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량화 Apr 26. 2024

'왕도깨비가지'란 식물을 아시나요

외래식물 관찰기

며칠 전 뉴스를 훑다가 퍼뜩 떠오른  왕도깨비가지다.


부산권 낙동강 유역 환경보전을 위해 양미역취 퇴치작업에 나섰다는 뉴스 기사였다.


시민들과 관계기관이 합동, 대대적으로 생태계 교란 식물 제거활동을 벌였다는데.


을숙도로 유명한 낙동강가의 물억새, 갈대 등 자생종 번식을 양미역취가 가로막아서라고.


앙큼하게도 뿌리에서 독성이 강한 화학물질을 내뿜어 주변 다른 식물의 성장을 저해시킨다는 양미역취.


어떤 식물이건 땅에 깊고 넓게 터를 잡기 전인 어릴 때가 제거 적기다.


아직은 개체가 작고 연하기 때문이다.

제주 노지에서도 가끔 양미역취가 눈에 띄었다.


후리후리한 키에 가을이면 샛노란 꽃 소담스레 피는 양미역취다.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고약한 식물 끝판왕인 왕도깨비가지의 무서운 번식률을 아는 터라 외래식물인 양미역취는 꽃대가 가을 운치를 돋우는데 한몫한다며 좋게 봐줬는데. 


막상 제주도는 양미역취의 몇십 배인  왕도깨비가지 폐해의 심각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수방관하니 안타깝다.

화산섬 제주의 허파인 곶자왈은 생명의 숲이다.


곶자왈은 화산활동으로 생긴 바윗덩어리들이 쪼개져 만들어진 요철 지형의 숲으로, 제주도에만 존재한다.


오랜 세월 거쳐 원시림을 이룬 곶자왈은 실제 매년 중형차 4만 대가 내뿜는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들인다고 한다.


우리에게 청정에너지를 주는 힐링공간인 곶자왈은 자연 생태환경이 잘 보전된 생명의 공간으로 보전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아미만 드러난 산방산이 시야에서 곧 사라질듯한 위치에 화순 곶자왈은 자리했다.


곶자왈을 무간한 이웃집처럼 자주 드나들다 보니 자연스레 곶자왈 관찰자가 되었다.


국경 없는 게 사랑만이 아니다.

더구나 글로벌시대라 지구상 모든 게 멋대로 뒤섞이는 판국이 아닌가.



여기서 만난 독종, 겁나게 세를 확장해 가는 외래종 왕도깨비가지란 식물은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유해식물 중에서도 왕초 격.

줄기는 물론이고 잎 전면에까지 길고 날카로운 가시로 중무장한 채 설치는 무뢰한이다.

남미에서 건초더미에 섞여 들어온 듯 목장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번지고 있다.

이 식물은 열매를 맺기 전 미리, 각별히 신경 써서 게릴라전 펴듯 소탕작전 펼쳐 초전박살을 내야 할 고약한 무법자다.

화순 곶자왈과 소떼가 풀을 뜯는 목장의 경계지점, 완만한 언덕 바로 아랫녘이다.

이삼일 뒤면 동지, 한겨울임에도 목장터에는 연초록 식물들로 봄기운이 감돌았다.

자잘한 클로버, 광대나물, 꽃다지와 별꽃풀 등이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있다.

풀잎들 사이로 흰 버섯 비슷한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기에 다가갔다.

발끝으로 건드려보니 활짝 벌어진 왕도깨비가지 열매였다.

열매 안쪽에 자잘하게 들러붙은 씨앗 수량에 그만 질겁을 하고 말았다.

땅에 떨어진 열매는 수분을 접하면 스스로 탁 터지며 속에 저장된 씨앗을 뱉어내 번식을 시키는 모양.

줄기는 물론 잎새까지 날카로운 가시로 전신 무장한 왕도깨비가지는 번식력 가공스러운 무법자인 생태계 교란 식물이다.

가만, 그렇다면 이 열매를 제거하는 일이 급선무이겠다.

곶자왈에 자주 오는 나부터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식물의 씨앗 하나라도 수거하므로 환경보전을 위한 쓰레질을 해야 하리.

지피지기라 했다. 먼저 왕도깨비가지의 실체파악부터 해봤다.


왕도깨비가지는 가짓과 꽈리 속 식물이다.


언뜻 보기에 꽃 하나만은 똑 가지꽃을 닮아 가지과 가지 속에 해당되나?


감자꽃과도 비슷한 연보라색 꽃을 여름에 피워 애기수박 같은 동그란 열매를 맺었다가 가을엔 노란색으로 익는다.


익기 전의 열매는 마치 애기 수박 같고 다 익으면 노란색  구슬같이 예쁘게 생겼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볼수록 식물 전체가 도깨비처럼 괴이쩍고도 험상궂은 형체를 가졌다.


이름 그대로다.

목장 주변에서부터 왕성하게 퍼져나가고 있는 이 식물은 동종 중에서 가장 큰 식물에 붙는 왕(王) 자까지 딸려있다.

'왕'자가 붙었듯 외형이 엄청 크고 무성해 50-100cm 키에 가지가 많이 갈라져 한 그루가 숫제 덤불숲을 이룬다.

이리 살벌하고 지독스런 게 곶자왈 주변에 군락을 이뤄 점점 더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한국의 토종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외래종이라며 진작에 환경부에서 유해식물로 판정한 바 있는 식물이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원산지인 다년생 관목으로 줄기와 잎맥마다 바늘 같은 가시가 돋아 있다.

다년생 관목이므로 뿌리만 살아있으면 계속 번진다는 얘기다.

실제 원 줄기를 잘라냈는데도 요즘 들어 살펴보니 그루터기에서 무리 지어 새파란 움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 식물에서 가시가 돋지 않은 유일한 부분은 열매뿐이다.

씨앗을 가득 품은 열매는 처음엔 수박색이나 익을수록 노랗게 변한다.

열매가 익은 근자엔 비나 눈 같은 습기에 닿으면 자체적으로 껍질이 갈라져 씨를 뱉는다.

높은 줄기에 매달린 열매는 표피가 두꺼운 꽈리 형태라 그대로 건조돼, 외부 자극에 의해 바스러지며 씨앗을 쏟아내게 된다

꽈리처럼 껍질이 두꺼워 온 전신에 무성히 돋아있는 길고 예리한 가시에도 상처 입지 않는다.

창조주의 배려야말로 일면 신묘하기조차 하다.

 

헌데 어쩌자고 이런 고약한 불량품이 청정 곶자왈에 나타났을꼬?

자연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사회악에 다름 아닌 존재인데 말이다.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고 하였다.

지구상에 창조된 모든 것은 상대성을 띠어서일까.

좋은 게 있으면 나쁜 것도 있듯 선과 악이 공존하는 세상이라서 일까.

창조주께서 피조물을 낼 때는 쓰임새 알맞게 만드셔서 제각각 다 몫이 있다고 하셨는데.

왕도깨비가지는 알레로패시 효과를 나타내는 페놀 화합물을 토양으로 방출하여 자생식물을 밀어내고 있다 한다.

이는 제주대학교의 연구결과로 하부 식생의 발아나 생장 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생태계에서 경쟁적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판단된단다.

인간에게 유독한 솔라소딘을 함유하고 있는 이 식물은 미국에서 의학적 용도로도 연구되고 있긴 하다고.

솔라소딘은 감자, 토마토와 같은 가짓과 식물에서 발생하는 독성 알칼로이드 화합물.

약리학적 활동으로는 항균작용, 항진균작용, 항살충작용, 해열작용 활성, 진통활성, 항산화 활동, 항암 활동을 한다는 보고도 나와있다.


그렇듯 혹, 불치암이나 치매 특효 성분이라도 추출돼 인류에 공헌한다면 과(過)가 상쇄되련만.




여름내 무성하게 자라 숲을 이뤘던 왕도깨비가지는 열매가 익어갈 즈음 예초기로 거의 다 베어졌다.

그러나 사유지인 목장터만 예초기가 사용됐다.

곶자왈 산자락이나 숲으로 번진 그 식물은 키대로 자라 지금은 잎 지고 노란 열매만 오소소 매달려있다.

멀리서 보면 유채꽃이라도 살랑대는 줄 알겠지만 노랗게 익은 왕도깨비가지 열매들이다.

화순곶자왈 정문 인근을 비롯 1코스 후문 옆 태양열 집열판이 늘어선 부근에도  열매가 익으며 시선에 자꾸 걸리는 왕도깨비가지.

차도 옆에서도 엄청 눈에 띈다.

예초기가 지나간 목장터 역시도 그 식물이 완전히 퇴치된 게 아니다.

뿌리짬 줄기마다 새순이 올라와 왕성한 생명력으로 키 돋워 세력 넓혀가고 있으니까.

왕도깨비가지는 그렇게 유유히 옥토를 장악해 나갈 것이다.



한라산에 눈이 허연 한겨울에도 함빡 돋아난 햇순들로 이 식물만은 여전 독야청청이다.

아마도 명년 봄 활기차게 가지 뻗고 키 움쑥 키워 다시금 수많은 열매를 맺으리라.

그간 왕도깨비가지가 눈엣가시처럼 거슬려, 보이는 족족 전지가위를 들이댔는데 개인 힘으론 역부족, 그 정도로는 소탕되기가 어렵다.

어쩌다 일회용으로 환경단체에서 현수막 내걸고 소탕작전을 쳐봤자다.

화순 마을회에서 주부들 동원해 한나절 열매 수거했지만 겨우 눈 가리고 아웅한 격이었다.

왕도깨비가지에 명승지 잠식당하기 전에 더 본질적이고 대대적이며 지속적이고 근원적인 대책 수립이 요망된다.

도나 시 차원에서 팔 걷어붙이고 나서야 면이나 리 단위에서 그나마 하는 시늉이라도 낼까.

열매를 달기 이전, 늦어도 여름까지는 이 식물을 면도기로 턱수염 밀듯 깔끔스레 처리하지 않는다면 근절시키긴 어려울 터.

그러지 않으면 해마다 영역이 늘어나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를 터다.

 


서양에서 슬그머니 수입 목초에 딸려온 왕도깨비가지는 가시가 많고 번식력도 강해 일찌감치 생태계 교란종으로 판정 난 유해식물이다.

왕도깨비가지(Solanum viarum Dunal)는 가짓과의 여러해살이 귀화식물로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악성 외래식물 1순위.

열매 외피가 두터워 꽈리 속인 거 같은데 꽃이 가지 꽃을 닮아 가짓과에 해당되나?

흰색에 가까운 연보라색 꽃을 여름에 피워 애기수박 같은 푸른 열매를 맺었다가 가을엔 노란색으로 익는다.

가시를 피해 조심스럽게 열매를 채취해 쪼개보니 씨앗이 소복 들어있다.

언뜻 보기에 익기 전의 열매는 마치 아기 수박 같고 다 익으면 노란색 구슬같이 예쁘게 생겼다.

누군가 이 열매 맛을 봤는데 입안이 아리고 얼얼해서 꼭 마취된 느낌이더라 했다.

성질 자체도 독초에 속하는 식물인 모양이다.



남미 원산의 이 식물은 미국, 호주를 비롯 열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도 퍼져 살고 있는 골치 아픈 식물이다.

미국발 환경 뉴스에도 미 동부 해안 지역과 호주 중부 해안에 침입해 Solanum viarum Dunal이 무섭게 번져나간다며 우려한 바 있다.

왕성한 번식력과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식물로 무성하게 열매를 맺어 골프공 크기 된다고 했는데 토질이 비옥해 그럴 수도 있겠다.

바로 그 식물이 건초에 실려와 제주 목장지대를 중심으로 화순곶자왈과 당오름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제주시 쪽에서도 관찰되는 모양이다.

잎이며 줄기마다 길고 날카로운 가시로 중무장해, 보고도 선뜻 다가서 손대기 겁나는 식물이다.

소나 말도 위장장애를 일으켜 뜯어먹지 않을뿐더러 가시 때문에 다가가지도 않아 매우 빠르게 번식해 주변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사실 예리한 가시가 온 전신 여기저기 무수히 나 있어 아무리 맛있는 풀이라 해도 먹을 재간이 없을 게다.



목장에서 예초기를 동원해 자르던 데 그 기계로는 뿌리까지 훑어내지 못하기에 한계가 있다.

그나마 예초기 외에 낫도 소용없는 것이, 제거 시 왼손으로 어디 한 곳 거머잡을 데가 없어 겨우 전정가위로 잘라내야 한다.

목장갑으로 부족해 가죽장갑으로 무장하고도 최대한 조심해서 가위질을 해야 가시에 찔리지 않는다.

괴물 같은 이런 독종은 처음 본다.

무엇보다 가을이 되기 전 꽃 피는 여름에 박멸작전에 들어가야지, 열매 맺은 다음엔 어영부영하다가 익은 씨앗이 온 데로 퍼진다.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여름철에 예초기로 베어내고 밑바닥 그루터기까지 꼼꼼하게 게릴라 소탕하듯 훑어야 기세 꺾이지 싶다.

범시민운동이라도 벌여 땅에 뒹구는 열매를 깔끔스레 주워서 소각시킴으로 왕도깨비가지를 곶자왈에서 퇴치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가을 곶자왈에 자연학습 견학을 온 유치원 아동들 조그만 손에는 곧잘 노란 열매가 쥐어져 있었다.

딴에는 노랑 방울같이 예뻐서 가시에 찔리며 취한 왕도깨비가지 열매이리라.

양갈래머리 쫑쫑 따 내린 소녀가 검지에 일회용 반창고를 감고는 손가락을 호오 불었다.

이 열매를 매단 식물은 줄기 전체를 비롯해 잎맥 위로 가시가 날카로이 돋아있다.

열매꼭지에도 머리카락같이 가늘면서 강한 가시가 나있어, 보나 마나 열매를 맨손으로 따다가 찔렸으리라.

이 가시에 찔리면 한동안 아리고 또 아리다.



해서 열매는 하나씩 감귤 따듯 전지가위로 꼭지를 절단시켜야 한다.

그렇다고 잡을 곳이 있느냐 하면, 가지고 줄기고 잎이고 가시 투성이라 어디도 만질 데가 없다.

코팅된 목장갑쯤은 마구 찔러대는 가시다.

최대한 손 조심하며 몸 사려가면서 가위질을 해도 어느새 가시에 찔려 손가락 아릿해진다.

곶자왈의 무뢰한 왕도깨비가지, 난생처음 희한하게 생긴 고약한 식물을 만나 목하 전투를 치르고 있다.

누가 시켜서 한다면 부담이 돼 재미없겠지만 스스로 자원한 일이라 보람이라는 묘미도 느낀다.

숲에서 재잘거리는 새소리 들으며 수행하듯 왕도깨비가지 열매를 구도정신으로 따고 있는 중이다.

동안거 들어간 승려처럼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