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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여정수첩 9 ㅡ 바닷가 송림 캠핑장

by 무량화


먼 동네 닭소리 아득히 들리던 해남 땅끝마을은 내동 안개로 모습 희미했다.

안개뿐 아니라 황사현상인지 미세먼지인지 잔뜩 끼어 시야만 갑갑한 게 아니라 숨길까지 답답할 정도였다.

동해나 남해처럼 창창하지도 칼칼하지도 않아, 좋게 말하면 유순한 빛깔이고 솔직히 개갈머리없이 희뿌연 서해바다.

그 바다가 졸린 눈을 하고 내내 흐리멍덩한지라 아쉬울 거 없이 텐트 정리해 어서 벗어나기로 했다.

두어 차례 들렀던 땅끝인 데다 보길도나 진도도 다녀온 곳, 배 여행은 생략하고 변산반도를 품은 부안으로 향했다.


채석강과 격포항 잠시 들렀다가 변산반도 국립공원에 포함된 고사포 해변 오토캠핑장에 닿았다.

안 그래도 고사포란 이름 으스스한 판에 해무 짙게 끼어있어 첫인상은 마치 전설의 고향 같았다.

지명은 고약스러웠으나 편리하게 배치된 취사장이며 샤워시설 등은 깨끗하게 관리돼 있었다.

무엇보다 방풍림이듯 기다랗고 너르게 펼쳐진 송림이 일품인 캠핑장이었다.


캠핑족의 주류는 텐트족이나 점차 Camper 형태도 여러가지로 늘어나 장갑차처럼 생긴 처음 보는 RV trailer도 끼어있었다.


피자 쪽으로 저녁을 때우고 어두워지자 캠핑장을 한바퀴 천천히 돌아봤다.


밤, 사위는 무작정 새카맣기만 했고 철썩대는 파도소리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봄바람이라도 해풍 꽤 쌀쌀해 텐트 안 따스한 방바닥이 감사했다.


편리하고 깨끗하게 잘 관리되는 오토캠핑장 시설은 한국만의 독창적 아웃도어 레저문화 방식이 아닐까.

미국 야영장에선 전기장판이니 온열기를 쓰는 전기 사용은 물론 온수 콸콸 나오는 샤워장 같은 건 꿈도 못 꾼다.


심지어 화장실 시설조차 극히 최소화되었으니까.



바로 귓전에서 청량하게 들려오는 까치소리에 새벽잠을 깼다.

눈뜬 김에 산책 삼아 걸었던 결 고운 모래사장은 오리쯤이나 될 거 같았다.

코로나 사태로 다중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게 되는 터라서인지, 평일임에도 가족단위 캠핑족이 꽤 여럿 있었다.

작년엔 주로 은퇴층인 장년이나 초로의 부부팀이 대세를 이루었던 오토캠핑장인데 올 시즌엔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온 젊은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또한 코로나로 인해 변화된 여행문화 패턴으로, 밀폐된 공간인 대중시설이며 놀이공원의 인파를 피하기 위함이다.

역시나 아지 못할 누군가 타인인 사용자가 접촉했을 리조트나 펜션 등 숙박시설은 떨떠름해 기피하게 된다.

갑갑한 기분을 풀어주는 자연 속 캠핑장은 텐트 사이 간격도 넓어 안심되기에, 아직 캠핑장은 비수기인데도 찾는 이들이 급증 추세를 보인다고 한다.

특히 이곳은 아이들이 갯벌에서 자연체험학습을 할 수 있으며 낚시를 즐기는 이들도 만족할 수 있는 매력적인 조건이 구비됐다.


해안선이 별다른 특징 없이 밋밋하나 앞바다에 새우 하(鰕), 하섬이 동그마니 떠있는데 매월 간조 때면 섬까지 모세의 기적처럼 바닷길이 열린다고.

더군다나 가까이에 여러 명소가 산재해 있어 대흥사 선운사 내소사를 둘러본다거나 산행을 하기도 좋다.

고군산열도로 섬기행을 떠날 수도 있으며 변산반도 채석강에서 화산활동에 의한 퇴적층의 지질답사도 흥미롭겠다.

식도락이 취미라면 포구 어시장에 들러 갖가지 싱싱한 해물을 입맛대로 사다가 직접 요리할 수도 있다.

지극히 평범한 고사포 해변 스케치를 대신해 한밤중과 이른 새벽안개 사이로 선보인 텐트촌 풍경 대신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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