경스럽기만 하다.

그랜드캐년이나 옐로스톤에서 천지창조의 장엄미를 보았다면 용머리해안에서는?

아주 오랜 옛적, 지구가 울끈불끈 요동질 치며 하늘 높이 시뻘건 불 토해내는 상상을 하니 무한 외경감에 잠겨 들게 한다.  


평행층리와 수직절리단애며 풍화혈, 해식동굴과 돌개구멍(돌개구멍 -Pot Hole)이 있는 독특하고 희귀한 지질구조가 응축돼 있는 .​


기기묘묘한 해안 절벽은 오랜 기간 파도와 해풍에 깎이며 퇴적과 침식 거듭해 오늘의 비경을 품게 됐다.


바로 옆에서 용암 끓어오르듯 마냥 뒤채는 파도의 거친 몸부림.


쉼 없이 철썩대는 파도 소리 들으며 수백만 년 전 바닷속 화구에서 시뻘건 마그마 솟구치던 광경을 상상해 본다.


대장관은 번번 경이감을 넘어 외경감으로 그만 눈을 감고 말게 한다.


용머리해안을 도는 동안 문득문득 드는 한 생각, 사암층 바위벽 언제인가 형체 하얗게 사라지는 날 있으리니.


무량 거듭되는 일월의 변화에 따른 풍화작용에 의해서  혹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에 따라, 바닷속으로 가뭇없이 잠겨 들고 말면....


이 세상 그 무엇이 과연 영원할 수 있을까.


***064-760-6321로 전화문의 후 탐방/ 만조 시나 기상악화 시 출입 통제
 

 
 

 
 

 
 

 
 

 
 

 
 

 
 



지오 트레일이 기다리는 용머리해안을 찾았다.

자연이 빚은 신비로운 지층을 감상하며 짙푸른 바다 마주할 수 있는 이곳.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용머리를 닮은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체다.

180만 년 전 수중 폭발로 형성된 길이 600미터, 높이 20미터에 걸친 응회암층 해벽을 따라 용머리를 한 바퀴 돌게 된다.

평행층리와 수직절리단애며 풍화혈, 해식동굴과 돌개구멍(돌개구멍 -Pot Hole)이 있는 독특하고 희귀한 지질구조가 응축돼 있는 곳이다.​

기기묘묘한 해안 절벽은 오랜 기간 파도와 해풍에 깎이며 퇴적과 침식 거듭해 오늘의 비경을 품게 됐다.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산방산 앞자락에 위치한 용머리해안은 사암층 단층애(斷層崖)가 보여주는 기암절벽으로 유명하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지질공원이다.

바로 옆에서 용암 끓어오르듯 마냥 뒤채는 파도의 거친 몸부림.

쉼 없이 철썩대는 파도 소리 들으며 수수만년 전 바닷속 화구에서 시뻘건 마그마 솟구치던 광경을 상상해 본다.

대장관의 경이감을 넘어 외경감으로 그만 눈을 감고 만다.



064-760-6321로 전화문의 후 탐방/ 만조 시나 기상악화 시 출입 통제

 
 

용머리와 형제섬 사이에서 물질하는 해녀 / 돌개구멍 -Pot Hole /바윗전에 붙은 홍합과 거북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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