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창한 숲에 터널이 뚫리고 농지 위로 고가도로, 산천도 예전 그대로가 아니더라는.
조밀하게 치솟은 아파트 천지라 익숙했던 도회의 스카이라인 무진 변했더라는.
친근한 마실터였던 부산박물관, 목련화 반기던 들머리 동네부터 옛 흔적 찾을 길 없더라는.
통째로 리모델링 거쳤다는 박물관 실내외 모두 예전 모습 간곳없어져 아주아주 낯설더라는.
세월만 무심히 흘러 흘러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어버린 이십여 성상, 그 이전 자취 거의가 사라졌더라는.
언제 가도 박물관에 들어서면 입구 벽면 가득 채우고 기다려주던 '반구대 암각화 탁본'도 자취 감췄더라는.
너무도 아쉽고 그리워 안내 데스크에 물어봤으나 젊은 여직원 고개만 갸우뚱, 일면식도 없노라 하더라는.
고대실을 거쳐 철기실에 이르면 대성동 고분 발굴 시에 본 철제 투구며 말안장 녹슨 채 걸려 있었는데....
도자기실에 들면 청자연적, 분청다기, 투각 필통, 심지어 조선시대 백자 서안도 있었는데....
허전한 마음으로 밍기적거리며 돌아 나오다 기증품 전시관에서 만난 그 옛적 그대로인 달항아리,
쓸어안고 싶을 만큼 너무도 반가워 눈가 그만 매워지더라는.
그냥 갈까 그래도 아쉬움에, 다시 또 한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