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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숲 곶자왈은 생명이 순환하는 땅

by 무량화

환상숲 곶자왈 공원은 자연의 숨결 고스란히 느껴지는 원시의 숲이다.

나무는 바위를 비집고 솟아나 자라고 이끼 무리는 그늘에서 억척스레 영역을 넓혀간다.

덩굴식물들은 높이 치솟은 나무를 타고 한 계절에 한 치씩 기어올라 햇볕을 쬐며 광합성을 한다.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살아남기 위해 용을 쓴다.

숲은 아주 고요하나 생존경쟁 치열한 전쟁터에 다름 아니었다.

어렵사리 생겨나서 기를 쓰며 살다가 도태돼 스러지거나 명이 다해 흙으로 돌아가거나.

혹은 죽은 그 자리에 새 생명 싹 틔워 뿌리내리는 과정의 순환 속에서 자연계는 말없이 세대교체를 해나가고.

그 자연스러운 현상이 때로는 가혹하고 때로는 준엄하기 그지없으나 숭고한 아름다움 아니랴.



하온데 대체 곶자왈이 뭐우꽈?

화산활동 중에 솟구친 용암류가 만들어낸 울퉁불퉁한 암괴 지대에 숲과 덤불이 우거져 있는 곳을 말한다.

‘곶’은 숲을 이르며 ‘자왈’은 나무나 덩굴이 얽히고설킨 것을 뜻하는 제주 토속어라 한다.

제주에는 천연 그대로 수목 빡빡한 곶자왈이 여러 군데인데 자연보호구역이거나 도립공원에 속해있다.

그와 달리 환상숲 곶자왈은 일가족이 가꾼 개인소유 공원이다.

제주서부신협 전무로 일하던 마흔일곱의 가장, 뇌경색으로 오른쪽 몸이 마비되었다.

사람 만나기가 꺼려져 모든 것을 뒤로하고 숲에 은둔한 채, 돌 틈에 뿌리내린 작은 생명들에 마음을 줬다.

왼손만으로 돌과 온갖 식물 뒤엉킨 숲에 길을 내고 원시림 다듬으며 지내다 보니 삼 년 만에 전의 건강을 회복했다.

그렇게 일군 숲에 사람들이 찾아와 지친 마음 뉘면서 숲으로부터 위로도 받고 치유도 받았다.

환상숲은 드디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는 제주 융복합기업으로 인정받으며 6차 산업 인증업체가 되었다.

농촌진흥청이 지정한 농촌 교육 농장이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지정한 대한민국 ‘100대 스타 농장’이 된 지금.

절망을 딛고 일어선 숲지기가 스스로 가꾼 숲 이야기를 나직한 음성으로 전하는 메시지야말로 진솔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무한경쟁사회에 내몰린 곤고한 영혼들을 다독이는 숲의 가치를 그로부터 전해 들으며 비로소 느꼈다.

겸허하게 마음 내려놓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은 충만됨으로 오히려 자신을 말갛게 비운다는 것을.



환상숲 곶자왈 공원은 도너리 오름에서 흘러내린 용암 끝자락에 위치한 자리라 많은 궤(동굴)가 형성되어 있다.

동굴 바위 틈새로 공기 통로가 나있는 듯 얼음골처럼 숨골에선 여름철마다 시원한 바람이 나온다고.

푸른 숲에 새소리 청량해도 마냥 평화로운 파라다이스가 연상되기보다 열대우림지대나 아마존 밀림이 떠오른다.

바위와 나무를 휘덮은 이끼류와 콩짜개넝쿨 외에 무성한 양치식물과 밀밀하게 뒤엉킨 온갖 수목들로 인해서다.

실제 아마존이 지구의 허파로 불리듯 제주의 허파로 불리는 곶자왈.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대 남방한계선 식물과 열대 북방한계선 식물이 공존하는 독특한 숲이기도 한 곶자왈이다.

피톤치드 세례로 심신 정화되는 효과도 있는 한편 동화 속 상상의 나라로 안내해 주기도 한다.

SF 영화 쥐라기 월드 배경 같아 우우 괴성 지르며 익룡이 튀어나올 듯해, 잠시 딴 세계로 편입되어 본다.

더러는 현실이 아닌 꿈같은 환상에 잠겨봄도 느낌 그럴싸해서 좋다.

게다가 애기동백 천지인 제주에서 처음으로 토종 동백 소박한 자태와 조우한 반가움에다 곳곳에 적어 놓은 따스한 글귀까지.

"변하는 것에 슬퍼하지 마셔요. 당신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와 같은.....

저마다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피폐해진 심성 투명하게 헹궈주고 구김살 반반히 다려주는 영혼의 세탁소 같은 환상숲.

무릇 모든 생명 받은 존재는 성주괴공(成住壞空) 혹은 생주이멸(生住異滅), 이 철칙에서 예외 됨이 없다.

생겨나서 잠시 머물다 때가 차면 무너져 흩어지나니...

그 이치 목소리 나직나직 들려주던 숲, 안개비 내리는 날 다시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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