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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씨와 개구리알

by 무량화


전원의 봄밤을 장악하는 소리가 있다. 아득하여 더 그리운 소리 개구리 소리.
농약 과다사용으로 자연생태계가 파괴된 요즘도 여전한지는 잘 모르겠다.
경칩(驚蟄) 무렵이면 동면했던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무논이나 개울가나 웅덩이에다 알을 낳았다.
경칩이 지난 지 보름이 다 되어가니, 이맘때쯤이면 개구리 알이 올챙이로 변하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개굴개골개골~ 이 소리는 잊혀가는 먼 추억 속, 외가가 있는 시골의 아늑하고 정겨운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고향의 정서를 일깨우는 개구리, 옛날에는 머구리라고 했고 충청도 사투리로는 개구락지라고 했다.



아이들이 어릴 적 부산에 살면서 때때로 주말이면 금정산이나 장산을 찾았다.
산벚꽃이 필락말락하던 어느 해 봄, 금정산 계곡에서 물장난을 하던 남매가 대단한 발견을 한 듯 흥분돼서 쫓아왔다.
조그만 두 손바닥을 오므려 만든 그 안에는 투명한 개구리알이 들어있었다.
생물도감에서만 본 우무질의 개구리알을 처음으로 직접 만난 데다 득템까지 했으니 흥분할 만도 했다.
남매는 음료수병을 헹군 다음 계곡물을 담아 개구리알을 넣어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한 달여 정성을 기울이며 관찰일기를 쓰면서, 알에서 올챙이가 태어나고 올챙이 몸에서 먼저 뒷다리가 나오고 얼마 후 앞다리가 나오는 과정을 꼼꼼히 적어나갔다.
공책의 기록은 마침내 꼬리가 차츰 퇴화되고 드디어 개구리로 변태 되었다로 끝난 것이 아니라,
알을 데려온 금정산 계곡에다 개구리들을 방생해 줬다로 마무리되었다. ^^



그런데 뜬금없이 웬 개구리알? 근자 개구리알 형태와 아주 흡사한 치아씨를 생수에 넣어 식용하고 있다.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을 유별나게 찾아다녀야 할 만큼 어디가 불편하거나 안 좋은 것도 아니니 평소 그런 쪽에 그다지 관심두지 않았다.

아직은 성인병 없기에 달리 약을 복용하는 것 없이, 단지 식성대로 구미 맞는 음식을 만들어 맛있게 삼시 세 끼를 즐길 뿐이다.

치아씨드는 며칠 전 옆자리의 과테말라 친구 셀마가 준 것이다.

그녀가 매일 들고 오는 물통 아래쪽에는 늘, 이상스레 흐물거리는 물체가 들어있었다.

뭐냐고 물었더니 치아씨드라고 했다. 듣고 보니 요즘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며 한참 뜨고 있는 슈퍼푸드 중 하나인 치아씨였다.


건강식품이라는 말만 들었지 치아씨를 첨 보는 터라 개구리알 같은 젤리층이 신기해 한참을 흥미롭게 들여다봤다.


이튿날 셀마가 지퍼백에 담아 온 치아씨드를 슬그머니 건네줬다. 참깨보다 훨씬 잘디 잘은 길줌한 타원형의 진회갈색 씨앗은 아주 단단했다.



이 딱딱한 씨앗에 물이 닿으면 잠시 후 투명한 물질이 씨앗 표면을 둘러싸면서 열 배 이상 부풀어 오른다. 물과 함께 목을 넘어갈 때 미끌한 식감이 낯설었지만 아무런 냄새도 없어 거부감은 과히 들지 않았다.


식후 특유의 포만감으로 다이어트 열풍이 부는 한국에서 특히 인기를 얻는 치아씨를 그녀는 당뇨가 있어 장복한다고 했다, 다이어트 필요성은 물론 아무런 건강이상이 없는 내 경우에도 맞겠나 싶어 일단 검색을 해봤다.


고대의 아즈텍인들이 주식으로 먹던 작은 씨앗인 치아씨드는 마야어로 '힘'을 뜻하는 사루비아과 식물 치아의 씨앗이다. 치아씨드(Chia Seed)의 학술용어는 salvia hispanica이고 1년생 아열대 식물이며 원산지는 멕시코다.


알고 보니 블루베리보다 항산화 성분이 많고 연어보다 오메가 3가 많으며, 치아씨 작은 술 하나로 우유 한 컵에 든 것보다 훨씬 많은 칼슘을 섭취할 수 있는 완전식품으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적의 식품'이라 불리고 있다 한다.



교재와 구글도사가 상세히 알려준 치아씨의 효능은 다음과 같다.
1. 풍부한 오메가 3/전체 지방의 60% 이상이 오메가-3 지방산으로 채워져 있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관 염증 지 표 물질들을 감소시켜 심장 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다.
2. 장 건강을 유지해 주는 섬유질 /치아씨가 지닌 섬유질은 케일의 17배, 양배추의 13배로 장을 깨끗하게 하고 공복감을 해소시켜 다이어트에 큰 도움을 준다.
3. 노화 예방 필수영양소, 산화방지제 /노화 예방에 필수적 성분인 산화방지제가 많이 함유되어 있다.
4. 고혈압 예방에 좋은 미네랄 / 칼슘, 인, 마그네슘, 칼륨, 철분, 아연, 구리 등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다.
5. 소화작용에 도움되는 글루텐프리 식품 /글루텐이란 밀, 보리 등의 곡류에 존재하는 불용성 단백질로 소장의 흡수력을 저하 시키는데 치아씨에는 글루텐이 아예 들어있지 않다.
6. 혈당 수치 조절 /인슐린 농도를 조절하는 효능이 있다.
7. 다이어트에 도움 주는 포만감 /수용성 식이섬유가 젤라틴처럼 변하면서 부피가 10배 이상 늘어난다.

특별한 효과를 본 건 아니지만 나쁠 건 없는 식품이니 치아씨를 준 친구 성의를 생각해서 고마이 먹으며, 일단 기후조건상 발아가 될 것 같아 일부는 실험삼아 밭에 뿌려놨다.


새싹이 났는데 세모꼴 떡잎이 두 장이었다.


개구리알이 떠올라 두서없이 쓰다 보니 잡설이 되어버렸는데 이제 이 말로 마무리해야겠다.
화살을 멀리 쏘려면 활대가 부러질 정도로 활줄을 팽팽히 당겨야 한다.
개구리는 멀리 뛰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몸을 먼저 바짝 움츠린다.
그래야 반동의 힘으로 탄력을 받아서 멀리 뛸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위기의 대한민국도 이와 같은 단계에 있는 것이라고 애써 자위해 보며 어서 진정한 소생과 부활의 봄이 오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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