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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24. 2024
서정 어린 담양 죽녹원의 안개
남도 여정 1
휠망정 꺾이지 않는 꿋꿋한 지조를 상징하는 사군자의 하나인 대나무다.
대나무, 하면 한국에선 자연히 담양이 떠오른다.
오래전부터 죽세품은 으레 담양산이었으니까.
플라스틱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는 대를 가공해 바구니나 채반을 짜서 썼다.
여름철 발이며 돗자리 베개 죽부인은 시원한 기운을 나눠줬고 말차에는 대나무로 만든 차선이 필수 도구다.
잘 다듬은 귀이개도 효자손도 대나무 제품이요, 합죽선은 대나무로 만드는 부채다.
우리의 어머니들 동백기름 발라 낭자머리 틀 때는 참빗이어야 만 싹싹 결 고르게 빗질이 됐다.
피리나 붓대를 만드는가 하면 속이 비어있는 특성상 한 마디씩 잘라 붓 통 등 일상용품을 만들기도 했던 대나무.
근자엔 안에 소금 넣어 죽염을 구워내기도 한다.
일찍부터 대나무 곳으로 알려져 있듯 한집 건너 대밭이 있다는 담양에 들어서자 청청한 대숲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대나무의 어린싹인 죽순은 고급 식자재인데 성장 속도가 하루 최대 60 cm까지도 자란다니 콩나물보다 더 잘 크는 식물이다.
마침 온갖 초목 한껏 순 돋우는 철이라 여기저기 도톰한 죽순들이야 금세 한 치쯤 키가 쑤욱 자라 버릴 거 같았다.
사각거리는 식감 떠오르게 할만치 죽순 밭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삐쭉삐쭉 돋아난 수많은 죽순 무리를 처음으로 접해봤다.
안개비 자욱한 일요일 그렇게 담양 죽녹원을 찾았다.
대나무숲 울울창창한 죽녹원은 경내 완만한 경사지에 죽림욕 산책로 만들어 대숲 바람결 따라 천천히 걷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간간 내리는 비로 정취 한층 그윽한 죽녹원엔 기품 있는 고택과 연못, 정자, 미술관이 알맞게 배치돼 있었다.
아담한 분수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전각 옆 바윗전에 앉아 신록 푸른 계절, 호젓하게 스며드는 안개에 젖어 보고 싶었다.
개울가 따라 피고 지는 창포꽃 물소리에 얹어 보는 여유도 부려보고 싶은 고즈넉한 분위기가 맘에 착 안겨들었다.
무엇보다 가사문학의 산실인 담양 다이 선비들의 정자문화를 느껴볼 수 있는 고전적인 관광지로 특화된 점이 돋보였다.
입구와 출구가 따로, 능선 하나 너머에 있어 물기 젖은 뻐꾸기 소리 이웃하며 죽림 사이 걸어 나가니 담양 향교가 고풍스러운 자태 드러냈다.
마치 시대를 거슬러 먼 과거 속 다른 세상으로 들어온 느낌마저 들었다.
사운거리며 비 듣는 우중이라 관람객이 적어 삭연하기조차 한 경내.
어딜 가나 인파 붐비는 데다가 절기별 축제 열려 어지간히도 번다했을 텐데 오히려 이 적요감이 고마울 지경이었다.
정자마다 기웃거리며 창호 문살과 기둥들 시선으로 어루만지면서 문향과 묵향 그윽한 사대부 풍류를 되새겨 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