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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Apr 26. 2024

화순곶자왈 1.2 코스 길 걸어볼까요


전망대에 서면 동으로는 한라산, 서쪽으로는 산방산이 건너다 보이는 화순곶자왈.

한라산 아슴하게 드러나며 산방산 방향 시야는 쾌적하게 트였다.

마라도를 지키는 하얀 등대까지도 또렷하게 보인다.


아직 널리 소문난 곶자왈이 아니라서 인적  드문드문, 비교적 호젓한 산책로가 되어주는 곳이다.


그러나 비교적 시설면이나 관리 차원에서는 우수한 편, 화순곶자왈 생태숲길도 아주 잘 조성돼 있다.


송이길과 흙길, 야자매트길, 나무로 된 반반한 보드웤과 층계도 안전하게 다듬어놨다.


화순곶자왈 길은 1.2.3 코스로 분리 독립돼 있다.

1.2 코스는 개방돼 있으나 3코스는 아직 정비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편의시설과 길 표시 등이 가장 용이하고 편리하게 고루 잘 갖추어진 곳은 1코스다.

반면 2코스는 아무 생각 없이 걸어도 괜찮을 만큼 하나로 난 길 단순해서 좋다.

1코스 입구 쉼터에는 정자와 그네, 벤치, 화장실, 해충기피제 자동분사기가 구비돼 있다.

산책로 곳곳 적당한 위치에 벤치 및 평상이 놓여 있어서 잠시 쉬거나 간식을 들되 쓰레기만 챙기면 된다.

곶자왈 천년 비경 숲 따라 야자매트길, 목재 데크로 된 층계, 데크 산책로가 안전하게 탐방길을 이어준다.

한라산과 산방산이 마주 보이는 전망대 또한 훌륭하다.

다만 전망대 가는 길은 천연 그대로의 거친 곶자왈 길이라 운동화 차림이 아니면 걷기에 좀 불편하다.

또 한 곳, 홈밭동산 전망대가 있는데 초입 언덕부터 길이 흐릿한 상태라 거의 폐쇄된 채 조망권 확보조차 어려웠다.   

의외로 1코스 내의 산책길은 좌우 양 갈래로 나있는 등, 골라 걷는 묘미가 있으나 약간 복잡해 헷갈린다.

도중에 길을 잃지 않도록 길 안내 지도를 숙지할 필요가 있겠다.

기본순환코스인 1코스는 하늘색, 직선코스인 2코스는  주황색 / 2코스 길은 조각공원을 경계로 해서 계속 직진하면 드론교육장이 있는 문화마을로 나온다


산책로 양옆, 선태류와 양치식물 자욱한 숲엔 이끼, 애기모람과 콩짜개가 빼곡하게 덮인 바위도 흔하다.

고사목에는 크고 작은 별의별 모양의 버섯들이 다수 기생하고 있다.

대부분 처음 보는 희한한 버섯류다.

양지쪽으로 시선 돌리면 싱그러운 초목들이 제각기 영역 넓혀가고 있다.

햇빛 향해 키 돋워 그래도 멀쑥하게 솟은 무환자나무 꾸지뽕나무 보리수나무 예덕나무 때죽나무 새덕나무.

돌덩이 천지인 척박한 터전이다.

거기에 뿌리내려 강인하게 살아가는 나무들이 퍽 대견스럽다.

곶자왈에는 표토층이 거의 없거나 얇다.

해서 대부분 나무 씨앗은 바위틈이나 심지어 바위 위에서 싹을 틔운다.  

열악한 환경에 겨우 걸쳐진 뿌리는 바위 사이로 드러나 있게 마련이다.

노출된 나무뿌리는 파고들 땅이 없으므로 옆으로 길고 편평하게 발달하여 판근이라 불리는 괴이쩍은 뿌리로 성장한다.

이렇듯 겨우 한목숨 부지하기도 힘겨운 판에 여기 더부살이하는 식물들도 꽤 된다.

주위 나무를 타고 올라가며 얼크러 설크러진 여러 종의 덩굴식물 어수선하게 휘감겼다.

칡, 마, 등, 머루, 마삭줄, 다래, 으름, 망개, 송악, 더덕, 인동덩굴과 노박덩굴.

여기에 담쟁이까지 높다라니 기어올랐다.

이리 온갖 덩굴 들입다 엉켜 있으니 어찌 풀어볼 재간이 없다.

그 바람에 나무 몸통은 울퉁불퉁, 줄기는 스프링처럼 꼬인 기형이 돼버렸다.

1코스에서는 이끼 낀 잣담을 만나기도 하고 터 표시만 나있는 일본군 막사 자리도 지나게 된다.

허리 높이 겹담을 돌로 쌓아 올렸다.

마소가 깊은 숲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만든 목축문화의 유산인 잣담이다.

다른 하나는 질곡의 근대사 현장이다.

일제강점기 때 쓴 군 막사로 주변에는 무기 저장고며 참호 흔적이 울창한 숲에 가려져 있단다.

탐방로 서너 곳에 방사탑이 서있고 오가는 이들이 쌓은 돌탑도 길가에서 흔히 보인다.

함몰지인 골짜기엔 숨골이 숨어있어 아늑하고 따스하고 평화스럽다.

노루 가족도 여기 깃들어 살고 있으며 향기로운 산야초 피고 또 펴서인지 근방에 양봉가 벌통도 여럿 눈에 띈다.

​탐방로 주변이 트인 데가 많아서 어둑신한 여타 곶자왈과는 달리 해가 들어 환한 편.

갑갑하지 않아 좋으며 더러 부드러운 잔디 길도 밟게 된다.

걷다 보면 소나 말을 방목하여 기르던 과거에 쌓은 잣담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소 무리와 마주칠 수도 있다.

그래도 전혀 겁낼 게 없는 것이, 소는 본디 유순한 동물이라 먼저 해치려 사납게 덤비지 않는다.

스스로 비켜나기를 잠시 기다렸다가 지나가면 된다.

다만 길에서 방심하고 걷다가는 소똥을 밟을 수 있으니 그 점 유념해 주의를 기해야 한다.  

여길 한 바퀴 둘러보려면 순환코스로 30~40분 걸리는데 비교적 평지로 이루어져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걸을만한 코스다.

아무리 평지길이라 해도 무장애길은 아니므로 유모차나 휠체어는 불편을 겪는다.




화산섬 제주의 허파인 곶자왈은 생명의 숲이다.

여기서 곶은 숲, 자왈은 덤불을 이르는 제주 방언으로 덤불숲이란 뜻이라고.

곶자왈은 화산활동 중 분출한 용암류가 만들어낸 불규칙한 암괴 지대에 형성됐다.

오랜 세월을 거쳐 원시림을 이룬 곶자왈은 실제 매년 중형차 4만 대가 내뿜는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들인다고 한다.

고마운 점은 그뿐 아니다.

바위 덩어리들이 갈라지고 쪼개지면서 만들어진 숨골이 여기저기 분포돼 있어 연중 기온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이곳.

숨골은 지표에 있던 물이 지하로 스며드는 구멍으로 숨골을 통해 아래로 잦아든 빗물은 제주인들의 생명수가 된다.

현재 우리가 마시는 물은 18년 내지 20년 전에 내린 빗물, 오십 대 때 내 어깨를 적신 빗방울을 지금 마신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아무튼 생명의 원천인 물의 성능 좋은 정수기 필터 역할을 하기에 곶자왈이 한층 더 중요한 이유다.

점성 높은 용암이 굳어 생성된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린 식물들이 덤불진 숲으로 다양한 식생을 이룬 특별지대가 여기다.

요철 심하게 난 독특한 지형이라 구간마다 다른 기후대를 형성, 같은 숲 안에 다양한 기후대의 식물이 공존하는 특이한 생태계를 보인다.  

따라서 하나의 숲에 북방한계식물과 남방한계식물이 동시에 관찰된다고.

제주도에는 한경-안덕, 조천-함덕, 애월, 구좌-성산 등 네 곳의 큰 곶자왈 지대가 자리했다.

실제 제주 전체 면적의 6%를 차지하는 곶자왈은 과거에는 쓸모없는 땅으로 치부됐으나 이제는 생태계의 보고로 재평가되고 있다.

우리에게 청정에너지를 주는 힐링공간인 곶자왈은 자연 생태환경이 잘 보전된 생명의 공간으로 보전 가치가 높은 지역.

화순곶자왈은 한경-안덕 곶자왈 지대에 속한다.  

병악오름 용암류가 흘러내려 만들어진 화순곶자왈은 1.5km의 폭으로 약 9km에 걸쳐 길쭉하게 펼쳐졌다.

이곳은 2018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수상한 바 있는데 세계적으로 희귀한 동식물 50여 종이 서식하고 있어서다.  

숲에는 개가시 나무, 더부살이 고사리, 새우난, 긴꼬리딱새, 제주휘파람새 등 멸종위기종에 해당하는 귀한 생명체들이 살아간다.



제주도와 한라산은 하나이다.

신생대 4기인 120만 년 전에 일어난 화산 폭발에 의해 한라산이 우뚝 솟고 이 산기슭에 분포된 오름에서 연속적인 분화 활동이 발생했다.

기생화산 활동기인 약 1만 년 전후로 여기저기서 분화구가 열렸으며 병약오름도 이때 폭발했다.

곶자왈이 이뤄진 시기는 마그마가 분출된 시기와 겹쳐진다.

용암이 이 땅에 시뻘겋게 흘러내리며 가공스러운 모습을 나타낸 때는 2만 년 전에서 5만 년 전.

우주의 나이로 치자면 제주도 용암층은 매우 젊은 편이다.

대부분이 제주의 화산 활동 중 마지막 단계에서 형성되었다.

여러 차례에 걸친 화산 분출로 만들어져 식생부터 분화구의 모양 등이 제각기 다른 모습을 띠고 있다.

화순곶자왈은 병악 오름이 약 2700년 전 폭발하면서 생성됐다니 상상외로 젊은 연대치를 보인 셈이다.

이는 화순곶자왈 하류인 채석장 용암류의 하부에서 채취한 고토양을 가지고 탄소동위원소를 이용하여 측정한 연대치라고 한다.

병약오름에서 시작해  경사로를 따라 하류로 흘러내린  이 용암류는 화순해수욕장의 중심부를 자르며 바다로 흘러들었다.

이 용암의 길은 느리게 흐르며 곶자왈을 남겨놓게 되었다.  

화순곶자왈에서 특별히 눈여겨 볼 곳은 1코스 탐방이 거진 끝날 즈음에 접하게 되는 "곶자왈 국민 신탁지"이다.

안내글에 따르면 화순곶자왈이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자산에 관한 국민신탁법에 따른 국민 신탁지라는 설명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땅 1평 사기’와 같은 공유화 운동을 추진하면서 2006년 국민신탁법이 제정되었던가 보다.  

2014년 일이다.  

‘화순 곶자왈 생태탐방숲길’ 속의 곶자왈 4필지가 시민과 기업의 후원으로 자연환경국민신탁의 보전재산이 되었다는 내용에 뒤늦게 감격한다.

뜻있는 이들을 통해 곶자왈 공유화 프로젝트는 계속되고 있으나 현재 후원액 모금이 미미해 모쪼록 범국민적 관심과 지원이 확산되었으면.

제주 곶자왈은 전체 면적의 60%가 사유지란다.

고로 골프장 건설, 도시 확장 등 개발 요인으로 인해 사라질 위험성이 높아 안정적인 보전책이 시급하다고.

그중 사유지 처분으로 훼손의 우려가 큰 한경, 안덕지역 등 곶자왈은 전체 곶자왈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니 걱정스럽다.

지자체 나아가 국가적으로 위기관리 대책을 강화해 곶자왈 지역을 공적기금으로라도 매입해야 하지 않을까.

생물 서식 공간을 확보하고 생태계를 지키며 나아가 훼손지를 복원해 나가는 노력이 참으로 시급한 작금이다.

공적 자산인 곶자왈은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는 물적 대상이 아니다.

이는 자손 대대로 물려줄 제주의 고유한 자연유산이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돼 뿌리내려지길!

곶자왈은 우리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자 미래 세대로부터 신탁받은 재산이기 때문이다.

정문이 나있는 1코스가 끝나는 곳에서 리턴하기도 하나, 일주서로 차도로 나서서 길을 건너면 2코스가 열린다.

이때 임도처럼 나있는 주슴질(길) 탐방로가 보이나 이용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잡풀 키대로 우거져 헛걸음하게 만드니 참고*.

화순리 선명한 표지석 옆에 마소가 드나들지 못하도록 ㄷ자 형태로 된 목재 출입구를 통해 화순 곶자왈 2코스로 들어가게 된다.

단선으로 전혀 복잡하지 않게 잘 가꿔진 2km 정도 이어지는 이 길.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드는 조용하고 서정적인 길이기에 나름 사색의 숲이라 이름 지은 곳이다.

그만큼 분위기 고즈넉하고 곶자왈 같지 않게 아주 평탄한 길이라 걷기도 편안하다.

더구나 가을철엔 낙엽 깔린 길이 절로 구르몽의 시를 읊조리게 부추기지 싶다.



낮은 언덕에 오르면 위풍당당한 산방산이 마주 서있고 저 아래 형제섬과 마라도가 뚜렷하게 잡힌다.

그뿐 아니라 군산과 월라봉이 이마 드러내기도 하며 박수기정 수직 절벽이 얼핏 보인다.

요즘 열풍이 부는 맨발걷기를 즐기는 산책객과도 자주 만나게 된다.

특히 2코스는 반은 숲 우거져 그늘진 길이고 나머지는 햇빛 바라기를 하기에 최적지로 길이 환하게 트여있어 밝다.

비타민 D 주사 맞을 필요 없이 천연 비타민 D 무제한 선물 받을 수 있는 데다 피톤치드까지 듬뿍 나눠준다.

종가시나무, 조록나무, 산유자나무, 탱자나무, 아왜나무, 참식나무 등 상록수림이 그득 들어찬 곳이니까.

그 못지않게 낙엽활엽수인 무환자나무, 예덕나무, 이나무, 때죽나무, 단풍나무 등도 흔하게 접한다.

따라서 울긋불긋 단풍 물드는 만추가 설렘속에 기대되기도 한다.



화순곶자왈 생태숲의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매끄러이 설명하기엔 물론 역부족이다.

어떤 한 장소를 옳게 파악하려면 적어도 사계절을 지내봐 계절의 미묘한 변화를 몸소 체험해 봐야 한다.

고작 몇 달, 그런 만큼 구석구석 잘 안다고 자신하긴 아직 이르다.

다만 열대여섯 번은 다녔으니 눈에 익은 대로 진솔하게 피력한 오피니언일 따름.

내년 봄 때죽나무(제주어:종낭) 꽃이 하얀 종처럼 피어날 오월이면 꼭 다시 찾게 될 화순곶자왈이다.

안덕면 화순곶자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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