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숲에서 숲에 대한 공부를

by 무량화


이월달 아침 공기는 싸하게 시렸다.


휴식과 치유의 공간인 서귀포 치유의 숲에서다.


산림휴양해설사와 함께 숲길 따라 걸으며 오감으로 숲 체험하기와 자연학습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프로그램은 궤영숯굴보멍코스에서 오멍가멍코스까지 함께 걸으면서 현장에서 산림자원에 대해 익히는 시간이다.

그날 녹색 샤워를 하며 우리가 누린 몇 시간은 특별 선물에 다름 아니었다.

가베또롱이란 제주어도 알게 되었을 뿐 아니라 빨갛고 때롱때롱한 열매를 단 백량금 식물 이름도 익히는 등 푸른 숲 교실에서 제주 공부를 실하게 하고 왔으니까.

술 해설사는 나무에 대한 설명을 두 시간에 걸쳐 흥미진진하게 들려줬다.

치유의 숲뿐만이 아니라 생태숲에서도 여태껏 해설사와 동행한 적이 없다 보니 나무에 대해 새로이 알게 된 것도 많았다.

그 전부를 수용할 만한 두뇌 용량이 따라주지 않아 유감이긴 하지만.

두 나무가 하나 된 연리목 앞에서다.

원래는 한 줄기가 올라왔다가 위쪽을 베어내자 그루터기 양쪽에서 새 줄기가 나와 연리목이 된 나무였다.

즉 두 나무가 합쳐서 하나 된 경우가 아닌, 외적 영향에 의해 한 그루에 두 줄기가 솟은 격이다.

동서양의 관점은 이다지도 다른가.

미 캘리포니아 킹스 캐니언과 세쿼이아 국립공원의 울울창창한 숲에서다.

압도하듯 쭉쭉 뻗은 아름드리 거목이 온 산을 휘덮고 있는 그곳.

세상에서 젤로 큰 제너럴 셔먼 트리며 자이언트 트리는 얼마나 대단한지 나무 밑동 사이로 차가 지나다니는 터널 나무도 있었다.

곳곳에 두 나무가 한 그루 되어 우람하게 솟구친 나무에 대한 가이드 설명은 이러했다.

"바로 이런 나무들이 아메리카 정신의 표상이랍니다. 여러 인종들이 모여 합중국을 이뤘듯이 별개의 다른 뿌리임에도 서로 합쳐져 하나가 되었지요."

이는 원래 각각의 나무였는데 나무끼리 서로 끌어당겨 한 그루가 된 경우라고 하겠다.

한편 치유의 숲 해설사님은 그런 형태의 나무 모두를 연리목이라 불렀다.

연리목만이 아니라 가지가 붙은 연리지, 뿌리마저 하나 된 연리근까지 있노라며 실물을 예삼아 보여줬다.

금슬지락 하여 '가화만사성' 이루는 걸 동양권에서는 최고 가치 있는 덕목으로 여긴다.

부부 화락의 상징물인 연리목에게는 그래서 사랑나무란 이름도 얹어줬다.

식물만이 아니라 비익조와 비목어라는 상상 속의 괴이쩍은 동물도 만들어 낸 동아시아권 문화.

세계는 하나라지만 동과 서가 판이하게 다른 사고체계를 보여주는 예는 이처럼 다양해 한마디로 각양각색인 셈이다.

하긴 가장 기본적으로 대비되는 남과 여, 그뿐 아니라 내 안의 나조차 밖으로 보이는 나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여기부터 일부는 현장학습 내용이다.


이날 걸을 코스를 설명해 주시는 해설사/지하 500미터에서 끌어올린 이 암반수는 물경 25년 전에 고인 물이라고, 고로 모두 삼다수다.


궤영숯굴보멍(바위굴과 숯굴을 보며 걷는) 코스 탐방 출발점/탕수육이나 잡채에선 쫄깃하던 목이버섯이 아기 때는 말랑한 젤리 느낌.


숲 밀밀해 그늘진 곳마다 무성히 영역 넓힌 이끼류 그 아래 떨어진 삼나무 잎/ 숨골 주변에 수북 쌓인 편백과 삼나무 마른 잎.


한라 산록에 가장 많이 자생한다는 표피 무늬가 특이한 서어나무 / 물푸레나무는 단단해서 곤장 만드는 재료라고.


태풍에 쓰러져서도 서서히 되일어난 저 생명력/예전 집터 흔적이 남아있는 오고생이 숲에도 저만치 누워서 자란 나무도.


요건 아기 마삭줄이지만, 아아아~아! 타잔이 정글에서 외치며 덩굴 잡고 날아다니던 줄이 됨직한 굵은 마삭줄도 많더라는/가뿐하고(가베또롱) 엄청난(엄부랑) 길 아래는 가멍오멍길.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올레길)과 이어지는 한질(큰 길)/편백숲에 자리잡은 편안한 쉼팡에 누워 편백 향에 취해봄직하다.

편백나무 잎새와 열매

삼나무 잎새와 열매



이번참에 또 한 가지 확실하게 배운 것은 삼나무와 편백나무 구별법이다.

두 나무의 표피나 쭉쭉 치솟은 외양만으로는 당최 그 나무가 그 나무 같았다.

실제 편백나무와 삼나무의 공통점은 줄기 밑동부터 우듬지까지가 일자로 곧게 자란다.

껍질은 붉은 갈색이 감돌며 세로줄 무늬가 뚜렷하다.

다만 삼나무 줄기에는 이끼가 끼는 반면 편백은 껍질이 죽죽 벗겨지는 나무라 이끼가 붙지 않는다고.

제일 정확한 구분 방법은 잎 형태로, 가시처럼 뾰족하면 삼나무이고 잎새가 유순하게 넓으며 납작한 모양새면 편백나무다.

한국에서 자생하는 소나무 바늘잎은 둘인 반면 북아메리카에서 온 리키다 소나무 이파리는 셋, 이는 잎새 설명 끝에 얻은 팁이다.

삼나무와 편백나무 둘 다 원산지는 일본이며 삼나무는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켜 봄철이면 밉상이 되기도.

임란 당시, 목질이 무른 삼나무로 배를 만든 왜병과 달리 단단한 적송으로 배를 만든 충무공에 대적하다 23 전 완패를 당한 일본.

수난 겪고도 정신 못 차린 조선 조정은 부패한 데다 무능했으며 권문세족은 무책임했기에, 결국 나라 빼앗기는 지경에 이르고...

식민통치 시절에 심었다는 삼나무는 식재한 지 백 년 넘은 거목이라 많이 베어졌다고.



한편, 60년대 푸른 강산 만들려는 의지로 조림한 편백나무는 삼나무에 비해 현재 고급 목재로 귀히 쓰임받고 있다.

피톤치드, 테르핀, 음이온을 훨씬 많이 발산하는 나무는 편백나무이며 속성수인 삼나무는 3천 년까지도 산다는데 글쎄?

"우리는 우주에 흔적을 남기기 위해 여기에 왔다. 그렇지 않다면 왜 우리가 여기 왔겠는가?" 스티브 잡스의 말이다.

세상 만물은 존재하되 그냥 이 땅에 존재하다 갈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다 더 나은 흔적을 남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리라.

이래저래 오전 한나절 숲에 스며들어 흐뭇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