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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량전통시장에서 비탈길 이바구 계단으로ㅡ3

by 무량화


지하철 부산역에서 내려 7번 출구로 올라오면 곧바로 텍사스 거리와 초량 재래시장 및 초량 이바구길과 연결된다.

텍사스 거리엔 클럽과 바도 있지만 거의 옷가게와 환전소가 자리 차지했는데 러시아 선원이 주 고객, 한 블록만 서쪽으로 걸어가면 차이나타운.

우리나라 물류창고의 효시였던 남선 창고는 북선창고란 이름의 냉동창고가 여섯 채나 됐다는데 지금은 겨우 벽체만 남았다.

아직 철도가 놓이기 전, 함경도산 명태를 배로 실어와 보관했다가 명태고방 객주가 전국으로 유통시켰다.

아케이드가 설치돼 비교적 쾌적한 초량전통시장, 농수산물과 잡화가 다양하게 모인 시장은 의외로 규모가 컸다.

부산 최초의 개인병원인 백제병원은 시설이 가장 좋기로 이름나 있었으나 4층 건물과 잇달아 이어 붙인 6층 건물로 인해 결국 재정난에 봉착하고.


일본 여인과 결혼한 외과의 최용해는 일본으로 야반도주했다.


국가등록문화재 제645호로 지정된 건물이다.



1876년 부산항 개항 1번지로 일본인들이 오갔던 초량동 일대는 부산의 근대사와 궁핍의 시기를 살았던 사람들 이바구가 넘쳐나는 곳.

초량 돼지국밥집에서 다대기에 부추생지래기 때려 넣고 얼큰하게 한 뚝배기....


소문난 돼지갈비 골목에는 지글지글 갈비 굽는 고소한 내음 자욱하다.



부산복음병원 설립자 겸 초대원장을 지냈고 부산대학교 의과대학장 겸 병원장 등을 역임한 장기려박사다.

1943년 국내 최초로 간암 환자의 암 절제술과 1959년엔 간암 환자의 간 대량절제술에 성공했다.


수정동 청십자병원장을 지낸 연고로 산복도로에 선 기념관은 마을 건강지원센터 역할을 한다고.



168 계단 옆에 설치된 급경사진 모노레일이 오르락내리락 거린다.


모노레일을 탔는데도 제법 한참 올라간다.


오죽 가풀막진 언덕길이면 모노레일을 다 만들었을꼬.

공동우물에서 물지게로 물을 져나르거나 물동이 이고 가파른 168 계단을 오르려면.....

구봉산 기슭에 따개비 붙듯 다닥다닥 어깨 비벼대는 판자촌은 비바람 막아주는 안식처였다.

해방을 맞아 일본에서 몰려들어온 귀환동포들과 한국전쟁으로 생겨난 피란민들의 생활 터전이었던 판잣집.

헉헉 가쁜 숨 토하며 가파른 비탈길 오르내렸을지언정 훗날 뒤돌아보면 삶은 그래도 아름다우리니.

산복 도로를 낀 까꼬막에서 그래도 망망한 대양 가슴에 안고 희망을 노 저으며 미래를 개척한 하늘 아래 첫 동네 사람들.

저만치 내려다보이는 재개발 프로젝트로 분주한 북항과 부산항 대교 그마저 뿌듯하고 흐뭇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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