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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뎌 찾았다, 고사리밭

by 무량화

톡! 톡! 톡!

이 소리를 아시는 분?

스타카토로 끊기는 매우 경쾌한 음이다.

물방울 튕기듯 말갛고도 깔끔한 폴카 스텝 같은 소리.

그 느낌을 직접 느껴보고 싶었으나 도무지 기회가 닿지를 않았다.

고사리라면 비빔밥에 얹은 고사리나물도 골라내고 먹는 나, 그러니 순 재미로 해보고 싶은 작업일 따름.

얼마 전부터 날씨만 좋으면 이웃집 마당의 그물망 건조대 위에 널려있는 고사리가 자주 눈에 띄었다.

어디서 따는지 알려주면 안 돼요? 물으니 가시덤불인 데다 비암도 있어 위험해 못 간다며 휘휘 손사래질 쳤다.

비암 소리에 놀라 아예 고사리 꺾으러 갈 생각은 접었다.

하긴 고사리 밭은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 비밀이라고 하지 않던가.


매년 이맘때면 고사리 채취하러 산과 오름, 숲으로 새벽마다 사람들이 몰린다는데.


그럼에도 제주 온 지 이태가 넘도록 고사리 따러 당최 가볼 수가 없었다.

제주 고사리가 맛 좋다고 하도 해싸서, 마른 고사리 1킬로에 7만 원 주고 사서 아들네와 언니한테 반씩 보냈다.


엊그제 한라산 중산간에 올랐다.

신선놀음하듯 치유의 숲 안개와 노닐다가 차를 놓쳤다.

세 시 버스가 막차였다.

도리없이 헬스케어타운까지 걸어야 했다.

근처 솔오름 등반 역시 교통이 불편해서 자차 없이는 헬스케어 앞으로 가야 시내 나가는 대중교통편과 이어진다.

걷는데 이골 난 사람 설렁설렁 산록남로 길을 걷기 시작했다.

막 피기 시작하는 찔레꽃 향도 느껴가며 하얀 꽃잎 너울거리는 산딸기꽃도 구경했다.

한 이십 분쯤 걸었을까.

그때 숲 속에서 큼직한 마대포를 무겁게 들고 도로변으로 나서는 두 아낙이 보였다.

포대 안엔 고사리가 가득 들어있었다.

그들은 차 안에 짐을 실은 뒤 다시 숲을 향해 걸어갔다.

얼핏 본 차 내부에는 캠핑 용품이 빼곡했다.


특이하게 큼직한 찜통도 보였다.

고사리 따는 숲 속 위험하지 않나요, 물었더니 괜찮다며 따라오라고 했다.

그들은 꾼이었다.

서울에서 해마다 고사리철되면 내려와 짭짤한 수익을 얻는다고 자랑했다.

차박을 하며 다니는데 고사리를 삶아 볕 좋고 해풍 선들 부는 해안에 널어 놓고 하루 놀러 다니다 와보면 잘 건조돼 있다고.

짧은 오솔길을 지나자마자 뜻밖에도 광활한 평원이 열렸다.

유레카! 세상에나 여기저기 전부 다 고사리밭이지 뭔가.

너른 들판 가득히 너울거리는 고사리들로 쫙 깔려있었으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미 잎이 펴 세어버린 고사리들이 싱그러운 연둣빛 물결로 출렁댔다.

그 새새로 여기저기 비집고 올라오는 아기 고사리가 천지삐까리였다.

가시덤불은커녕 키 낮은 풀숲이라 고사리 꺾기도 수월했다.

워낙 많아 잠깐 꺾었는데도 간식 가져온 비닐봉지에 꾹꾹 눌러 담자니 그만 차고 넘쳤다.

욕심부려 봤댔자 기호식품이 아니니 적당껏 채취하고 물러났다.

마침 옆집 현주씨 부군이 다니러 왔으니 한 끼 반찬거리로 전해주면 요긴하겠다 싶었다.


ㅎㅎ 안 알려주는 비밀이라도 때가 되면 저절로 알게 되리니, 그도 아니면 마음 가는데 자연스레 길은 열리더라는.


이번에 비도 충분히 내렸겠다, 일요일에 현주씨와 비밀 아지트 통로로 들어가 보면 고사리가 쑥쑥 올라와 있을 것이다.


이웃집 고사리 건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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