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제주대학 입구에 벚꽃 구름처럼

by 무량화


튀밥과 봄꽃의 공통점은 온도가 적절히 올라가면 저절로 터진다는 거예요

화창하지는 않아도 봄기운 따스한 요 며칠 새

봄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나고 있었어요

엊그제까지만 해도 잔기척만 내보이더니 이 아침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여기저기서 파팍팍~꽃사태 흥건히 번지데요

연분홍 옷소매 하늘거리며 손짓하는 은밀한 꽃구름

게다가 새움 트는 낙엽수마다 겨자빛 눈엽 어찌나 곱던지요

문득...... 온 데서 환청이듯 아롱거리는 봄의 왈츠 흘러나오지 않을지요


지난 주말 서귀포 가시리 벚꽃축제를 비롯해 제주시 전농로 왕벚꽃축제가 열린다는 소식 접했지요


주말 내내 봄바람 광풍되어 불어 제키는 통에 두문불출, 조용히 방콕모드로 지냈네요


서귀포 지역 어느 봄축제는 한 주 뒤로 물렸다는데 유채꽃이나 벚꽃도 개화는커녕 묵묵부답임에도 그예 축제 팡파르를 울렸건만요


안쓰러워라, 유채 노란 꽃 대신 연초록 벌판에 벚나무는 나목가지에 필듯말듯 꽃망울만 봄바람에 후드껴 댔나봐요


주말이 지난 월요일, 현지신문 기사는 아직도 축제장 바가지요금이 극성이라며 사뭇 규탄조의 논조더군요


순대 여섯조각에 2만5천원, 애들 헬륨 풍선 한개에 2만원 너무했다며 네티즌들은 '폭싹 당했수다'란 반응


작년 비계 삼겹살 논란 이후 소비자들의 반감이 커지면서 가뜩이나 어려워진 제주 경제라는데요


관광 관련 부정적 이미지 개선을 위해 관광 불편 신고 및 민원 발생 모니터링 등 다각도로 노력을 해왔지만요


근본 문제는 축제 주최측이 임시장터 부스를 비싸게 판매하니 입점 상인들은 자선사업체가 아닌 이상 본전 건져야 할 터라 시에서 이 점 포괄적으로 관리감독에 만전을 기해야겠지요


하긴 축제장 물가 바가지인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축제 즐기는 방법이 오로지 돈 팍팍 쓰며 폼나게 카드 긁어대기라면?


비싼 줄 알며 구태여 먹어야 하며 헛돈 써가면서 바보짓 한다는 거 뻔한데도 해마다 되풀이하는 손님들도 문제 아닐지?



지난해 봄, 볼 일로 제주시에 가던 길이었어요


제주대학 초입에서 언뜻 본 꽃구름에 혹해 귀갓길에 들렀다가 와우~탄성이 절로 터졌네요


1952년에 개교를 한 대학이라서 그렇겠지요.


연륜만치 해묵어 나이테 굵은 고목다운 운치로 의연한 벚나무들이 피워낸 벚꽃은 대단했어요


서귀포 벚꽃 명승지의 기껏해야 십수 년 안팎일 애송이 나무와는 다른 고품격 둥치부터가 압도해 왔지요


하늘 푸르른 어제, 그 생각이 나 불현듯 281번 버스를 탔답니다


한라산 오일육도로를 타고 터널숲길 지나 성판악 스쳐서 교래리.


내리막 숲길 한참 돌고 돌아 산천단에서 제주의료원 다음이 제주대 입구로 게서 하차를 했네요


어쩌면 좋아~~~ 벚꽃길은 기대 결코 져버리지 않더라구요.


제주대 입구에 예년처럼 흐드러진 벚꽃길이 근 삼십 분 거리에 펼쳐졌더군요


평소 제주대생 오가는 도로일 테지만 어제 한낮, 입소문으로 번진 벚꽃 명소라서 상춘객들 붐비더군요


상가나 카페도 별로 눈에 안 띄는 거리, 판매 부스 하나도 없었지만요


끊임없이 오가는 자동차 소음 시끄러웠지만 이럴 땐 청각 무시하고 대신 시각만 풀가동하면 돼요


벚꽃 구름처럼 피어난 꽃그늘에서 사진 찍어가며 환담 나누는 뭇 표정 환해 아주 행복해 보였어요

당연히 노래가 된 봄바람 더불어 한나절 벚꽃 그늘 밟으며 기꺼이 한들한들 산책 나섰지요

벚꽃 송아리가 마치 화들짝 터진 팝콘 바구니 같더라구요

새 신부 드레스처럼 눈부신 빛깔로 하르르 흩날리는 꽃잎들의 시

청량한 새소리 합창까지 어우러져 온누리에 향기 은은히 퍼뜨리고 있었어요

환각과도 같은 그 향 속에 흠씬 빠져버렸지요

휘늘어진 꽃구름 아래 들어 그렇게 잠시 세사 잊은 채 꽃비 두 손으로 받아보았네요

오는 듯 가고 마는 소중한 봄날이었거든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