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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온데 매화 만발

by 무량화


부산에서 살 적엔 전라도로 봄마중을 가곤 했다.


때맞춰 지리산 아래 산동마을로 산수유꽃을 보러 갔으며 섬진강가로 매화를 보러 갔고 화엄사 가면서 십리벚꽃길 걸었다.


당시 섬진강 매화마을 매화는 매실농원이라서 꽃을 솎아주는지 듬성한 꽃보다는 꽃향이 더 그윽하니 좋았다.

그러니 '매화가 구름같이 피었더군요.' 근원의 수필 <매화> 서두를 읽고는 벚꽃이나 그렇지, 하면서 고개 갸웃하며 딴지도 걸었다.

벚꽃도 아닌 매화는 구름같이 피었다거나 흐드러지게 피었다는 표현보다는, 조촐히 다문다문 피더라 여겼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사찰의 운치있는 고매만 본 터라 구름처럼 핀 매화는 상상이 되질 않았다.

감히. 화가이자 미술사학자이자 수필가인 근원의 뛰어난 식견을 어쭙잖은 안목으로 가타부타했더라는.



한국의 봄은 분명 서귀포부터 온다.


애기동백 유채꽃은 겨울철에도 흐드러진 서귀포다.


정월대보름날 이미 홍매를 만났는데 휘날리는 눈발 속에서도 이중섭공원 매화 더없이 고담했다.


홍매가 스타트를 끊자 이어서 청매 백매 연분홍매화도 피어났다.


연달아 화신이 날아들었다.


과연 봄이 가장 먼저 오는 서귀포 맞긴 맞다.


요사이 서귀포 어딜 가나 매화가 제철 맞아 한창.


만개했다 해도 눈길 끌만큼 화려하다거나 화사하기보다 그저 희끗희끗 희미하게 웃는다.


걸메공원 매화원이며 시공원 매화동산, 정모시 쉼터나 미술관 정원만이 아니다.


산기슭에도, 도로변 빈터에도, 귤밭 모롱이에도, 우영팟 가에도, 난데없이 나목 가지에 보푸라기 일듯 희끄무레 피어난 매화.


대개가 백매라서 흰색꽃들이다.


캘리포니아에 흔한 하얀색 블라섬은 거의 아몬드꽃이었는데 한국에서 과수에 피는 꽃 중

순백색은 배꽃이 유일하지 싶다.


촌색시처럼 분홍색 진한 복숭아꽃, 살구꽃이나 사과꽃은 아주 옅은 분홍꽃이다.


매실꽃이 지고 나면 시나브로 복숭아꽃 살구꽃 피어나고 블라섬 앞장 세운뒤 벚꽃 팝콘 터지듯 팍팍 피어날 것이다.


그 뒤를 이어 서귀포 골골에 향기로운 귤꽃 필테고.



tip: 매실나무 살구나무 벚나무 꽃의 차이점


우선 세 나무 다 장미목 장미과 벚나무 속에 해당되구요.

모두 초봄에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데 시기적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약간 차이는 있지만요.

자세히 보면 세 꽃은 쉽게 구별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답니다.

매화는 홈 없이 꽃잎 전체가 매끈하게 둥그런 모양인데요.

살구꽃 꽃잎도 둥글지만 매화에 비해 작고 얇아서 약간의 주름이 져있지요.

반면 벚꽃 꽃잎은 바깥쪽에 오목한 홈이 파였고요.

꽃술이 길고 풍성하면 매화, 꽃술이 좀 허술하면 살구꽃, 벚꽃은 꽃술이 보일락 말락 짧아요.

또 한가지 구별법은 꽃 뒷면의 꽃받침을 보면 되는데요.

벚꽃 꽃받침은 뾰족하고 가느다랗게 생겨서 별 모양 같고요.

매화 꽃받침은 붉은색이 선명하며 동그랗고 커요.

살구꽃 꽃받침은 매화랑 비슷하나 크기가 아주 작고요, 딱 붙어있어서 잘 보이지도 않아요.

꽃자루가 긴 벚꽃과 달리 매화와 살구꽃은 가지에 딱 붙어서 핀답니다.


매화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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