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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r 08. 2024

사막화로 치닫는 서귀포 바다를 되살리려면

그 바다를 떠나갔다


서귀포 연안의 해양생태환경은 안녕하신지? 문섬 주변에는 자리돔이 여전히 많은데 보목 바다 자리돔은 사라지고 없다는데. 서식환경이 파괴되면 물고기는 그 바다를 떠날 수밖에. 헌데 하수처리장보다 더 많은 양의 배출수를 내보내는 육상 양식장의 독성 오염물질들은 과연 제주 연안 해양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걸까?


서귀포 동쪽 해안을 이틀째 헤집고 다녔다. 바닷가 빙 둘러 가며 쌓았다는 환해장성의 흔적을 더듬기 위해서였다. 간식이 든 배낭 하나 메고 파도치는 검푸른 해안가를 훑었다.

취향이 좀 색달라서 곰팡내 나는 역사에 관심과 흥미가 있어서이다.


신양 해안도로를 따라 온평 신산 신천 지나서 표선 해안도로를 거쳐 내친김에 태흥 남원 해안도로까지 죽 걸어나갔다. 온평포구와 신산리에서부터 태흥리 남원포구에 이르는 동안 주변 해역에 ㅇㅇ수산이라는 간판을 단 양식장들이 잇달아 나타났다.


얼마 전에 신천 바다목장 쪽을 걷다가  계속 이어지는 양식장 앞을 지나려니 길이 후미져 뒤돌아선 적이 있었다. 하나같이 규모 큰 건물은 낡고 녹이 슬어 휘휘한 데다 식식대는 기계 소리까지 요란스러웠다. 누아르물 영화를 많이 봐서인지 범죄 냄새가 풍기는 그런 분위기였다.


총 해안선 길이 254km인 제주에는 500여 곳의 양식장이 난립돼 있다. 특히 서귀포시 관내에는 육상 양식장이 우후죽순처럼 불어나 성업 중이다. 표선리 양식장 배출수는 주변 다른 해역보다 용존 무기질소 16배, 용존 무기인 20배, 화학적산소요구량이 5배 이상 각각 높게 나타났다. 양식장 배출수 인근 해역에는 불가사리류, 말미잘류, 구멍갈파래 등 해적생물만이 높은 서식밀도를 보이며 바다 생태계를 크게 위협하고 있었다.


태흥리 해안에서 오징어를 말리고 있는 한 노인을 만났다. 검게 그을린 얼굴빛으로 미루어  어촌에서 뱃일을 하거나 어로에 관한 일을 해온 분 같았다.

여기서도 오징어 잡히나요?


오징어야 동해바다로 올라가야지.

근데 저 공장은 뭐 하는 곳인가요?

아, 저거 광어 양식장이지.

김영삼이가, 잡는 어업 대신에 키우는 어업을 하라며 마구 허가를 내줬지.

그 바람에 앞바다가 다 죽어버렸어.

아~전에는 내 키만 한 미역이며 다시마가 하영 나던 바다였지.

생선도 안 잡혀, 죄다들 멀찌감치 떠났어.

보말이나 소라도 싹 사라졌다구.

이젠 아무것도 없어, 바다가 완전히 죽었다구.

저눔의 양식장에서 바다에 쏟아붓는 하수 땜에 그런갑써.

노인은 못마땅한 시선으로 거만하게 뻗대고 서있는 건물을 흘겨봤다. 파도 소리 데불고 하얗게 밀려오는 물결만 여전히 천연스러웠다.  청남빛 바다는 겉보기엔 보석처럼 찬란해 눈이 부셨다. ​


물 환경보전법에 근거한 배출수 기준에 따라 화학적산소요구량(COD)과 부유물질(SS) 두 항목만을 측정하고 있다. 양식장 배출수로 인한 부영양화 원인으로 질소(P)와 인(N)이 언급되고 있으나, 이 항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처럼 배출수 기준 항목을 강화시키지도 않은 데다 수질기준 위반 시 제재도 약하고, 단속하는 방식 역시 실효성이 없는 편이다. "제주 양식업체들의 도덕적 해이와 제주도정의 직무유기로 제주 청정 해역이 위협받고 있다" 며 제주 녹색연합이 성명을 내고도 남을만하다.


노인의 말이 전부 옳았다. 갯바위에 올랐다가 봐선 안될 장면을 목전에서 보고야 말았다. 하필이면 그곳은 양식장 방류관에서 콸콸 쏟아져 나오는 배출수가 바다로 버려지는 지점이었다. 어류용 사료와 배설물 찌꺼기 등을 마구잡이로 토해내는 통로였다.

주민 말을 들어보니 항생제 성장촉진제 같은 약품도 다량 사용한다고 했다. 여타 유기물과 질소ㆍ인 등이 함유된 양식장 배출수는 밤낮없이 콸콸 쏟아내고 있었다. 그 내용물들이 바다에 녹아들어 인체와 환경에 유해한 수질오염물질로 변했던 것.

보통 육상 양식장은 취수관을 통해 바닷물을 끌어다 사용한 다음 배수관을 통해 방출수를 바다로 다시 흘려보낸다. 그 결과 배수관 반경 수백 미터 이내 해조류는 몽땅 초토화됐다. 해조류가 사라지자 보말도 담치도 소라도 먹잇감이 없어져 떠나버렸으며 깃들 숲을 잃어버린 물고기 떼는 어딘가 멀리로 가버렸다. 중금속으로 오염된 연근해는 이렇듯 단단히 중병이 들어 버리고 말았다.

반면 관내에 양식장 허가를 끝내 내주지 않은 성산포구나 위미항 인근에서는  물질하고 나오는 해녀를 어렵잖이 만날 수 있었다. 스쿠버 다이빙 포인트로 알려진 새섬, 범섬은
천혜의 수중환경을 자랑하며 여전히 다양한 열대 어종이 노니는 청정해역. 이는 서귀포 시내 인접 영역에는 양식장이 들어서지 않은 덕분이겠다.


한 해양수산연구원은 말했다. 방류수의 수질 기준을 강화, 오염물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름망을 보다 촘촘하게 적용하는 등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고 오염원 배출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나가야 한다고. 아울러 해역별 연안어장 생태환경을 복원할 수 있는 중장기 복원 로드맵도 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거대 자본주의의 위세에 밀려 그 목소리는  미약하기 그지없어 큰 메아리로 되울리지 못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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