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여정수첩 5 ㅡ소떼 피난처 사성암

by 무량화


사성암은 구례군 오산 정상 부근 깎아지른 암벽에 새집처럼 얹힌 암자다.


바위 틈새로 좌정한 이층누각처럼 보이나 유리광전을 모신 법당 추녀선은 아래쪽에서 올려다 보면 날아갈 듯 날렵하다.


백제 성왕때 건립됐다는데 법력이나 신통력으로 지었을까, 건축술 도무지 유추조차 쉽지 않다.

의상과 원효대사, 도선과 진각국사 네 명의 고승이 수도한 자리라 해서 사성암이란다.

지리산 연봉들에 싸 안긴 섬진강이 굽이 틀며 흐르는 물길이 저 아래로 내려다보인다.

대한민국 명승 제111호로 이름 값할 만큼 전망이 아주 빼어난 사성암이다.

500여 미터 급 높이임에도 일망무제로 탁 트인 조망권이 일품, 속 후련하게 뚫린다.


패러글라이딩을 위한 활강장도 있을만 한 고도다.


유리광명전 내부에는 원효대사가 손톱으로 그렸다고 전해지는 마애여래입상이 모셔져 있다.


이러니 불자들은 신비로운 가피력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그 앞에서 경건하게 합장하게 된다.


약사여래불을 모신 유리광명전은 모든 중생들의 질병을 치유시켜 주며 나아가 뭇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시는 여래라 대의왕불(大醫王佛)이라도 한다.


불가에서는 생명 지닌 삼라만상 모두를 중생이라 한다.


업(業)에 따라 윤회하며 고통받는 모든 존재를 아우르는 단어가 중생이다


축생도 당연히 중생.


이 절에 어느 날 숨찬 콧김 내뿜으며 우(牛) 보살이 떼 지어 유리광명전 아래로 찾아들었다.

뜻밖의 사태는 어느 해 한여름 대홍수로 인해 벌어졌다.

당시 구례군 일원에 유례없이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300m 넘는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섬진강이 범람하고 말았다.

뉴스를 통해, 구례 전역이 물에 잠기며 화개 장터가 흙탕물에 쓸려버렸고 축사도 침수됐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축사가 격랑에 휩싸이자 지붕으로 올라가 목숨 구한 소도 있지만 속절없이 떠내려간 소도 많아 축산농가 피해가 자심하다고도 했다.

그 와중에 십수 마리의 소떼가 소용돌이치며 급히 내닫는 물길 피해 우리로부터 3킬로나 되는 산으로 난 포장길 따라 사성암까지 올라왔던 것.

말 못 하는 축생이지만, 우리에서 되새김하며 저만치 올려다 보던 산 꼭대기 절에 가면 살 수 있다는 믿음으로 허위단심 올라와 목숨 건진 우공들이다.

짐승도 그러하거늘 인간사 또한 이와 같아, 리더를 잘 만나면 나라가 흥해 발전 크게 이루고 잘못된 리더 세웠다가는 폭망으로 직행한다.

무섭게 불어난 흙탕물에 놀라 우왕좌왕하는 중에, 피난 행렬에 앞장선 우두머리 소.

살 길로 인도한 그 소는 어쩌면 광야 헤매는 이스라엘 민족을 이끈 모세처럼 지혜 보살이 화한 지도자였으리.

아래 사진은 당시 신문기사에 딸린 소떼 사진이다.



위치:전남 구례군 문척면 죽마리 189

전화:061-333-3333

010-4014-4544/템플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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