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가시리녹산로에서 유채꽃축제가 열리는데 유채밭은 여전 초록초록하고 벚꽃 소식도 아직은 감감하다고 제주 뉴스는 전한다.
예래생태공원 봄꽃 나들이 행사며 서홍동 윗물교 벚꽃행사도 이미 한 주 뒤로 물렸다.
미리 걸어둔 현수막도 새로 교체해야 하고 마을별로 일정 조율 다시 하려면 이래저래 번거롭게 생겼다.
그러나 하늘의 소관사이므로 어쩔 도리 없다.
벚꽃의 절정 시기는 개화 후 만개까지 일주일 정도다.
가로수가 벚나무인 신서귀포 지나며 차창밖으로 본 정경은 나무마다 새침하니 딴전만 부리고 있었다.
그러다가도 물론 기온이 올라가면 파바박 팝콘 터지듯 벚꽃 피어나지만 희끄무레한 기척이 고작.
서귀포에선 3월 29일 이후라야 절정기가 될 모양이다.
남부지방은 3월 30일 ~4월 6일경, 중부지방에서는 4월 5~11일 경이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뉴스도 뜬다.
꽃이 늦는다고 해서 봄이 아주 멈춰 선 건 아니고
짐짓 뜸을 들이는 중이다.
내사 급할 거 없으니 어제는 하논으로 느긋하게 들꽃마중 다녀왔다.
오후엔 재작년에 새로 들어선 유채꽃 명소가 된, JW 메리어트 제주 가든을 들러봤다.
기본 룸 가격이 백만 원 훌쩍 넘는 럭셔리한 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긴다거나 핫스파를 좋아하지 않는 체질이라 그쪽은 해당사항 전무하므로 서귀포 앞바다 향하고 있는 유채 언덕으로 직행했다.
이태 전 돔베낭골에서 외돌개로 걷다가 새로 오픈한 호텔 정원에 흐드러진 유채꽃물결을 만나 감탄사 발했던 터다.
작년엔 일주년 기념행사를 거하게 하는 날 찾기도 했는데 삼매봉개발사에서 바다가 보이는 언덕 주변 언저리에다 종합 리조트 단지를 조성했다고 한다.
요즘은 바로 옆에 규모 큰 박서보 화백의 뮤지엄 건물이 올라가는 중이었다.
JW 메리어트 제주는 건축 거장 빌 벤슬리(Bill Bensley)가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은 국내 첫 호텔로, 앞 뜰에 세 무더기 바위덩이 조각품은 프랑스 작가 니키 드 생팔의 명성 높은 작품이란다.
유치원생 그림에나 쓰일 법한 색칠이 된 그 조각품은 여전히 노송이 선 자연 풍치와도 부조화해 보인다만.
하긴 볼 적마다 생뚱맞다 여겨지는 내 안목의 수준을 나무라야 될지.
유채꽃밭 앞에 섰다.
대기가 흐려 바다 빛깔 희끄무레했지만 배경 관계없이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미라지 유채밭처럼 여기도 다랑이 논에 벼 익어가는 정경 같은 부드러운 곡선이 춤추는 언덕과 바다로 이어진 전망터 뷰가 가장 멋스럽다.
지난해 청명한 날 찍은 사진을 대비시켜 보면 날씨가 사진 속 풍경을 얼마나 좌지우지하는지 여실히 느낄 수가 있다.
그래도 유채꽃 한창 피크에 때맞춰 와서 서귀포 그 어느 곳에서 보다 올해 가장 싱그런 유채꽃을 접할 수 있었으니 행운이다.
봄이 왔어도 삼월에 폭설 변덕스레 내리고 늦추위 극성부리는 바람에 유채가 대부분 냉해를 입었기 때문.
모든 꽃소식이 한 주나 늦게 찾아온 까닭에 벚꽃 송아리 아직 벙글듯 말듯한 현재 서귀포 상황
전하며.
오늘은 오전 내내 뿌옇게 봄비, 그래서인지 서귀포항에서 뱃고동소리 부웅 붕~~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