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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록산 기슭 봄소식

by 무량화


가시리 유채꽃 광장에서 마주 보이던 큰사슴이 오름에 올랐다.

저만치 하얀 풍력발전기 여남은 개가 쉬익 쉬익 바람을 휘젓고 서있었다.

기생화산인 대록산(大鹿山)은 소록산(小鹿山)과 나란히 정겹게 연결돼 있다.

동쪽 탐방로로 오르는 것이 경사 완만해 한결 수월하다고 해, 오른쪽 유채꽃 플라자에서 출발했다.

탐방로 초입에는 말먹이 물 용도로 만들었다는 장방형 연못이 기다렸다.

이 일대가 조선시대부터 목장의 최적지로 선정되어 넓고 큰 목마장(牧馬場)을 형성했다고.

그래서인지 인근에 잣성이 쌓여있고 갑마장길이란 지명도 있으며 조랑말 타운도 있었다.

큰사슴이, 족은사슴이라고도 불리는 오름에는 안정감 있는 목침 층계 탄탄했다.

숲 사이로 조붓하게 난 오솔길이나 흙길도 평탄하니 걷기 좋은 황토 흙이었다.

구름 잔뜩 껴있었지만 가끔씩 푸른 하늘도 드러났으며 햇빛도 간간 반짝 비췄다.

두릅
고사리
연두색 통꽃인 반하/ 고목 둥치에 핀 제비꽃

정상을 오르며 한 번씩 뒤돌아서 보면 동산처럼 봉긋 솟아있는 오름 군락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울멍줄멍 오름 새새로 유채꽃밭과 초록색 경작지가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그 앞에는 풍력발전 단지의 백색 바람개비가 우뚝우뚝 서서 돌아갔다.

오르는 도중 산자락에서 들꽃도 보고 고사리와 고비 두릅도 땄다.

어느새 고사리 쏘옥 돋아났는가 하면 두릅 순도 살벌한 가시 두르고 살몃 고개 내밀었다,

귀한 두릅 셋을 득템해 고이 모시고 왔지만 고사리와 고비는 여기저기서 제법 보였으나 시큰둥.

비빔밥에 든 고사리나물도 골라 내놓는지라 꺾지는 않고 사진만 찍었다.

쉬엄쉬엄 오르다 보니 금세 정상.

정상 목재 벤치에 앉아 간식을 들고나서 언덕 넘어 반대편 탐방로로 접어들었다.

그래야만 수풀 우거져 겨우 감으로 느껴지는 분화구이지만 우묵 파인 굼부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완연해진 봄기운, 길섶에는 연보라 제비꽃이 깔리듯 피어있었으며 스스럼없어진 복수초도 노오라니 미소 지었다.

마른풀 사이로 자주 우단 조바위 쓴 할미꽃 다소곳 허리 숙였고 진달래도 환하게 웃으며 우릴 환대해 줬다.

측면에 보이는 따라비오름과는 쫄본갑마장길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가 있는데 표티 뚜렷하게 삼나무 일렬로 거느리고 나있다.

지난해 헬레나 씨 부부가 앞장서 줘 만추에 올랐던 따라비오름 곳곳에 갈대 군락이 조성돼 있었고 철쭉꽃 시절 없이 피어 있었는데.

올봄에도 도반 덕에 유채꽃과 연분홍 벚꽃 최절정기에 눈호강하고 덤으로 대록산 트레킹에도 나설 수 있었다.

인연이란 묘해서 같은 교우를 우연히 길에서 만나 좋은 도반 되었으나, 얼마 후면 헬레나 씨는 수원으

로 이사를 간다.

무릇 시작이 있은즉 끝도 있게 마련, 아쉽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의 시간도 예비돼 있음이니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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