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 뭐꼬?
선물이 왔다는 메시지가 뜬금없이 네이버 이름으로 떴슴메.
아들네서 뭔가를 보내면 소포는 현관 앞에 놔두고 배달됐다는 문자가 뜨던데 이런 방식은 처음.
고개 갸웃하며 클릭하자 위 수선화가 활짝 웃으며 이 ㅇㅇ님의 선물 받으락카데예.
아~짚이는 데가 있습디더.
지난번 조카손자가 제주여행 왔을 때 같이 왔던 친구인 상우 엄마가 보낸 선물인기라예.
뭘 이런 걸 다~ㅎ
솔직히 선물이란 말만 들어도 기분 좋은 거 아닝교.
흐뭇한 미소 떠다닌 건 잠시고예, 열려라 참깨! 육중한 바위문 앞에 서게 됐다카이.
보도 듣도 못한 뭔 지시어가 이리 뜨노?
배송지를 입력하라, 가 나오고 이어서 네이버 앱 설치하기도 있습디더.
당최 금시초문이라 어리둥절.
한국말임에도 뭔 소린 줄 도통 알아먹지 못하겠는, 이럴 때 아나로그 세대는 곧장 멘탈 붕괴!?
잠깐이지만 머리가 엉켜버리며 백지처럼 하얘지더라꼬예.
그러나 무식해서 더 용감한 하르망, 심호흡 한번 하고 차근차근 퍼즐을 맞추기 시작했심데이.
난공불락의 성이 어데 있겠노? 두드리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아닝교.
내사 기계치까지 보태진 아날로그 세대의 전형, 여태 인터넷 쇼핑 한번 안 해봤다카이.
아마존 물건은 처음부터 딸내미가 미리 알아서 척척 조달, 한국와서는 원래 쇼핑 즐기지 않는지라 굳이 인터넷 쇼핑이 필요치도 않다보이 뭐.
난생처음 접한 디지털 환경이니 헤매는 거 당연하고말고예.
골 아프게 헤맨 이바구는 생략하고, 암튼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는다꼬 하더마요.
뭐 어찌어찌 그럭저럭하다가 그래도 마침내 완료시켰심더.
그러는 내게 오히려 상우 엄마는 번거롭게 해 죄송하다 해싸니 내심 더 열공했지예.
이후 금딱지 디지털 문명인 인증도 상우 엄마로부터 왔더라고예. ^^
내사 나름 디지털 교육을 평생교육원에서 받았지만서두 늘 써먹지 않으믄사 저장시킨 지식도 얼마 못가 슬슬 사라져뿐지더라는.
디지털 세상을 자유자재 유영하며 즐기는 아이들이나 젊은이들이야 이처럼 어리버리하는 모양새 우습겠지만 그기 웃을 일이 아닌기라.
묶여 옹매듭진 '고' 풀어 젖히거나 나사못 하나 살짝 돌리기, 기술이란 게 원래 그런 거락카이.
일단 한번 하고 나면 천지 쉽고 간단하지만 처음 하려면 우주선 도킹 과정보다 더 어려운 그것.
얼라들아, 너흰 늙어봤니? 난 니덜처럼 아이적은 물론이고 젊어본 적도 있다카이!
해묵어 심술궂은 노친네 꼬장질 같은 디지털 투정은 이쯤만 하기로 하고...
아침나절 스티로폼 냉동상자에 담긴 선물이 도착했더라꼬예.
정성스럽게 지은 찹쌀 연잎밥, 아직 맛을 안 봤지만 먹어보나 마나 기찬 맛일끼라예.
선물은 그 자체가 감동과 감격이 수반되는 것,
마음 담긴 선물을 받으면 이미 벌써 기쁘고 고맙고요 억쑤로 행복해집니더.
하여 만방에 자랑질해도 괜찮겠지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