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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여정수첩 1-여수 오동도 인근 향일암 정취

by 무량화


코로나 장기화로 여행은커녕 외부 이동조차 편편치 않던 시절.


언니네와 남도 쪽으로 캠핑을 와 여러 곳을 섭렵했다.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을 기피하던 때라 그 방식이 유행처럼 널리 퍼졌던 당시다.


땅끝마을로 향하면서 도중에 향일암부터 들렀다.


물빛 아름다운 여수라는데 초입에 들어서니 석유화학 산업단지 치솟은 굴뚝부터 보였다.

호젓하고 소박한 어촌마을 지나 돌산 향일암을 찾았던 예전 기억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이번엔 향일암으로 해서 연안여객선을 타고 금오열도를 둘러볼 예정이었으나 오전 내내 바다빛 속수무책으로 나른했다.

해무인지 황사인지 아무튼 바다는 몽롱히 잠에 취한 채 깨어나지 않아 한려수도에 들려던 애초의 계획은 무산됐다.

대신 오동도 동백꽃도 볼 겸 등대 올라가 다도해에 뜬 점점 꽃잎 같은 섬들을 조망해보고자 했다.

청정해역 남해 배경만으로도 아름다운 오동도는 유람선이나 타보라 조르며 등대도 팬데믹으로 폐쇄, 멋없을 정도로 무뚝뚝한 오동도였다.

한려해상 국립공원이란 이름 무색하게 널리 알려진 유명세와 달리 해안 도로 곳곳이 막혀있는 데다 동백숲도 시원찮아 괜히 헛걸음했다 싶었다.



고맙게도 향일암에 올랐을 때 비로소 하늘과 바다가 푸른빛으로 되살아나 보석처럼 눈부신 전망을 열어줬다.

심신을 상큼하게 만들어 주는 아콰마린, 투명한 더없이 투명한 토파즈 사파이어, 아득한 심연으로 이끄는 그린칼세도니, 오묘한 터키석 월석의 빛 아슴푸레한 분위기까지 다채로이 연출해 주는 바다의 향연에 취해 그윽이 지켜본 다도해.

갯가 사람들은 예전처럼 그물질로 잡아내는 원시적 어업 방식에만 의존치 않고 부지런히 양식업을 받아들여 생활수준을 높여갔다.

그래선지 농어촌 마을마다 꾀죄죄한 궁기 지우고 집도 번듯하니 짓고 윤기 흐르게들 살아간다.

오래전 향일암에 왔을 적엔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면 바다 면한 지형 자체가 거북이 바다로 향하는 형상을 닮아 영구암으로도 불렸던 향일암.

바로 위 사진의 오른쪽 숲 사이로 휑하니 대로 뚫린 그곳이 방생 터였는데, 암반마다 마치 거북 등처럼 육각형 무늬가 아로새겨져 있었다.

대입시험을 앞둔 모성들이 지극정성으로 비손을 하던 그 자리, 하지만 지금은 왜인지 출입 금지 구역으로 묶여 근처는 접근조차 할 수가 없게 됐다.

그나마 반가웠던 건, 향일암 오르는 길목의 겨우 한사람 지날 수 있는 비좁은 바위 틈새 그 길만은 예전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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