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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지 유채꽃 향연 그러나

우크라이나

by 무량화


미라지 유채꽃밭이다.


중문관광단지 내 작은 골짜기로 흔히 엉덩물 계곡이라고 부른다.


미라지(美羅池)는 엉덩물 계곡에 숨은 작은 연못이다.

명칭 공모전에서 뽑혔다는 '아름다움이 비단처럼 펼쳐진 연못'이란 이름은 좀 과장된 느낌이다.

말간 물이 관을 타고 계속 주입되고 있으나 웅덩이처럼 물빛 탁하고 이끼 잔뜩 껴 매우 너저분하다.

지금은 그럴지라도 못 주변을 정화시켜 새로 지어준 이름 미라지라는, 뜻 그럴싸한 명칭이 정착되었으면 좋겠다.

이곳은 원래 지형이 험해 동물들조차 물이 있는 계곡에 내려올 엄두를 못 냈다는 골짜기다.


오죽하면 물 찾아 내려왔던 짐승조차 엉덩이 디밀고 겨우 볼일만 보고 갔대서 붙은 이름이란다.

그 덕에 토질 기름진가.ㅎ


해마다 유채꽃 갯무꽃 매화 도화 어우러져 꽃길 매우 풍요하고 윤택하게 펼쳐낸다.


생긴 그대로의 지형지물을 십분 활용해 자연스럽게 가꾼 유채꽃길, 산방산 아래 인위적으로 만든 직사각형 유채밭 형태가 아니다.

마치 저절로 조성된 듯 자유로이 펼쳐진 비정형의 곡선이 주는 자연미가 정겨워, 보는 이의 마음을 평화롭게 해 준다.



만난 지 오십 년도 더 된 외사촌이 먼걸음했길레 서귀포 여기저기를 쏘다녔다.

삼삼오오 몰려든 꽃놀이 인파에는 국제화 시대답게 외국인도 다수, 다섯 명의 백인도 끼어있었다.

유채꽃 속에서 그들도 포즈를 잡고 밝은 표정으로 사진을 찍었다.

국기 같은 걸 양켠에서 펼쳐 들고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는 그들 중 하나는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었다.

무슨 동호회의 단체여행 정도로 여기고 무심히 지나치다가 그들이 펼쳐든 기가 뭘까에 생각이 미쳤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혀 짐작조차 못했던 이 무신경한 우둔함이라니.



궁금한 건 못 참는지라 되돌아가서 파란색과 노란색이 반반인 기가 어느 나라 국기인지 물어봤다.

자기들 나라인 우크라이나 국기라고 했다.

순간 가슴이 아릿해지며 울컥 뜨거운 것이 솟구쳤다.

그들을 향해 Peace be with you! 외치면서 양 손가락 V 사인 만들어 격려의 뜻으로 힘껏 흔들어주었다.

얼마 전 종전협상 차 젤렌스키가 트럼프를 만나 수모를 당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당신은 아무런 카드도 없어! 면전에서 노골적으로 짓이겨지고 만 약체의 비참함이라니.

날마다 봄꽃 축제판 찾아다니며 노는 데만 정신이 팔려 삼 년째 전쟁터인 그 나라의 어려움은 하얗게 잊고 지냈다.


그랬다. 강 건너 불이었던 것.



몸서리쳐지는 전쟁, 뒷배인 러시아의 부추김에 힘을 얻어 동족상쟁의 전쟁을 일으킨 북한이다.

구 소련 스탈린의 세계 공산화 전략의 한 축에 더해 김일성의 적화통일 야욕이 맞물려 벌어진 육이오전쟁.


50년대의 참담했던 그 비극으로 인해 우리는 처절한 궁핍을 겪어야 했다.


그 통에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한반도 전체가 폐허 됐으며 세계 최빈국으로 추락했다.


막상 종전협상 테이블에서도 전쟁 당사국인 우리는 제외됐다.


약자의 서러움 다시 겪지 않으려면 부국강병만이 답.

전쟁광들의 만행은 아직도 여전히 현재진행형, 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우리다.

하여 비옵나니 모쪼록 더 이상의 전쟁과 폭거가 발생치 않는 한반도이길.

바라옵건대 지구촌의 모든 인류가 부디 꽃길만 걷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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