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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란히 드러나는 행적

by 무량화


2019년 연말 즈음 일이다.

Somebody's watching me!

지메일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이럴 수가!!!

너무 적나라해서 경악할 지경이다.

무슨 비밀이 있을 수 있겠나.

달에 아폴로가 착륙하며 신비의 베일이 벗겨지듯
이제 그 무엇도 혼자만의 비밀 같은 건 없어진 세상.

한 해의 족적과 동선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누군가가 일거수일투족 모두를 환히 들여다보는 세상.

싫든 좋든 아예 무장해제 당한 셈이다.

아니 자진해서 공개하고 사는 이 시대.

먼 길을 가며 혹시 필요할지도 모른다 싶어 구글 계정에 위치 기록 설정을 스스로 해놨기에 구글은 타임라인 업데이트 결과를 통보해 준 것뿐이니까.

비밀로 꽁꽁 묻어둔 일이라도 그 사실 누구 한 사람만 안다면 이미 그건 비밀도 아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갈대숲이 바람 불 적마다 소곤댈 테니까.

그리고 비밀이란 대부분 자신의 입을 통해 발설되느니.

하긴 도처에 거미줄처럼 쳐있는 치안을 위한 고화질 CCTV에 무방비로 노출된 현대인.

길거리 오가며 수시로 마구마구 찍힌다.

감시카메라 앞에 영혼 빼곤 뭐든 탈탈 털린다.

그것도 공공연히.

네 행적을 샅샅이 알고 있다,며 협박하지 않아도 두렵고 겁나는 일이다.

정확도가 소름 돋을 수준이다.

한 번씩 뉴스거리가 되는, 금융권이나 페이스북을 통한 개인 신상정보 무더기 유출 사건.

누군가 신상 털기에 나선다면 단 몇 분 안에 개인 정보와 신용 정보는 물론이고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현 위치까지도 정확히 짚어낸다.

촘촘히 그물 쳐지듯 깔린, MRI 기계 같은 정밀 시스템이 외부 곳곳에서 가동 중.

고로 숨기고 싶은 과거, 감추고 싶은 치부는 첨단 기기 앞에 낱낱이 까발려진다.

그뿐인가. 얼굴 띄우지 못해 안달 난 관종 부지기수인 시대.

SNS에 나부터 자신의 모든 걸 공개하며 미주알고주알 사생활 드러낸다.

피할 건 피하고 알릴 건 알리는 방식이긴 하더라도 글쎄? 꼭 알아내려 작정하면 속속들이 파악된다.

이에 관음증이라는 인간의 속성이 얼씨구나 합류해 블루스를 춰댄다.

민달팽이처럼 지나온 족적 이렇듯 남기니 이 시대 완전범죄가 성립되기나 할까.

완전한 비밀이란 존재하지 않는 세상, 어디 하나 어수룩한 구석이 없으니 숨을 곳이란 전혀 없다.

구글이 모은 2019년 타임라인 탐색 결과를 펼쳐보니 아찔했다.

대명천지.. 그러나 어쩐지 무서웠다.

천수천안을 가진 구글 도사가 알아서 작성한 아래 타임라인에 드러나다시피 헉 소리 나는 정밀도다.

2020년이 마무리되는 연말엔, 코로나로 묶인 동선이라 전자동으로 아주 단순고요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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